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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부처의 말 필사집 - 2500년 동안 사랑받은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박재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3월
평점 :
불교는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영향을 받은 동양철학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불교는 종교라기보다는 철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종교는 일회적인 계시를 근거로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조하는 반면 철학은 과학적인 연구를 밑받침으로 인간을 합리적으로 설득하려 하기 때문이다. 부처는 불교가 종교로 받아들여지거나, 본인이 무조건적으로 섬겨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따라서 절대적인 진리에 대한 신앙을 강조하는 종교라기보다는 이성적인 사유를 통해서 스스로 진리를 찾아가고 비판하게 하는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매우 간단하게 부처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다. 총 12개의 테마로 구분하여 짧은 형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놓았다. 12개의 테마는 감정, 비교, 바램, 선한 업, 친구, 행복, 자신을 아는 것, 몸, 자유로워지는 것, 자비, 깨닫는 것, 죽음으로 인간 본연과 삶의 기본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부처의 삶이 짧게 소개되었는데, 나는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부처는 '깨달은 자'라는 뜻으로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던 부처는 어떻게 깨달을 수 있었을까? 부처의 삶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는데, 결국은 경험과 그에 대한 충분한 반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처는 출가하기 전 이미 많은 본능에 기초한 부덕한 경험들을 많이 하였기 때문에 세속을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고, 몇 년간의 고행과 좌선에 온전히 집중하여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좌선을 통한 깨달음과 관련해서는 쇼펜하우어가 주장한 고독한 삶 속에서 사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철학의 순간이라고 말하였던 것이 떠올랐다. 부처처럼 우리는 모두 다양한 경험을 한다. 하지만, 그 경험의 양과 질은 다르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에 대한 반성을 하는 시간을 갖는 기회의 유무가 다르고, 그 시간의 질 또한 다르다. 인생의 깨달음을 누군가 천만번 알려준다고 한들 우리는 스스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그 경험에 대한 반성을 통해 나만의 진정한 깨달음이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의 깨달음 중 나에게 와 닿았던 글을 여기에 몇 개 옮겨보겠다.
“고독 속에서 자기 내면을 탐구하세요”, “원하고 원해서 견딜 수 없는 상대를 만들지 마세요. 원하고 원해서 견딜 수 없는 상대가 당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언젠가 그 상대를 잃지 않을 안 될 때, 당신의 마음은 극심한 고통으로 뒤덮일 것입니다. ‘원한다’, ‘갖고 싶다’는 끝없는 갈애의 저주에서 벗어난다면 당신의 마음은 그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당신 손에 주어진 게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 해도 거기서 행복을 찾아낸다면 ‘만족을 아는’ 충족감으로 인해 마음은 깨끗하게 정화됩니다.”, “무언가를 만지는 손에 상처가 없다면 독이 묻어도 침투할 수 없기에 그 손으로 태연히 독을 다룰 수 있습니다. 상처 없는 자에게 독이 영향을 미칠 수 없듯 마음에 악업이라는 상처가 없는 자에게는 비난도, 중상도, 재난이라는 독조차도 전혀 침투할 수 없습니다. 악업의 에너지를 쌓지 않은 사람에게는 악, 즉 불행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술을 마시는 데는 여섯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첫째, 술값과 음식비가 듭니다. 둘째, 자기 통제력이 흐릿해져 싸우기 쉽습니다. 셋째, 장기에 손상을 주어 병에 걸립니다. 넷째, 술을 자제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신용을 잃습니다. 다섯째, 성욕에 사로잡혀 바람을 피우거나 불륜을 저지르기 쉽습니다. 여섯째, 뇌신경의 연결이 이상해져 지적능력이 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