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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 - 달콤쫄깃 시골 라이프 쌩리얼 생존기
원진주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11월
평점 :
<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 / 원진주 지음 / 해뜰서가 펴냄
원진주 작가의 『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는 도시와 시골, 빠름과 느림, 소모와 회복 사이에서 흔들리는 현대인의 마음을 깊이 위로하는 에세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와닿는 것은 작가의 결단이 결코 충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15년 넘게 방송 일을 해오며 쌓인 자부심이 무너져 내린 순간, 작가는 도망치듯 선택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글 곳곳에 묻어난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이미 작가가 얼마나 오래 고민하고 막다른 마음 끝에서 용기를 짜내었는지 느껴진다.
전원생활은 흔히 아름다운 풍경과 여유로운 삶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책은 그런 환상을 단번에 깨뜨린다. 핑크뮬리가 폭우에 쓰러지고, 태풍으로 첫 농사가 망하고, 잡초는 뽑는 족족 다시 자라난다. 아침에 치운 거미줄이 오후에 다시 생기고,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집 안팎을 살피느라 마음 놓고 쉬기도 어렵다. 이런 고단함을 숨김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오히려 전원의 삶이 가진 진짜 의미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자연 속에 산다는 것은 편안함을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매 순간을 책임지고 감당하겠다는 태도를 요구한다는 사실이 또렷이 전해진다.
그러나 이 고단함이야말로 작가가 도시에서 잃어버렸던 감각을 되찾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깨달음, 누군가의 노동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 사계절의 변화가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경험이 그녀의 글에 고요한 울림을 만든다. 도시에서는 잊고 지냈던 하늘, 바람, 흙의 촉감이 하나씩 되살아나며 작가의 삶은 다시 균형을 찾아간다.
특히 “땅도 동물도 쉬어가는 겨울에, 우리의 몸도 마음도 같이 쉬어 갈 수 있기를”이라는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처럼 남는다. 경쟁과 속도에 지친 이들에게 전원생활은 도피처가 아니라, 다시 살아갈 힘을 회복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전원생활에 대한 마음속의 작은 꿈이 다시 깨어난다. 쉽지 않음을 알면서도, 고요한 사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나답게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긴다. 『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는 단순한 시골살이 체험기가 아니라,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조용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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