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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풀꽃 이야기 - 2025년 개정 3학년 2학기 국어활동 교과서 수록, 어린이를 위한 친절한 풀꽃 책
이동혁 지음 / 이비락 / 2025년 8월
평점 :
<처음 만나는 풀꽃 이야기> / 이동혁 지음 / 이비락 펴냄
요즘 아이들과 산책을 하다 보면 길가에 피어 있는 풀꽃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막상 “이건 무슨 꽃이야?” 하고 묻는 아이들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할 때가 많다. 『처음 만나는 풀꽃 이야기』는 바로 그런 순간에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는 책이다.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우리 주변의 풀꽃 164종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이름의 유래나 생태, 쓰임새까지 꼼꼼하게 담고 있다.책을 펼치자마자 아이들과 함께 자연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아파트 화단, 학교 운동장, 산과 들, 갯벌, 심지어 바닷가까지 — 장소별로 나뉘어 있어서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풀꽃들을 찾아보게 된다. 아이들과 “우리 동네에서는 어떤 풀꽃을 볼 수 있을까?”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눈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특히 책 속에서 소개된 고마리, 칠면초, 호박꽃, 토란, 맥문동 이야기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실제로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예를 들어 고마리는 물을 깨끗하게 해주는 고마운 풀이라고 한다. 이름부터 참 따뜻하다. “고마운 풀이라서 고마리래!” 하고 아이가 말할 때, 책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감성의 씨앗이 되어준다는 걸 느꼈다. 또 갯벌에서 만날 수 있는 칠면초는 이름이 참 신기했다. 퉁퉁마디와 비슷하지만 가을이 되면 붉은색으로 변해 갯벌을 수놓는다고 한다. “엄마, 이건 가을에 갯벌이 빨갛게 되는 이유구나!” 하며 아이가 감탄했다. 그 말 한마디에 자연을 관찰하는 눈이 자라나고 있음을 느꼈다. 다음에 갯벌에 가서 꼭 확인해 보자며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책을 읽으며 추석 때 큰아버지 댁에서 호박을 땄던 기억도 떠올랐다. 이제는 호박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암꽃에 어린 호박이 달려 있고, 덩굴손으로 친구를 감아 올라가는 모습이 생생히 그려진다. 아이와 함께 “이건 암꽃일까 수꽃일까?”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헤드라인 뉴스보다 이런 대화가 훨씬 따뜻하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토란 이야기였다. 이번 추석에 외할머니까 끓여주신 토란국을 미끄덩한 식감 때문에 아이들이 잘 먹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책 속에 소개된 토란을 찾아보게 했다. 그러더니 아이들은 “토란은 흙속의 알이라는 뜻이래요. 잎이 물에 젖지 않아서 방울이 또르르 굴러 떨어진대요.” 이렇게 말하며 외할머니께 설명하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던지. 책을 통해 배운 지식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누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맥문동. 보라색 꽃이 피어 있는 화단을 보고 “이게 뭐야?” 했을 때, 아이와 함께 책을 찾아보니 바로 맥문동이었다. 긴 꽃대에 작은 보라색 꽃이 여러 송이 피어 있고, 열매는 처음엔 녹색이었다가 윤이 나는 검은색으로 익는다고 한다. 그 설명을 읽고 나니, 평소 그냥 지나치던 화단의 꽃들이 하나하나 이름을 가진 존재로 다가왔다.
『처음 만나는 풀꽃 이야기』는 아이와 함께 자연을 배우고, 관찰하고, 느끼는 과정 자체가 교육이다. 책에 실린 사진들은 선명하고, 설명은 어렵지 않으며, 각 꽃에 얽힌 작은 이야기가 흥미를 더한다. 부록으로 제공된 ‘식물 관찰 일기’도 유용하다. 직접 보고, 그리고, 글로 기록하면서 아이들은 자연과 더욱 친숙해질 수 있다.
책을 덮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풀꽃들에도 이름이 있고, 이야기가 있구나.” 아이들과 함께 그 이름을 불러주는 일, 그것이 곧 자연을 사랑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앞으로 산책길에 만나는 작은 풀꽃 하나에도 “이건 혹시 고마리일까? 아니면 맥문동일까?”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늘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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