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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하나 둘 셋
김경미 글,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어느 누구나 봉숭아 한 번쯤은 물들여 보셨겠죠?
저도 어려서는 봉숭아 꽃잎과 잎에 백반을 넣고 콩콩 찧은 후에 손톱을 봉숭아물로 곱게 들이곤 했답니다.
첫 눈이 내릴 때까지 봉숭아물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사랑이 찾아온다는 동네 큰 언니들의 말에
멋있는 왕자님이(정말 왕자님이요.) 백마를 타고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행복한 상상에 빠지곤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참 우스운데 그 땐 정말 진지했거든요. 하하하~
책장을 한 장 한 장 들여다보고 있자니 옛날에 꾸었던 소녀의 꿈이 생각났어요.
봉숭아 씨앗 하나를 심고 싹이 트고 자라나 잎이 세 장, 예쁜 꽃 다섯 송이.
나풀나풀 나비가 일곱 마리가 활짝 핀 봉숭아 꽃을 찾아오기도 하고요.
봉숭아꽃이 야무지게 피어나면 꽃잎 여덟 개, 잎도 아홉개 따고
열 손가락에 진빨강 물을 예쁘게 들이죠.
혹시 눈치 채셨나요? 맞아요~!!
이 책은 봉숭아물을 들이던 추억을 생각나게 해줄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숫자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배려를 했어요.
그 뿐인 줄 아세요?
해당 숫자의 대상은 컬러로, 그 나머지는 라인으로 처리해서
아이들이 각 숫자를 더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게끔 한 센스가 돋보인답니다.
네 살배기 저희집 아이가 숫자놀이에 한창 재미가 들어서 그런지
봉숭아 하나 둘 셋도 참 좋아하더라고요.
"엄마, 엄마! 꿀벌 있어요. 꿀벌! 여섯 개."
"○○아, 꿀벌은 마리라고 하는거야. 여섯 마리. 꿀벌이 여섯 마리 있었구나."
한창 숫자를 세던 아이가 손톱이 빨갛다고 하네요. 손이 아프다고요. 저런저런~
그래서 봉숭아물을 들인거고 어떻게 들이는 지 설명해 줬어요.
열심히 설명해 주었는데 아직 잘 이해 못하는 눈치네요.
가만 생각해보니 아이는 아직 봉숭아물을 들이는 걸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었던 거예요.
저 역시 성인이 되고나서는 봉숭아물을 한 번도 들인 적이 없어요.
길 가에 봉숭아꽃이 피어있는 것을 봤는데 오늘 나가서 꽃잎과 잎을 따 볼까요?
하나 둘 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