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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기술
케빈 애슈턴 지음, 김하현 옮김 / 생각의힘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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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벽화에서 생성형 AI까지, 바뀐 건 '스크린'뿐이었다.

수만 년 전 조상들에게 동굴 벽은 스크린이었다.
횃불이 흔들리면 울퉁불퉁한 벽에 겹쳐 그린 동물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이미 애니메이터이자 영화 제작자였던 셈이다.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언어가 이야기를 만든 게 아니라
이야기가 언어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 뒤로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 계속 바뀐다.
구텐베르크는 인쇄기만 만든 게 아니라
'대중을 설득하는 방법'을 발명했다.
책이 쏟아지자 서로 부딪치는 이야기도 늘었고,
인쇄됐다고 해서 진짜라는 보장도 사라졌다.
이야기는 점점 '진짜처럼 보이는 것'을 두고 경쟁하기 시작했다.
신과 영웅 대신 평범한 사람이 주인공이 됐고,
사진이 등장하자 곧이어 요정과 노는 가짜 사진도 나왔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그 끝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것이다.

음모론, 언리얼엔진으로 만든 실사 같은 사람, AI가 만든 영화까지.
이제는 진짜와 가짜를 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저자의 해법은 단순하다. 비판적 문해력.
그리고 그 출발은 우리가 결코 중립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로 생각하는 존재이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액정 디스플레이나 영상 해상도 같은 기술 설명이 길어
그런 쪽으론 영 약한 나는 조금 힘들게 읽히는 부분도 없지않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책 말미에 저자의 짧은 편지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네 명에게 추천해 달라고,
그게 이어지면 1,000명이 된다고.
이야기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건너가며
세상을 바꿔온 역사를 다 읽고 나니,
그 부탁마저 이 책의 마지막 장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 리뷰는 추천 꾹! 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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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질 육아 - 아이의 타고난 바탕을 인정하고 강점을 키우는 부모의 기술
차지민.김남욱 지음 / 저녁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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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같은 배에서 나왔는데 어쩜 이렇게 다른지.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딸 셋을 키우며 지인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훈육할 때, 같은 말을 해도
첫째는 상처받고,
둘째는 흘려듣고,
셋째는 반대로 행동한다.

아이마다 타고난 기질을 정확히 알고
그에 맞게 키워야겠다고 고민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첫째가 어릴 때, 몇 번 봤던 주제의 책이지만,
그때와는 또 다르게 다가온다.

✔️ 꽃씨를 더 풍성하게 피울 수는 있어도 사과나무로 키울 수는 없다.

기질은 평생 변하지 않는 성격이 아니라,
아이가 세상과 관계 맺고 반응하는 방식의
바탕이 되는 ’타고난 행동 패턴‘이다.
부모가 할 일은 아이를 바꾸는 게 아니라
아이의 씨앗을 알아보고 잘 키워주는 것.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인내력 같은 타고난 기질과
자율성, 연대감, 자기초월 같은 후천적 성격으로 나누어
특징과 양육 전략을 표로 정리해 두었는데,
이렇게 보니 아이들의 각 기질 성향과
그래 맞는 육아법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

위험회피가 높은 아이에게는 새로운 자극을 조금씩 노출하고
쉬운 과제부터 성공 경험을 쌓게 하되,
무엇보다 부모의 불안이 낮아야 한다는 식이다.
우리 아이들을 하나씩 대입해 보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 뇌파 검사와 기질 검사를 함께 활용한 사례들도 설득력 있었다.
능력은 충분한데 행동 개시에 에너지가 많이 드는 아이를
’의지가 부족하다‘고 다그치기보다, 동기를 부여하려 애쓰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이도록 환경과 루틴을 만들어주라는 조언은
우리 아이에게 바로 적용해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의 성향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사례를
볼때면 바로 적용해보기도 했다.

요즘 한창 걱정하던 부분이기도 해서 정말 유용했다.

모든 아이에게 통하는 정답 육아는 없다.
아이가 쉽게 흥분하고, 불안해하고, 포기하는 것이
부모가 잘못 키워서가 아니라
그렇게 타고났기 때문이라는 말은
적잖은 위로가 된다.

화기애애하고 시끌벅적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각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엄마라는 자책을 하기 마련이었는데
생각보다 더 실용적인 도움이 되었다.

아이마다 다른 모습 때문에 지친 부모,
특히 형제자매의 차이로 고민하는 부모에게 추천 꾹𖤐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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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의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 무례한 세상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니체의 말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수정 옮김 / 부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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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를 사랑하고 존경하고,
자신의 모든 삶에 나체의 철학을 적용시켜 사는
일본 메이지 대학 문학부 교수, 사이토 다카시

그가 니체라는 거대한 산을 오르는 초심자에게
건네는 지팡이같은 책,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험준한 원전의 등반로 대신, 완만하게 다듬어진 오솔길을
안내해주는 느낌이다.

원전을 반쯤 읽고 이 책을 읽은 나로서는 더 쉽고 반갑게 읽혔던 책◡̈
원전의 나머지 반을 읽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원전을 읽는 아찔한 현기증은 느낄 수 없으니,
충격의 도가니와 같은 원전의 맛을 보려면
역시 원전 그대로를 다 읽은 후,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이 짚어 준 이정표들은 분명 정확하지만,
다만. 저자는 종종 나체의 말을 되뇌이고,
약간의 찬양조라 할까.. 니체 팬으로써 쓴,
니체 고유의 날카로움을
저자의 온화한 자기계발서 톤으로 살짝 희석한 느낌.

그럼에도 이 책은 제 몫을 한다.
니체를 처음 만나는 이에게 진입장벽을 낮춰주고,
이미 니체를 만나본 이에게는 낯익은 구절들을 한 번 더
오늘의 언어로 되새겨주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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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한계를 긋는 자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ㅣ 삼국지략 시리즈 2
제갈량 지음 / 트라이어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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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세 번 이상 읽은 자를 경계하라는 말이 있다.
열 권짜리 소설로 한 번 읽었고, (소설로 더 읽어야겠네🫣)
유명한 전략삼국지 60권 만화를 서너번은 넘게 읽은 것 같다.
초등학교 때 빌려 읽다가 너무 재밌어서 몽땅 사달라고 했던 기억.

당시 나는 제갈량에게 정말 매료되었었다.
그의 지혜와 천재성, 충성심과 절개, 냉철함, 단호함,
통찰력, 원칙주의, 대의, 침착함, 인내와 절제 등등
그를 참 많이 사랑했다.

⠀ ⠀ ⠀⠀⠀⠀⠀⠀ ⠀⠀⠀⠀⠀ ⠀⠀
관우, 장비, 유비가 차례로 죽고
제갈량이 죽으며 촉이 멸망할 때는
매번 같은 지점에서 통곡을 하며 울었다.
그리 분할 수가 없었다.

⠀ ⠀ ⠀⠀⠀⠀⠀⠀ ⠀⠀⠀⠀⠀ ⠀⠀
제갈량의 삶은
앞으로 나아가는 법보다
멈추어 바라보는 태도를 보인다.

침묵 속에서 조용히 판을 읽고,
승산 없는 길에서도 자신의 뜻을 거두지 않는다.

사람들이 분노할 때는 그 마음을 가라앉혔고,
세상이 분주히 움직일 때, 그는 가만히 있었다.
육체보다 머리로 바쁘게 온 판을 읽으면서.

침묵은 망설임이 아니라 가장 치열한 움직임이었을 뿐.
더 먼 곳을 바라보고 더 큰 판을 짜곤 했다.

이제 잊혀질만한 지략일지 모르겠다.
이제는 낡아버린...
왜 그렇게까지 해야해?
왜 그렇게 아둥바둥 치열해야해?
요즘은 즐기면서 협력해야지.

물론.

왜 지금 이 책이 나에게 왔을까.
내가 어린 시절 그토록 매료되었던
제갈량의 태도가 살아 움직였다.

멈춰야할 때 멈출 것.
단호해야 할 때 단호할 것.
감정에 휩쓸리지 말 것.
정에 약해지지 말 것.
나약함을 잘라버릴 것.

당장의 편안함보다 조금 더 먼 곳을 바라보고,
그 지점에 가 있는 내 자신을 바라볼 것.

이길 수 없어도, 승산이 없어도,
해낼 수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세운 뜻과 태도를 끝까지 저버리지 말 것.
그 길에 당도하는 과정의 나를 바라 볼 것.
끝내 포기하지 않고 나와의 약속을 지킬 것.

오래된 지략은 낡았을 지 모르겠으나,
그 안의 태도까지 낡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다시금 생각한다.

왜 하필 지금.
이 책이 나에게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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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 ㅣ 서양철학전집 하이엔드 고전 2
호메로스 지음 / 클래시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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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보통 회피하는 성격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파도는 마주보기보다 등을 돌리는 편이
차라리 순한 항해라는 것을 알기에,
반 년간 등지고 표류했던 문제가 하나 있다.
키클롭스의 동굴같은 문제.
이 앞의 문제를 헤쳐나가지 않으면 도무지 햇빛을 보기 힘든..

오귀기아의 섬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음을 안대도,
떠나지 못하는 날들은 있는 법.

더는 미룰 수 없는 마음의 순간이 기어이 찾아왔고,
나는 마침내 그 거인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를 결정했다.

그 결정을 하는 게 한 몫한 책이,
<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이다.

오디세우스가 갑판 위에서 하늘 을 향해 분노하거나 허공에 주먹질하지 않았을 리 없다 고 생각한다. 그는 신이 아니라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가 그 모든 짓들을 오래 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분노는 파도처럼 왔다가 파도처럼 물러났고, 그는 결국 다시 돛을 올렸다.
나는 이 장면에서 오래 멈춰 선다. 원망은 정당하다. 억울함도 정당하다.
그러나 억울함이 정당하다는 이유만으로 분노에 오래 머무는 것이
과연 생존에 이로운가. p.18

⠀ ⠀ ⠀⠀⠀⠀⠀⠀ ⠀⠀⠀⠀⠀ ⠀⠀
생존에 이롭냐니.
결코 아니었다. 나는 숨막히게 매일을 괴로워했으므로.
키클롭스는 매일같이 내 꿈 속에 찾아왔으므로.
오늘을 만나기 전 어제는 하루종일 시름시름 앓았으므로.

오늘 마주한 괴물의 눈은 그저 작은 눈 한 알이었다.
그럼에도 억눌러온 설움은 한꺼번에 밀려왔고,
가슴은 여전히 묵직하고 목 끝까지 삼켜온 울음이 차올랐다.

토해내고 싶은 먹물이었으나, 끝끝내 참아낸 나는
오늘을 견뎠고, 이상하게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단단해지는 마음을 느꼈다.

폭풍이 지나 간 자리에 다시 돛을 올리는 이의 심정이 이러할까.
십 년을 떠돌고서야 마침내 이타카에 도착한 그 사내의.. 심정이 말이다.

호메로스가 수 천년을 건너와 여전히 읽히는 이유는
아마 바로 이런 것일게다.

우리는 저마다 빠져나갈 수 없는 해협 하나씩을 품고 산다.

그 앞에서 도망칠 지, 다시 노를 저을지.
매일 수없이 많은 문제들 앞에 새로운 선택을 하며.

이 책은 그 오래된 항해를 오늘의 언어로 되짚어 주었고,
온전히 내게 와 닿았다.

덕분에 내가 건넌 그 바다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 ⠀ ⠀⠀⠀⠀⠀⠀ ⠀⠀⠀⠀⠀ ⠀⠀
신의 변덕이 언제 끝날지 우리는 모른다.
언제 바람이 바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바람이 바뀌었을 때 즉시 나아갈 수 있도록,
지금부터 돛을 손질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준비된 자에게만 순풍은 의미가 있다.
p.21

내가 만든 것은 실패해도 내 안에 흔적으로 남는다.
그 흔적이 결국 나라는 사람의 뼈대가 된다.
오디세우스가 이타카에 도착 했을 때
그를 오디세우스로 만들어준 것은 결국 그 뼈대였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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