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데구루루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20
허은순 지음, 김유대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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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디보 꺼내 주세요, 디보!"

며칠 전 한창 설거지를 하고 있는 제게 큰 아이가 SOS를 보냅니다.

디보가 뭐냐고요?

아이가 좋아하는 직소퍼즐조각에 디보라는 선물공룡이 그려져 있는데 그걸 말하는 거지요.

"디보가 어디 있는데 꺼내 달라는거야?"

물에 젖은 손을 닦으며 물어보니 소파 밑을 가리키며

"아기가 넣었어요. 디보 꺼내주세요." 이러잖겠어요?

이제 두 살이 된 둘째가 첫째아이의 퍼즐조각을 소파 밑으로 집어넣어 버렸나봅니다.

저희집 소파가 앉은뱅이라서 바닥에 납작하게 붙어있는 형태거든요.

당최 이 큰 덩치소파를 혼자 움직이기도 힘들어서 50cm 플라스틱 자를 꺼내 왔죠.

휙~ 휙~ 한 번 자를 휘저을 때마다 물건이 하나씩 먼지를 데리고 나오더군요.

"엣췻! 에엣취!" 재채기를 하는 엄마가 재미있어 보이는지 두 아이는 깔깔 거리고

그 와중에도 디보가 안나왔다며 빨리 꺼내달라고 성화입니다.

몇 번 휘저으니까 디보퍼즐조각이 나왔어요.

언제 들어갔는지 모를 아이들 장난감과 요쿠르트를 먹었던 빨대,

그리고 젓가락 한 짝은 대체 왜 들어가 있는지... 아무래도 작은 아이 소행 같습니다.

디보를 찾았다고 다시 앉아 퍼즐 맞추기 삼매경에 빠진 아이와 그 옆에서 구경하는 작은 아이.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꼭 책 속의 주인공 같지 뭐예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파란 구슬을 아빠가 같이 놀자고 했다가 장롱 밑으로 쏘옥 들어가니

찾아달라며 울고 불고 하는 모습이요. 다른 새 구슬을 사주겠다는 말도 필요 없었지요.

그 파란 구슬은 주인공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슬이니까요.

결국 아이의 아빠는 장롱의 이불과 물건을 모두 꺼내고 낑낑 장롱을 옮겨

파란 구슬을 찾아주게 됩니다. 그 때 나온 것은 파란 구슬 뿐이 아녜요.

동전도 몇 개 있고, 잃어버린 레고 조각도 하나 나오고요, 조그만 단추도 보였어요.

 

그러고보니 저도 이와 같은 기억이 있네요. 뭘 찾겠다고 장롱이나 서랍장, 침대 밑을 살펴보다가

생각지도 못했거나 오래전에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게 되는 것이요.

당시엔 몰랐지만 그렇게 찾게 되면서 더 소중해지고 새롭게 느껴지는 물건들도 있었답니다.

아마 이런 경험은 어느 집이나 있겠지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저와 같은 생각 들지 않으셨어요? 재밌잖아요.

먼지 알레르기가 있어서 구석을 뒤질 때마다 끊임없는 재채기에 눈물까지 찔끔 흘려야 하긴 하지만

뭘 찾아낼 때면 어? 이런게 있었네 하며 즐거워지는 느낌이요. 아직 어린아인가봐요. 하하하~

 

책을 읽으면서 감회가 새로웠답니다. 재미있는 일러스트 덕분에 더 친근감도 느껴지고요.

"엄마! 장난감 꺼내 주세요~." 아이가 또 성화입니다.

오랜만에 플라스틱 자를 들고 다시 소파 밑이며 서랍장 밑을 휘저어 볼까요?

오늘은 뭐가 나올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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