비가 와도 괜찮아!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23
류호선 지음, 박정섭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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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거 좋아하세요?
전 어렸을 때 비오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어요.
가방이며 신발주머니, 보조가방은 무겁기만 한데
우산까지 받쳐 쓰려면 너무 힘들었거든요.
진창에 신발을 버리기 일쑤였고요.
게다가 6학년때는 육교에서 미끄러져 구른 기억이 있어서
그 후로도 한동안은 비오는 날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어요.

더군다나 예보에는 비가 온다는 소식이 없었는데
갑자기 쏟아진 비는 입장을 너무 난처하게 했죠.
어렸을 때 엄마는 아빠와 마찬가지로 직장을 다니셨기 때문에
비가 온다고 해서 다른 부모님들처럼 마중을 나오실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비가 오는 날에는 상상을 했답니다.
어떤 상상이냐고요? 아주아주 커다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하늘을 뒤덮은 시커먼 먹구름을 싹싹 쓸어서 아주아주 커다란 봉지에 담은 후
비가 안오는 가물은 지역에 갖다 주는 거예요.
전 비를 안맞아도 돼서 좋고, 가뭄이 든 지역은 비가 와서 좋고,
모두모두 행복해지지 않겠어요?

책 속의 아이도 일기예보에서 듣지 못한 비가 갑자기 쏟아지는 바람에 난감해해요.
학교 복도에는 친구의 엄마들이 모두 우산을 들고 친구들을 기다리는데
아이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면서 상상을 하기 시작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요.

먹구름 위로 올라가 구름을 밟고 집에 가기도 하고, 뜨거운 사막으로 이사를 가면
어떨까 생각도 하고요. 북극이나 남극은 어떨까 하다가 아빠가 수영복을 만드신다는
사실이 생각나 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교시간은 다가와 애가 타는데 비는 그치질 않네요.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는 아이에게 갑자기 커다란 해파리가 나타나서 우산이 되어주네요!
정말 기발한 상상이에요. 해파리는 투명하니까 비오는 하늘을 마음껏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저에게도 해파리 우산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

글쓴이 류호선님은 우리에겐 늘 우산같은 존재가 있다는걸 알려주고 싶어서 글을 쓰셨대요.
저도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내게 우산이 되어주는 존재는 누굴까요?
낳아주신 부모님도 계실테고, 가족들, 선생님, 친구들 혹은 내가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그 무언가일수도요. 오랜만에 마음이 촉촉해지는 느낌입니다.
빗방울 때문이 아니라 내게 우산이 되어주는 이들에 대한 감사와 사랑으로 말예요.
전 이제 비가 오는 것이 좋아요. 꽤 운치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오늘도 창 밖으로 비가 내리는군요.
여러분은 비를 좋아하세요? 여러분에게 여러분만의 특별한 우산이 있으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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