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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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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나이가 쉰 살 밖에! 되지않은 나는
이 책을 읽다가 자주 웃었는데
뒷부분을 읽다보면
문득 아까 내가 왜 웃었는지 기억이 안나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이미 읽었던 부분을 들춰보곤 했다.
그러면서 '맞다. 아까 웃었던 부분이 여기였지'하며 또 웃었는데
막상 마지막 책장을 다 덮은 후에는
재밌었다는 생각보다는 뭔지 모를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건 아마 작가가 책 속에서 시종일관 유머와 냉소로 이야기하는 것이
늙음과 죽음과 병이라는
결코 우스울 수 없는 문제에 관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읽을수록 나는 작가인 사노요코에게 매력을 느꼈는데
그녀는 이제껏 내가 본 적 없는 새로운 유형의 노인이었다.
간혹 나이에 맞지 않게 욱하기도 하고
돌출행동도 하지만
뭐랄까 일반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60대 어른들에게서 발견하기 어려운
순수함이랄까 당당함이랄까 용기랄까
아무튼 그런 그녀의 독특함이 나는 정말 좋았다. 

여전히 육필 원고를 고수하는 이 작가 할매는
"이미 늙었으면서도 젊은이나 요즘 시대를 필사적으로 따라잡으려드는 노인은 볼썽사나워서 싫다"며 시대적 흐름에 뒤처지는 것쯤 우습게 생각한다.
또 TV 요리프로그램에서 "꽁치 오렌지 주스 영양밥"이라는 요리 강습을  보고 "얼마나 끔찍한 요리인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만들어 먹어보더니
의외로 맛있다는 것을 인정할 만큼 열린 마음을 소유한 실천력과 실험 정신을 갖춘 노인네다.
거기에 더해 관공서의 권위주의와 불합리한 행정에 대해서 만큼은 절대 참지 못하는 시민 의식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이 좌충우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는 어쩌면 이런 할매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면에서는 터무니없이 보수적이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말할 수 없이 진보적인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발설하는 그녀의 글들에서
나는 자주 대리 만족을 느꼈다.
게다가 죽음 앞에서조차 전혀 쫄지 않는 그녀의 담담함과 당당함이라니...

그녀의 다른 에세이집 <어쩌면 좋아>에서도 말했듯
사노 요코는 죽는 것은 조금도 두렵지 않지만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폐인이 되어
몇 십년이고 살아야 하는 것이 더 두려우며
그 보다는 차라리 죽음이 보장되는 암에 걸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바람대로? 암에 걸리는데
암 수술을 받고도 그녀는 마음껏 담배를 피우고
자신은 싸움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투병따윈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입원중 접하게 된 한류 드라마에 빠져
모처럼 자신에게 찾아온 화사한 마음에 행복해한다.

여명이 2년 남았다는 소리를 듣고
아무런 회한도 원망도 없이
곧바로 초록색 재규어를 사러 가는 이 할매.
그리고 일주일만에 그 차를 너덜너덜한 헌 차로 만들어버리는,
나이 일흔에 죽는 게 꿈이었다고 말하며
암 선고에도 시한부 선고에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쿨해도 너무 쿨한 이 할매.
나는 이 할매가 아니 이 언니가 정말 좋았다.

"내게는 지금 그 어떤 의무도 없다.
아들은 다 컸고 엄마도 2년전에 죽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죽지 못할 정도로 일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남은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수년 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인간은 신기하다.
인생이 갑자기 알차게 변했다.
매일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

누구나 죽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그것이 실체로 다가오기 전까지
인간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에 대해 실감하지 못한다.
그래서 죽음이 멀리 있을 땐
늘  빨리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 조차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면 더 살고 싶어 몸부림 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에
나는 그녀가 정말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여전히 이런 생각을 유지하며
죽음과 다정하게 손을 잡을 수 있었을까가 진심으로 궁금했다.
그래서 읽게된
그녀의 다른 에세이집 <죽는게 뭐라고>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남은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수년 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인간은 신기하다.
인생이 갑자기 알차게 변했다.
매일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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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납치하다 ㅣ 인생학교에서 시 읽기 1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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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을 펼쳐 읽는 순간, 조심해야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부터 프랑스의 무명 시인, 아일랜드의 음유 시인, 노르웨이의 농부 시인과 일본의 동시 작가가 당신을 유혹할 것이다. 

그럼 당신은 시의 해변에서 홀로 시를 맞아야 하고, 

감정의 파도로 운율을 맞추며 시의 행간을 서성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인들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인생은 물음을 던지는 만큼만 살아지기 때문이다. 

시인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시인이 될 수 없다면 시처럼 살라고."


작가가 후기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책에는 다양한 시인들의 작품과 삶이 실려있고 
그것에 대한 류시화 시인 자신의 느낌과 생각들이 담겨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시해설서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해설이 필요할 만큼 어려운 시가 없기때문이다. 
시 자체에 대해 해석한다기 보다는 시를 매개로 
류시화 시인이 늘 강조해온
삶의 태도나 세상과의 관계맺음, 깨달음 같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이 책의 부제가 "인생 학교에서 시 읽기"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시를 통해 
각기 다른 시인들의 삶과 철학에 대해 읽어내려가다보면 
결국 시인의 삶과 시가 서로 멀지않고 
그들과 내가 사는 삶이 그리 다르지 않음을 알게된다. 
단지 시 한 편 만으로 시인과 시 그리고 독자인 나 사이의 
시, 공간적 거리가 좁혀지고 공감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 사이를 이어준 류시화 시인의 명료하고 단순한 언어들 역시...

이 책은 시를 좋아하고 많이 읽는 사람보다는 
시를 좀처럼 읽지않는, 
어쩌다 읽더라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비유와 의미 사이에서 자주 길을 잃고 
결국은 쉽게 포기하고 마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시는 일종의 '유리병 편지'와 같다. 
그 유리병이 언젠가 그 어딘가에,
어쩌면 누군가의 마음의 해안에 가닿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시인이 유리병에 담아 띄우는 편지 말이다."

책의 뒷부분에서 작가가 인용하고 있는 파울 첼란의 말처럼 
이 책은 류시화 시인이 
독자로서 여러 시인들로부터 받은 유리병 편지에 대한 답장이라 할 수 있겠다. 
그가 받은 유리병 편지와 함께 그의 답장까지 받게된 나는 
또다른 유리병 편지인 이 글을 쓴다. 
물론, 최종적인 나의 답장은 
이 책의 시가 내게 던진 물음들에 답하면서 
또 새로운 물음을 던지는 내 삶을 통해 씌여져야하겠지만 말이다. 



삶의 지혜는 파도를 멈추는 것이 아니다.
파도타기를 배우는 것이다.

심장 안에 아픔이 가득해도...중략...
단지 삶의 작은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한다.
누군가가 양탄자를 때릴 때, 그 때림은 양탄자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먼지를 털어 내기위한 것이므로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세가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죽을 수 밖에 없는 것들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들에 의지하고 있음을 깨닫고
그들을 가슴 깊이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

나무는 밖으로 잎을 피워 다른 나무들과 어우러지지만
비바람으로 인한 나이테는 안으로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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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여행하는 법 - 세상에서 가장 값싸고 알찬 여행을 위하여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지음, 장석훈 옮김 / 유유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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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날 이유는 '그냥. 떠나고 싶으니까' 딱 하나지만 
떠나지 못할 이유는 수십가지도 넘었던 이번 여름.
책제목만으로도 내게 위로와 기대감을 주었던 이 책
<내 방 여행하는 법>


이 책의 작가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1763-1852)는
문학과 회화, 음악,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인물이다. 
그는 1790년에 당시 불법행위로 규정되었던 결투를 벌였다가 
42일간의 가택연금형을 받았는데 
그 기간 동안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강제적으로 갇혀 지내야하는 갑갑한 시간을 
자기 방 여행이라는 기발한 생각으로 다르게 바라본
그의 상상력과 긍정성이라니~

드 메스트르가 여행 장소로 삼은 그의 방은 
"북위 45도에, 동서 방향으로 놓여있으며 
벽에 바짝 붙어서 걸으면 둘레가 서른여섯 걸음 나오는 장방형"의 
공간이다. 
이 여행을 떠나기?위해 그는 일단 파자마로 갈아입은 후
방 안에 놓인 소파나 의자, 침대 사이를 이동하며 
사물들을 바라본다. 
실제의 여행이 그러하듯 
그의 여행은 그가 마주치는 사물들이나 장소들이 환기시키는 

사유와 통찰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따금씩 글의 목적을 알 수 없는  
뜬금없고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해 
때론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점이 

순진하게도 책 제목-내 방을 여행하는 법-을 그대로 믿고 
멀리 떠나지 못하는 대신 

만만한 내 방 여행을 위한 안내를 기대한 
나같은 독자에겐 매우 실망스럽기도 했다. 

사실 이 책은 내 방을 여행하는 방법에 대한 실용적인 고찰보다는 
여행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여행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낯익은 것을 새롭게 보고자하는 여행자의 마음가짐이라는 사실 말이다. 


"오늘은 내 운명을 쥐고 있던 사람들이 

내게 나의 자유를 돌려주는 날이다. 

그들이 정말 내게서 그것을 빼앗기나 했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나의 자유를 박탈하고 

내 앞에 항상 드넓게 펼쳐진 이 넓은 세상을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한 것을 두고 

순간이나마 좋아했다면 말이다. 

그들은 내게 어떤 곳도 가지 못하도록 했다. 

대신 그들은 내게 이 우주 전체를 남겨 놓았다. 

무한한 공간과 영원한 시간이 내 뜻에 좌우되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즉 가택연금이 끝나는 날 쓴 글에서 작가가 밝히고 있듯 
마음 먹기 따라서 인간은 주어진 공간을 
무한 확장해나갈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인간만이 가진 상상력의 힘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과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볼 수 있는 열린 마음을 소유할 수 있다면 
일상의 모든 공간과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여행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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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 신영복의 언약, 개정신판
신영복 글.그림 / 돌베개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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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첫 글을 고민하다  
오래 전 읽은 이 책이 떠올랐다. 
처음의 마음을 기억하고 싶어서 
다시 읽어본 신영복 선생님의 <처음처럼>

대학 시절 처음 읽었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부터 
<더불어 숲><나무야 나무야><담론> 등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한결같이 잔잔하고 따뜻하게 삶을 대하는 태도
특히, 고난과 역경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깨달음을 주시는 신영복 선생님. 
이 책 <처음처럼>은 
그 분이 쓰신 글들과 글씨, 그림을 편집해 모아놓은 책이다. 


신영복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벅찬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이유는 
그 분이 가진 사상이 그 분의 삶을 통해  
온전히 구현되었기때문일 것이다. 
20년간 갇혀있던 감옥생활이
그 때까지 관념적 지식인으로 살아온 묵은 때를 벗고 
인간에 대해 이해하게된 "진짜 학교"였다는 
그 분의 고백을 들으며 
결국 삶에서 중요한 것은 
주어진 상황이 아니라 
그에 대한 나 자신의 반응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은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 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큰 슬픔을 견디기 위해서
반드시 그만한 크기의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작은 기쁨 하나가 큰 슬픔을 견디게 합니다.
우리는 작은 기쁨에 대하여 인색해서는 안됩니다.
마찬가지로 큰 슬픔에 절망해서도 안됩니다.
우리의 일상은 작은 기쁨과 우연한 만남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아픔이
세상의 수많은 아픔의 한 조각임을 깨닫고
나의 기쁨이
누군가의 기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리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줍니다.

어제가 불행한 사람은
십중팔구 오늘도 불행하고,
오늘이 불행한 사람은
십중팔구 내일도 불행합니다.
어제 저녁에 덮고 잔 이불 속에서
오늘 아침을 맞이하기때문입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어제와 오늘 사이에는
‘밤‘이 있습니다.
이 밤의 역사는 불행의 연쇄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입니다.
밤의 한복판에 서 있는 당신은
잠들지 말아야 합니다.
새벽을 위하여 꼿꼿이 서서 밤을 이겨야 합니다.

역경을 견디는 방법은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며,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수많은 처음‘을 꾸준히 만들어 내는 길밖에
없다고 할 것입니다.
수많은 처음이란 결국 끊임없는 성찰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목이 잎사귀를 떨고
자신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성찰의 자세가
바로 석과불식의 진정한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석과불식의 의미는
씨 과실을 먹지않고 땅에 묻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어려움이든 한 사회의 어려움이든
역경을 견디는 자세에 관한 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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