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를 찾아서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58
조성자 지음, 홍정선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친구를 찾아서..
엄마 찾아 삼만리도 아니고 내 친구를 찾아서라니
과연 그 내용은 무엇일지 사뭇 궁금해졌습니다. 

주인공은 민석이라는 아이입니다.
할머니가 위독하시다는 긴급한 전화가 걸려오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민석이에게 닥쳐올 많은 변화를 예고해 주는듯 하지요.
위독하셔서 응급실에 가신 할머니는 결국 돌아가셨고
그로 인해 민석이는 큰 정신적 타격을 받게 돼요.

할머니. 할머니는 민석이의 글짓기 대상이 될 정도로
민석이에게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아니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친구였어요.
가꾸시던 맛나밭(배추밭)의 모든 생명들과 이야기를 나누실 줄 알고,
신앙심이 깊으며,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이웃에게
봉사하시는 정말 훌륭한 분이셨고, 그래서 민석이는 오로지 할머니하고만
친구를 했지요. 늘 일 때문에 바쁜 엄마아빠를 대신해
그 허한 마음을 채워주시던 분은 오직 할머니 뿐이었으니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몰라요.
민석이는 할머니 외에 또래 친구가 없었는데요.
친구들에게 소위 왕따를 당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그렇게 혼자 두었던 거예요.
왜 그랬을까요? 왜 친구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까요?
근엄한 모습만 보여 주시는 할머니가 아닌 친구처럼 편안하게 품어주시는
그런 할머니였기에 아직 친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하기에는.. 

제 생각일 뿐이지만 아마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요. 물론 민석이는 그런 마음을 부정했지만요.
생전에 할머니는 그런 민석이가 늘 안타까우셨고 늘 친구를 데려오기를
마음 속 깊이 바라시죠. 그런 마음을 보물찾기 놀이로 표현하시기도 했어요. 

[ 우리 민석이 친구 데러오기, 할머니는 고구마탕 해주기 ]

때로 맞춤법이 틀리기도 해서 민석이와 동생 준석이가 깔깔대기도 했지만
할머니의 깊은 사랑을 느꼈답니다. 그런 할머니가 하늘나라에 가셨으니
사춘기에 들어선 민석이는 공허함에 빠지곤 했어요.
아직 친구가 필요없다고 생각해왔던 민석이는 준석이와 놀이 중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바람이 적힌 쪽지를 우연히 발견하고 친구를 사귀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그리고 친구에 대한 기준을 세웠어요.

1. 공부 잘 하는 아이
2. 운동도 적당히 할 줄 아는 아이
3. 절대 왕따가 아닌 아이
4. 약간의 유머 감각이 있는 아이
5. 절대 이기적이지 않은 아이
6. 어느 정도 유행을 따라갈 줄 아는 아이

세상에! 이건 거의 완벽한 사람이잖아요. 그런 기준을 세우고
반 친구들을 둘러 보니 조건에 해당하는 친구는 없었던 거예요.
자격을 모두 갖춘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고요.
정작 그 조건을 쓴 민석이 조차도 1번과 5번에 속한다고 스스로 생각했으니까요.

그런 민석이에게 먼저 다가온 것은 짝꿍이었던 호식이었어요.
호식이는 글짓기 시간에 할머님 성함을 보고 여자친구인 줄 알고 놀려댔다가
싸움을 하게 되었는데 후에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를 하고
할머니의 장례식에도 와 준 친구였죠. 그렇지만 음성틱 장애를 가지고 있던
호식이는 친구들에게도 마마보이라고 불리웠기 때문에 절대 친구할 수 없다는
생각을 민석이는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호식이에게서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자신을 발견해요.
어느 날, 위험에 빠진 민석이 동생 준석이를 호식이가 구해 주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함께 자전거도 타며 호식이와 좀 더 가까워진 민석이는
호식이를 위해 처음으로 마음이 담긴 선물을 해주게 됩니다.
그게 뭐냐고요? 하핫~ 비밀이에요.
그렇게 민석이와 호식이는 우정의 탑을 쌓게 되었어요.

그리고 민석이와 호식이는 세상에서 최고 수다쟁이가 되었답니다.
자신의 선물을 만들고 전해 주려다가 팔에 캐스트까지 하게 된 민석이를 위해
등하교길을 함께 해주는 호식이. 게다가 스트레스가 줄어든 호식이는
음성틱 장애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요. 이런게 우정인가봐요.

민석이는 할머니의 바람대로 좋은 친구를 사귀었어요.
그것은 할머니가 맛나밭에 배추를 심으시고 정성껏 기르시듯이
민석이의 마음에 사랑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좀 더 빨리 열매를 맺었으면 친구를 데려오는 민석이의 모습에
할머니께서 더욱 기뻐하셨겠지만 호식이와의 우정이라는 열매를
너무나 예쁘게 맺어낸 민석이. 할머니도 자랑스러우셨겠죠?

맛나밭에는 배추를 심고, 민석이의 마음밭에는 사랑을 심고 -

내 친구를 찾아서, 본 책은 화려한 모습이 아니라 마치
아이가 직접 일기를 쓰고 그림을 그려낸 것처럼 소박한 느낌이에요.
이건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생하게 엮어내기 위한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따뜻한 배려라는 생각이 많이 든답니다.
소중하게 간직했다가 제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읽어주려고요.
마음 밭에 저도 씨앗을 뿌려주고 싶어요. 

책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저는 민석이와 호식이의 곁에서 그들의 우정을 마치
곁에서 보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또 민석이가 호식이와 친해지면서 느낀 것이 있었는데요.
할머니와 이야기를 할 때엔 구수한 된장찌개 맛이 났었다면
호식이와 이야기를 할 때엔 탱탱한 스파게티나 쫄깃쫄깃한 떡볶이 맛이 난다는 것을요. 

하!! 그 기분 알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야 스파게티는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지만
쫄깃쫄깃 매콤달콤한 떡볶이!
친구와 맛있는 떡볶이 집에 다녀오기 위해 버스로 네 정거장을 오가야 했지만
그동안 수다를 떠느라 왕복 버스 여덟 정거장의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아쉬움을 느낀 적이 많았으니까요.
민석이와 호식이의 우정이 쌓여 가는 모습을 보니 저도 옛추억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그 친구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런지...
문득 보고 싶습니다. 민석이가 호식이라는 친구를 찾았듯이..
저도 제 친구를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뚜,뚜,뚜- 전화를 걸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말해줘야죠.
친구야,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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