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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여행하는 법 - 세상에서 가장 값싸고 알찬 여행을 위하여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지음, 장석훈 옮김 / 유유 / 2016년 3월
평점 :
여행을 떠날 이유는 '그냥. 떠나고 싶으니까' 딱 하나지만
떠나지 못할 이유는 수십가지도 넘었던 이번 여름.
책제목만으로도 내게 위로와 기대감을 주었던 이 책
<내 방 여행하는 법>
이 책의 작가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1763-1852)는
문학과 회화, 음악,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인물이다.
그는 1790년에 당시 불법행위로 규정되었던 결투를 벌였다가
42일간의 가택연금형을 받았는데
그 기간 동안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강제적으로 갇혀 지내야하는 갑갑한 시간을
자기 방 여행이라는 기발한 생각으로 다르게 바라본
그의 상상력과 긍정성이라니~
드 메스트르가 여행 장소로 삼은 그의 방은
"북위 45도에, 동서 방향으로 놓여있으며
벽에 바짝 붙어서 걸으면 둘레가 서른여섯 걸음 나오는 장방형"의
공간이다.
이 여행을 떠나기?위해 그는 일단 파자마로 갈아입은 후
방 안에 놓인 소파나 의자, 침대 사이를 이동하며
사물들을 바라본다.
실제의 여행이 그러하듯
그의 여행은 그가 마주치는 사물들이나 장소들이 환기시키는
사유와 통찰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따금씩 글의 목적을 알 수 없는
뜬금없고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해
때론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점이
순진하게도 책 제목-내 방을 여행하는 법-을 그대로 믿고
멀리 떠나지 못하는 대신
만만한 내 방 여행을 위한 안내를 기대한
나같은 독자에겐 매우 실망스럽기도 했다.
사실 이 책은 내 방을 여행하는 방법에 대한 실용적인 고찰보다는
여행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여행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낯익은 것을 새롭게 보고자하는 여행자의 마음가짐이라는 사실 말이다.
"오늘은 내 운명을 쥐고 있던 사람들이
내게 나의 자유를 돌려주는 날이다.
그들이 정말 내게서 그것을 빼앗기나 했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나의 자유를 박탈하고
내 앞에 항상 드넓게 펼쳐진 이 넓은 세상을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한 것을 두고
순간이나마 좋아했다면 말이다.
그들은 내게 어떤 곳도 가지 못하도록 했다.
대신 그들은 내게 이 우주 전체를 남겨 놓았다.
무한한 공간과 영원한 시간이 내 뜻에 좌우되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즉 가택연금이 끝나는 날 쓴 글에서 작가가 밝히고 있듯
마음 먹기 따라서 인간은 주어진 공간을
무한 확장해나갈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인간만이 가진 상상력의 힘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과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볼 수 있는 열린 마음을 소유할 수 있다면
일상의 모든 공간과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여행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