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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밥 먹기 싫어 ㅣ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22
이민혜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6월

"난 밥 먹기 싫어."

 

참 낯익은 말 아닐런지요? 어린 아이들을 둔 집이라면 한 번쯤, 아니 종종 듣는 말일거예요.

표지에 수건으로 마스크까지 하고 팔짱을 낀 채 앉아 있는 모습이 아주 단단히 마음 먹은듯

밥 먹으라고 성화인 엄마랑 대결하겠다는 모습이에요. 얼마나 웃음이 나오던지요.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마냥 웃을 상황은 아닌 거 모두 공감하실 거예요.

밥 먹어라, 먹어라 아무리 불러도 과자를 먹겠다, 빵을 먹겠다 하며 버티는 아이를 보면

성인군자인 엄마도 욱! 하게 되어 있잖겠어요?

 

책의 주인공과 그 엄마도 그런 장면을 연출하고 있어요.

밥 먹자! 는 엄마의 부름에 아이는 급히 장난감 총과 손수건을 찾아 마스크를 만들고

장난감 총을 움켜쥔 채 식탁 앞에서 대치를 합니다.

순식간에 엄마는 밥통 로봇이 되었고요. 아이가 끝까지 버티자 엄마는

야채괴물로 공격을 시작해요. 아이는 질 새라 장난감 총에서 지렁이를 발사해

기어코 승리를 하게 되죠. 그러고는 좋아하는 과자 사탕으로 배를 채웁니다.

신나게 먹고 있는데 이게 웬일일까요?

갑자기 몸이 둥실둥실 부어 오르더니 곧 터질 듯 빵빵해 진 거예요.

지렁이같은 괴물 벌레들이 깨물기도 하고요.

"엄마 살려줘!"

"무슨 소리야 밥 먹으라니까."

상상이었습니다. 얼마나 다행이에요.

"밥 먹기 싫은데..."

아이는 시무룩 해졌지만 아마 얌전히 앉아 밥을 먹었을 거예요.

 

참 공감이 많이 가죠? 한 번에 밥 먹으라는 말을 잘 듣고 얌전히 앉아 밥을 먹으며

엄마도 우아한 식사 장면을 연출해내는 집은 과연 몇 일까요? 갑자기 궁금해져요.

저희집 꼬마가 둘인데요. 작은 아이는 밥도 간식도 너무나 잘 먹어서

전혀 걱정 없이 신경을 안쓰는데 큰 아이가 요즘 심심찮게 저 말을 한답니다.

"○○아 밥 먹자."

"싫어요. ○○이 밥 안 먹을래요."

이러면서 밥을 정말 안먹고 책 주인공처럼 버티느냐고요?

그건 아녜요. 왜냐하면...

예전에 두 돌 지나서인가 뻥튀기만 먹겠다고 밥을 안먹겠다는 아이에게 그럼

밥도 뻥튀기도 모두 먹지 못할 것이라며 제가 밥을 주지 않았었거든요.

원래 식사 시간에서 한 두어 시간 지나니까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가 갑자기

자기 밥그릇을 제 앞에 들이밀며 "엄마 맘마. 맘마."

이러는거예요. 그 이후로 밥 안먹는다고 말은 해도 제가 정말 주지 않을걸 아는지

진짜 안먹지 않아요. 밥 다 먹고 나서 간식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

왜 당시 TV에서 육아전문가가 아주 어린 젖먹이 아이들이야 꼭 챙겨 먹어야 하지만

조금 큰 아이들이 그러면 한 끼쯤 안준다고 큰 일이 안난다잖아요.

그래서 큰 결단을 했던 것이죠. 마음이야 너무 아팠지만 식습관은 바로 잡아주는게

엄마의 역할이잖아요. :)

 

책을 보다보니 그 때 생각이 났어요. 웃음도 나고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요.

네 살이 된 아이가 그래도 이제 간식으로 배 채우겠다고 안해서 참 다행이에요.

엄마들 어떠세요? 만약 이 책의 아이와 엄마처럼 대치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제가 사용한 최후의 방법을 사용해 보시는건요.

특효약이에요. 아프고 미안한 마음에 잠시 눈감아 주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