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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 쇼펜하우어 소품집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박제헌 옮김 / 페이지2(page2) / 2023년 10월
평점 :
쇼펜하우어 하면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는 초상화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무언가 세상에 대한 해탈을 한 듯한 눈빛과 그 모든 것이 못마땅하다는 느낌을 준다. 쇼펜하우어는 합리주의 대표적 철학자 칸트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독일의 철학자로 형이상학적 인식론을 가지고 있어 세계는 각자의 표상이라고 언급한다. 이로 인해 포스트모더니즘에 영향을 미쳤고, 인간이 개별적으로 지닌 내면적 의지와 같은 것들의 의미를 부여하였다.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받은 톨스토이, 도스토에프스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을 보면, 그의 철학이 어떻게 인간들의 삶에 녹아있는지 알 수 있다. 쇼펜하우어의 책은 상당히 간단명료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의 성격이 어떠함을 짐작해볼 수 있다. 내가 쇼펜하우어의 책을 선택한 이유는 그 당시 인간관계에 힘듦을 겪고 있을 때로 명쾌한 쇼펜하우어에게서 위로를 받고 싶어서였다.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으면서 내향형인 나 자신을 위로하고, 괜찮다고 토닥거릴 수 있었다. 쇼펜하우어는 고독한 철학자로 불리울 만큼 인간의 고독을 매우 찬양하였다. 인간의 관계가 넓어질수록 내 본래의 모습이 변질될 수 있고,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어울릴 때는 다양한 인간을 동일선상에 올려두게 되기 때문에 더욱 자신의 모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독한 존재이고,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내가 되고, 자유로울 수 있다고 주장하다. 따라서 여러 사람이 어울릴 때도 혼자가 되는 법을 배우고, 무관심한 태도를 확립하여 다른 사람에게 자기 생각을 바로 말하지 않아야 하고,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크게 도덕적이거나 지적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인간은 어리석게도 자신에게 없는 것을 보면, 부족함을 느끼고, 갖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된다고 말하면서 이때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내 것이 아니라면’을 생각하는 것이 내가 가진 현재의 소중을 깨닫게 된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책 말미에는 흥미롭게 점성술을 통해 나이대별로 어울리는 행성이 있고, 인간의 삶이 각 행성들의 영향 아래 있다는 관점을 설명하고 있다. 열 살은 수성이 지배하여, 가장 좁은 원안에서 빠르고 가볍게 움직인다. 따라서 작은 일에 마음이 흔들리고, 교활함과 능변의 신의 가호 아래 많은 것을 배우는 시기이다. 스무 살이 되면, 금성의 지배를 받고, 사랑과 여성에 관한 생각이 마음을 차지한다. 서른 살이 되면 화성이 지배하여 인간은 강하고, 사납고, 대답하고 호전적이며 대담하다. 마흔 살은 네 개의 소행성이 지배하여 인생의 반경이 넓어지고 건실한 자가 된다. 케레스(곡식의 신), 베스타(화덕의 신), 팔라스(지혜의 신)의 가호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가정을 꾸리고 필요한 지식을 얻는다. 쉰 살이 되면 목성이 지배하고, 인간은 자신이 우월하다고 여기며, 권위를 가지고 명령을 내리고자 한다. 예순 살이 되면 토성의 지배를 받고, 납처럼 무겁고 느리고 완고함이 나타난다. 마지막 천왕성은 하늘로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쇼펜하우어의 명쾌한 이야기를 통해 나의 고독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나의 생각과 의지에 더욱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