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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데이터베이스에 가둔 남자 - 프라이버시를 빼앗은 ‘초감시사회’의 설계자
매켄지 펑크 지음, 이영래 옮김, 송길영 감수 / 다산초당 / 2025년 8월
평점 :
😍😍다산북스 서평단에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세상을 데이터베이스에 가둔 남자>
우리가 매일같이 스마트폰을 열고, 검색을 하고, 결제를 하는 순간 수많은 데이터가 쌓이죠.
그런데 이 데이터가 단순히 기록에 머무르지 않고, 누군가의 손에 의해 엮이고 분석되어 우리의 삶을 예측하는 도구로 쓰인다면 어떨까요?
매켄지 펑크의 <세상을 데이터베이스에 가둔 남자?는 바로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책이에요.
책의 주인공은 일반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 행크 애셔에요.
그는 한때 마약 운반에 연루되었던 전과자였지만, 데이터베이스와 프로그래밍을 접한 이후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죠.
다양한 데이터들을 결합해 개인을 재구성하는 시스템을 고안하면서, 그는 곧 미국 사회에서 데이터 융합의 아버지라 불리게 돼요.
애셔가 만든 시스템은 단순히 자동차 등록 정보 조회에서 출발해, 신용 기록·투표 기록·이메일 주소까지 결합하는 수준으로 확장돼요.
그리고 이는 경찰, FBI, CIA까지 활용하는 예측 치안 시스템으로 발전하죠.
특히 9·11 테러 이후, 그의 시스템은 테러리스트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점수화해 당국에 제공하기도 해요.
이 책을 통해 애셔의 발명이 가진 양면성을 보게 돼요.
범죄자를 추적하고, 잠재적 위험을 예방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죠.
그러나 동시에 그가 만든 데이터베이스는 무고한 사람들을 범죄자나 위험 인물로 낙인찍는 오류를 낳기도 했어요.
2000년 플로리다 선거에서 그의 시스템은 잘못된 매칭으로 수많은 유권자를 명부에서 배제시켰고, 이는 대선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남겼어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단순한 알고리즘의 실수로 투표권을 빼앗기는 사회, 이것이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현실이 아닐까요.
데이터가 인간의 미래를 결정해도 되는가?
예측이라는 명목으로 우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정당한가?
알고리즘을 누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빅데이터 기반의 사회가 사실은 누군가의 발명에서 출발했고, 그만큼 인간적인 오류와 정치적 의도가 뒤섞여 있음을 깨닫게 돼요.
이 책은 단순한 전기나 기술사적 기록이 아니에요.
애셔라는 인물의 파란만장한 삶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사회가 이미 얼마나 ‘초감시사회’에 가까워졌는지를 실감하게 돼요.
그리고 나 자신도 매일같이 데이터베이스 속에 가둬져 있는 하나의 항목일 뿐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죠.
빅데이터, 인공지능, 예측 치안.
이 모든 화두가 궁금하다면, 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프라이버시와 자유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길 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