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 자연스러운 삶을 위한 철학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에티카』 해설서
황진규 지음 / 철학흥신소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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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 자연스러운 삶을 위한 철학> / 황진규 지음 / 철학흥신소 펴냄

 

 

스피노자 자연스러운 삶을 위한 철학은 마음이 길을 잃었을 때 펼쳐보는 철학적 지도와 같다. 의지박약, 불안, 공허, 중독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태를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통해 차분히 해부하며, 왜 우리는 늘 감정에 끌려다니는 존재가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책은 문제를 해결해 주기보다, 문제가 생겨나는 구조를 이해하게 함으로써 삶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건넨다.

스피노자가 말한 신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초월적 존재가 아니다. 그는 신을 자연과 동일한 것으로 보며, 신은 세상 밖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 그 자체라고 말한다. 이 관점은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에이와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에이와는 인간을 심판하거나 명령하지 않는다. 숲과 생명, 기억과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존재하며, 파괴와 균형 붕괴가 일어날 때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이는 신을 자연의 질서로 이해한 스피노자의 사유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신은 없다가 아니라 신은 안에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신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속해 있는 삶의 조건이자 본성이다. 그래서 스피노자가 말하는 자유란 신의 명령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성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이는 에이와와 연결된 나비족이 자연과 분리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저자 황진규는 이러한 스피노자의 철학을 저잣거리의 언어로 풀어낸다. 질투했던 순간, 공황에 빠졌던 시간, 희망과 불안 사이에서 흔들리던 삶의 경험을 통해 에티카를 설명하기에 철학은 더 이상 먼 이론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언어가 된다. 이 책은 삶의 방향을 잃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통제하려 애쓰는 삶 대신 이해하며 살아가는 길이 있음을 조용히 알려준다. 스피노자의 신을 이해하는 순간, 삶은 조금 덜 무겁고 조금 더 자연스러워진다.

 

#스피노자#아바타#에이와#자연스러운삶을위한철학#아바타불과재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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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부모의 인문학 그림책 코칭 - 인문학적 성찰과 함께하는 자녀교육가이드
최미경 지음 / 라온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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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부모의 인문학 그림책 코칭> / 김미경 지음 / 라온북 펴냄

 

 

AI시대, 부모의 인문학 그림책 코칭은 빠르게 답을 요구하는 시대 한가운데서, “왜 배우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꺼내 든다. 이 책은 공부 기술보다 공부 마음을 먼저 살피며, 그림책을 통해 아이의 내면과 만나는 부모의 태도를 인문학적으로 제안한다. 지식을 채우는 교육이 아니라 질문을 키우는 교육, 성과를 재촉하는 양육이 아니라 과정을 믿는 동행이 무엇인지 차분히 짚어 나간다.

책을 읽으며 떠오른 그림책은 피터 레이놀즈의 이다. 하얀 도화지 앞에서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던 베티는 점 하나를 찍고 이름을 쓴다. 선생님은 그 작은 점을 금테 액자에 걸어 전시한다. 이 장면은 결과보다 시도를 존중하는 교육의 본질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베티의 점은 재능의 증명이 아니라 해냈다는 경험이 되고, 그 경험은 자기효능감으로 확장된다. 잘했다는 평가보다 네 시도가 멋지다는 인정이 아이를 다시 도화지 앞으로 부른다.

이 점 하나는 김환기 화백의 점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김환기 작가는 점으로 우주를 그린 화가이다. 그의 점화는 최소한의 형식 안에 자연, 고향, 그리움, 존재에 대한 사유를 담아낸다. 특히 오방색을 활용한 점들은 동서남북과 중심, 우주의 질서를 품은 하나의 생명 단위로 호흡한다. 수많은 점 속에서 관람자는 어느 순간 자신만의 별 하나를 발견한다. 점과 점 사이의 간격과 밀도는 반복과 사유의 시간이며, 그 자체가 성장의 기록이다.

베티의 점과 김환기의 점은 닮아 있다. 둘 다 거창한 완성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작은 시도 하나, 믿어주는 시선 하나에서 시작한다. AI시대, 부모의 인문학 그림책 코칭이 말하는 교육 역시 이와 같다. 아이의 가능성은 정답이 아니라 질문에서 자라고, 성장은 통제가 아니라 신뢰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 책은 부모에게 아이의 첫 점을 지켜보는 용기를 건네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안내서라 할 만하다.

 

 

 

 

 

 

#김환기작가##자기효능감#질문교육#AI시대, 부모의 인문학 그림책 코칭#김미경#라온북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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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좋은지 몰라 다 해보기로 했습니다
장성원 지음 / 비버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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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좋은지 몰라 다 해보기로 했습니다 / 장성원 / 비버북스

 

 

장성원의 뭐가 좋은지 몰라 다 해보기로 했습니다를 읽으면, 인생이라는 거대한 실험실 한가운데에서 기꺼이 실험쥐가 되기를 자청한 한 청년의 기록을 만난다. 그는 세탁소 사장이 되었다가, 사회자로 뛰었다가, 철학자 흉내를 내보았다가, 개발자의 키보드를 두드렸다가, 공인중개사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꾸준함 대신 방황이 있고, 계획 대신 충동이 있으며, 그 속에서 오히려 더 단단한 나다움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일은 남의 인생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불안과 마주 앉아 차 한 잔 나누는 일처럼 느껴진다.

저자의 여정에서 가장 크게 와닿는 지점은 좋아하는 것은 원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고백이다. 우리는 흔히 좋아하는 일을 먼저 찾은 뒤 그것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고 믿지만, 그의 이야기는 그와 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해보면서 알게 되고, 실패하면서 조금씩 또렷해지고, 멈추고 다시 걷는 과정에서 비로소 스스로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다섯 가지 방법은 가볍지 않고 삶의 자갈을 그대로 씹어본 이만이 말할 수 있는 무게를 가진다. 특히 경험의 자기화다시 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는 방황을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라 성장의 재료로 바꾸는 기술처럼 느껴진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깊은 공감을 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수없이 방향을 바꾸고, 때로는 제자리에서 맴도는 날들이 쌓였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의 지금은 이 길이 맞다고 믿으며, 오늘도 달린다. 당신도, 나도 우리 모두 파이팅이다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완성된 인생은 없다는 사실, 우리는 모두 미완성의 상태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심란했던 마음을 조용히 다독였다.

이 책은 방황을 부끄러워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작은 등불 같다. 좌절을 겪어도 괜찮고, 돌아가도 괜찮고, 때로는 멈춰 서도 괜찮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정의를 가지고 계속 움직이는 일이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마음 한구석에서 잔잔히 울리는 힘이 있다. 나는 오늘도 달린다. 완성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미완성을 살아내기 위해서.

 

 

#장성원#뭐가좋은지몰라다해보기로했습니다#비버북스#인생은미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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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카프카 단편선 소담 클래식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인섭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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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프란츠 카프카 지음 / 배인섭 옮김 / 소담출판사 펴냄

 

카프카의 단편선 변신을 읽으면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흔들리는 탁자가 있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단단해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늘 기울음을 안고 살아가는 개인의 불안이 숨어 있다. 카프카는 바로 그 기울어진 자리를 정확히 찌르며, 인간이 스스로도 말하기 어려워하는 감정의 바닥을 드러내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는 일은 조금 낯설고, 때로는 불편하지만, 끝내 외면할 수 없는 어떤 진실과 마주하는 경험이 된다.

화부에서 신대륙으로 던져진 소년, 선고에서 아버지의 언어에 눌려가는 아들, 변신에서 말 그대로 벌레가 되어 버린 그레고르는 서로 다른 공간에 있지만 모두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세 인물은 각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그 실패는 나약함의 증명이 아니라,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인간이 겪는 실존적 한계의 증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읽는 이는 그들의 흔들림을 통해 오히려 자신의 중심을 다시 잡게 된다.

카프카가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정체성이 흔들릴수록, 개인은 더욱 작아진다. 그런 시대에 카프카의 문장은 불안의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우리가 느끼는 혼란의 정체를 명료하게 드러내준다. 카프카적이라는 말이 하나의 감각처럼 받아들여지는 것도, 그가 펼쳐 보인 세계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생생하게 재현되기 때문이다. 독자는 그 세계 속에서 자신을 비추는 거울을 보게 되고, 그 거울은 누구도 대신 들여다봐 줄 수 없는 질문을 우리에게 건넨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카프카는 난해한 작가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누구보다 정확히 짚어내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는 삶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순간,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잊어버린 날에 특히 선명하게 다가온다. 세 단편을 따라가다 보면, 인물들의 실패와 침묵이 작은 알람처럼 울리며 나를 깨운다. 세계가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존재를 묻는 목소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이 책은 읽어두면 언젠가 반드시 도움이 되는 문학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안에서 조용히 작동하는 감각을 깨워주는 문학이라 말하고 싶다.

 

#카프카의 변신#소담출판사#화부#선고#변신#프란츠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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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 - 달콤쫄깃 시골 라이프 쌩리얼 생존기
원진주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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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 / 원진주 지음 / 해뜰서가 펴냄

 

원진주 작가의 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는 도시와 시골, 빠름과 느림, 소모와 회복 사이에서 흔들리는 현대인의 마음을 깊이 위로하는 에세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와닿는 것은 작가의 결단이 결코 충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15년 넘게 방송 일을 해오며 쌓인 자부심이 무너져 내린 순간, 작가는 도망치듯 선택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글 곳곳에 묻어난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이미 작가가 얼마나 오래 고민하고 막다른 마음 끝에서 용기를 짜내었는지 느껴진다.

전원생활은 흔히 아름다운 풍경과 여유로운 삶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책은 그런 환상을 단번에 깨뜨린다. 핑크뮬리가 폭우에 쓰러지고, 태풍으로 첫 농사가 망하고, 잡초는 뽑는 족족 다시 자라난다. 아침에 치운 거미줄이 오후에 다시 생기고,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집 안팎을 살피느라 마음 놓고 쉬기도 어렵다. 이런 고단함을 숨김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오히려 전원의 삶이 가진 진짜 의미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자연 속에 산다는 것은 편안함을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매 순간을 책임지고 감당하겠다는 태도를 요구한다는 사실이 또렷이 전해진다.

그러나 이 고단함이야말로 작가가 도시에서 잃어버렸던 감각을 되찾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깨달음, 누군가의 노동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 사계절의 변화가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경험이 그녀의 글에 고요한 울림을 만든다. 도시에서는 잊고 지냈던 하늘, 바람, 흙의 촉감이 하나씩 되살아나며 작가의 삶은 다시 균형을 찾아간다.

특히 땅도 동물도 쉬어가는 겨울에, 우리의 몸도 마음도 같이 쉬어 갈 수 있기를이라는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처럼 남는다. 경쟁과 속도에 지친 이들에게 전원생활은 도피처가 아니라, 다시 살아갈 힘을 회복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전원생활에 대한 마음속의 작은 꿈이 다시 깨어난다. 쉽지 않음을 알면서도, 고요한 사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나답게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긴다. 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는 단순한 시골살이 체험기가 아니라,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조용한 안내서다.

 

#전원생활#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식물#사계절#원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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