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런 여행 어때? - 내 아이와 여행하는 22가지 방법 부모되는 철학 시리즈 8
김동옥 지음 / 씽크스마트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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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즐겨하는 편은 아니다. 원래도 그랬지만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는 더 그렇다. 막히는 도로, 짐을 쌌다 풀었다는 반복해야 하는 번거로움, 낯선 이부자리와 불편한 화장실 그리고 도무지 만족을 모르고 칭얼거리는 아이들이 견디기 힘들어 차라리 떠나지 않는 편을 택한다. 집 근처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자전거를 타고, 개미나 거미를 관찰하고, 들꽃으로 밥을 짓는 편이 결과적으로는 만족도가 더 높다고 느낀다. 그러다 보니 아이 또한 여행보다는 집에서 텔레비전 보는 시간을 선호하게 되었다. 어딘가로 떠나는 일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해 보인다. 이쯤 되니 슬슬 아이가 아주 좁은 세상에 갇혀버린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아빠, 이런 여행 어때?’ 는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 대한 선입견을 과감히 깨주는 책이다. 엄마나 아빠가 아이와 가보고 싶은 곳이 아니라, 아이가 가보고 싶은 곳을 부모가 따라가 주는 여행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색, 소리, 말하기, 냄새, 촉감 오감을 자극하는 수단으로서의 여행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보통의 부모는 아이가 여행을 통해 무엇이든 얻길 바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진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막연한 기대가 아닌 아이의 생각을, 혹은 상상을 실현시키고 확인해보는 경험 자체를 목적으로 떠난다. 그것이 설령 비바람이 몰아치는 산중 텐트 안이거나 무작정 무지개를 기다리거나 무모한 도전일 지라도 아이는 충분히 자기가 던진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여행을 즐긴다. 책에 담긴 아이의 행복한 표정이 바로 그 증거다.       


저자의 가장 훌륭한 점은 아이의 생각을 주의 깊게 듣는 것, 아이의 생각을 실현시켜주는 실행력 그리고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참을성에 있지 않나 싶다. 이것은 대부분의 부모들이 중요하게 여기지만 현실에서 이루어 내기란 절대 쉽지 않은 부분이다. 색 달력을 만들기 위해 한달에 한번씩 집에서 매염을 하고, 소리를 채집하기 위해 장거리 여행을 다니고, 향을 담기 위해 증류법을 연구하며, 구름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덕유산 산행을 감행할 용기나 참을성이 나에겐 없다. 하지만 한가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된 점은 아이들은 자~알 놀게 해줘야 한다는 것, 놀이 방법은 아이들이 정해야 하고 내가 할 일은 그 놀이가 충분히 즐거울 수 있도록 돕는 것뿐이라는 사실.


곧 장마가 시작 될 것이라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딘가로 떠나기 전, 일단,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이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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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 출간 30주년 기념판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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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제목도 긴 이 책은 숱하게 들어와서 익숙하나 한번도 읽어보지는 못했던 책 중에 하나였다. 이번에 출간 30주년을 기념해서 기념판이 나왔는데 그 30년동안 97주간 베스트셀러, 전세계적으로 1700만부가 팔리는 기록적인 책이 되어 있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유치원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나지만 요즘 유치원에 다니는 내 아이를 보면 이 책의 제목은 꽤나 수긍이 간다. 지금처럼 얼마간의 삶은 살아내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사실이겠지만 살아가는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유치원에서 배우는 정도의 인간성만 있다면 인류는 영원한 평화를 이룰지도 모른다.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듯이 다소 엉뚱한 듯한 저자의 시선은 복잡한 것들 이면의 순수한 진실을 꿰뚫고 있다.

 
 저자가 겪은 일화들과 상상력이 결합되어 쓰여진 글들은 하나같이 따뜻하고 재미있다. 대부분이 그와 그의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다. 천진난만하기까지한 저자의 생각들이 딱 유치원생인 아이를 닮았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많은 반성과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소리지르기' 챕터에서는 내가 내 아이들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가혹한 행동을 서슴치 않았는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대부분 깔깔거릴정도로 재밌고 가볍지만 깊은 통찰력으로 세상의 지혜를 전해주는 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 같은 내용이 가득하다.  

 

p.30. 아이들에게 세상이 늘 좋고 공평하지는 않다고 말해주기에는 아직 이르다. 아이들 스스로 다음 이야기를 알아갈 테니까.

p.72. 소리를 지른다고 무슨 소용이 있으랴. 소리를 질러도 기계와 사물은 아무 반응이 없다. 발로 걷어차는 것도 언제나 효과가 있지는 않다. 그런데 사람에 관해서는 솔로몬 군도 사람들 말이 맞는 것 같다. 살아 있는 것에게 소리를 지르는 일은 영혼을 죽일 수 있다.
막대기와 돌은 우리의 뼈를 부러뜨리지만, 말은 우리의 마음을 부러뜨린다.


 좋은 책은 시간을 버티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이 책도 그렇다. 짜장면이 500원에서 5000원이 될 정도의 시간이지만 이 책은 그 30년의 간격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고 상상력이 넘친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저자가 보내는 시간만큼 이 책도 변해간다는 사실이다. 살아 숨쉬는 책이 내 옆에서 그릉그릉 날숨을 내쉬는 느낌이다. 로버트 풀검 할아버지가 이 책과 함께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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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 수묵 일러스트 그리고 수제 도장
정혜선 지음 / PUB.365(삼육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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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마음을 울리는 문장과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런 문장들은 왠지 꼭꼭 마음에 새겨 놓고 싶고, 어딘가 적어 놓고 싶고, 어느 날 문득 다시 마주쳐서 새롭게 감동하고 싶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요즘은 캘리그라피로 정형된 문자 혹은 문장들을 이미지화한 상품이나 디자인들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온다. 그중에서도 다분히 동양적인 수묵 캘리그라피, 수묵 일러스트에 관심이 생긴 것은 책 속의 깊이 있는 문장들은 왠지 다소 묵직한 느낌이여야 한다는 개인적인 취향의 반영이었다.

캘리 수묵일러스트 그리고 수제도장이 책은 전직 간호사(서예전공자가 아닌)에서 무언가 자신을 이끄는 힘에 이끌려 서예에 빠져들었다는 저자의 고백으로부터 시작된다. 본인의 경험에 빗대어 누구나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차근차근 만들었다는 대목에 믿음이 가는 이유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초심자가 준비해야할 준비물에서부터 붓을 잡는 법, 연습하는 법, 기초적인 표현기법까지 상세한 설명이 차분히 이어진다.    

후반부로 갈수록 기초에서 벗어나 더 근사한 작품을 위한 다양한 그림예제들이 풍부하게 실려 있다. 물감을 묻히는 순서부터 한 획을 긋는 부분까지 하나하나 사진으로 설명되어 있다. 그래도 따라가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요즘 책답게 QR코드로 시청각효과도 높였다.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캘리그라피와 수제도장은 무슨 연관이 있나 한참을 생각했다.하지만 수제 도장을 만드는 과정을 보며 바로 납득했다. 나는 도장을 팔 때 쓰이는 글씨체를 간과하고 있었다. 어떤 글씨체로 파 내느냐에 따라 수제 도장의 다양한 매력이 생겨난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나 또한 우리 아이들이 태어날 때마다 수제 도장을 하나씩 선물했다. 아이들이 앞으로 세상에서 불리우게 될 이름을 공표하는 나만의 의식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 더더욱 멋진 글씨체에 멋진 몸체를 가진 도장이여야 했다. 그런 뜻깊은 도장을 내가 직접 만들어 줄 수 있다면 더욱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다.

캘리 수묵일러스트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진 책임은 틀림 없으나 이 책은 일러스트 위주의 설명이 많으므로 글씨체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면 저자의 첫번째 책 캘리 아름다움을 쓰다를 먼저 보는게 좋을 것 같다. 캘리그라피에 전혀 문외한인 내가 좀 후회 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어찌됐건 글씨, 그림 어디서부터 시작하든 캘리그라피에 도전해 보고 싶은 의지가 마구마구 생기게 하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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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오스카 와일드 지음, 박희정 그림, 서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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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인 책이라거나 부도덕적인 책이라는 것은 없다.

책은 잘 썼거나 잘못 썼거나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어떠한 예술가도 결코 병적이지 않다. 예술가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

예술가에게 생각과 언어는 예술의 도구이다.

예술가에게 악덕과 미덕은 예술을 위한 재료이다.

                    -  오스카 와일드 서문 中

오스카 와일드는 동화 행복한 왕자를 쓴 영국의 유명한 작가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이번에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라는 작품을 접하면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살펴보게 되었는데 알면 알수록 이 소설이 그의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강력하게 긍정해주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란, 그야말로 엄친아인 오스카 와일드는 심미주의, 유미주의에 심취한 채 상류사회에서 유명한 극작가로 이름을 날리게 되고, 41세에는 부인과 아들을 두고 미성년과의 동성연애에 빠져 2년간 수감생활을 한 뒤, 프랑스 어딘가에서 뇌수막염으로 쓸쓸히 죽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그런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그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갈망이 이 책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아름다운 미소년 도리언 그레이,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말투로 도리언 그레이를 사로잡는 헨리 워튼, 아름다움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자 바질 홀워드, 이 세 사람의 중심 인물을 둘러싼 기괴한 이야기가 소름 끼치게 펼쳐진다. 영원히 가질 수 없는 미에 대한 욕망으로 자신의 초상화에 그려진 아름다움까지 질투하게 된 도리언은 여러 가지 사건들을 거치며 윤리, 도덕, 인간성에 대한 본질을 망각하고 오로지 욕망과 쾌락에만 의지한 채 파국으로 치닫는다. 끝내 자신의 초상 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얼굴로 최후를 맞기까지도 그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꿈꾸었다.


 세 인물은 언뜻 너무도 다른 성향을 가진 듯 하지만, ()에 대한 갈망, 찬양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도덕적 선 안에서 지키려고 애쓰는 일, 아름다운 것 외에는 무가치하다고 믿는 냉소적 인간성, 아름다움을 가지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극악무도함, 이 모든 것이 오스카 와일드라는 뿌리에서 세 가지 인물로 자라나게 된 것이다. 그것이 이 소설이 자전적이라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다. 바질이 도리언에게 느끼는 애틋한 감정 묘사나 헨리 워튼이 가진 여성에 대한 비하와 혐오도 작가의 동성애적 성향에 대한 반증처럼 느껴진다. 하지만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결말을 보면서 그가 윤리적, 사회적 잣대에 반감은 가지고 있을지언정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는 생각도 든다.


소설에 쓰인 문장들은 다소 장황하고 길어서 한번에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은 엄청난 것이어서 역시 극작가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책을 한번 잡으면 중간에 잠시 내려놓기가 매우 어려웠다. 소설에 삽입되는 그림은 장면에 대한 상상력을 제한 시킨다는 면에서 별로 달갑지 않지만, 이 책의 경우, 물고 물리는 살인사건들이 미스테릭하고 몽환적인 박희정의 그림체와 맞물려 이 소설에 대한 완벽한 몰입을 돕는다. (물론, 박희정 작가의 그림에 대한 높은 애정도도 어느 정도 관여했음을 시인한다.)


오랜만에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나, 등등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재미도 있는데 진지하게 생각할 화두까지 던져주는 매력적인 책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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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 - 사랑받는 여자, 인정받는 여자의 조건
데일 카네기 지음, 미리내공방 옮김 / 정민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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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살이 되던 해였나.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고 내 인생의 자기계발서는 이 책 이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수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쏟아져 나온던 때지만 카네기의 문장들만큼 나를 의욕적으로 만든 책은 없었다. 그런 그가 여자들을 향해 던진 문장들을 따로 모아 출판된 책이 있다니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침착' 이라는 제목은 왠지 카네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지만 표지 컬러와는 썩 잘 어울린다.

 


 이 책의 기본적인 목소리는 "여성도 사회에 나가 본인의 욕망을 성취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한 내면과 행복한 자아를 끊임없이 가꾸어나가야 한다, 그것이 결국은 아름다운 여성으로서의 삶을 지속하는 길이다."이다. 데일 카네기는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전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이런 진보적 여성관을 가졌다는 부분이 일단 놀라웠다. 근시대적 여성관과 혐오 포비아에 빠진 사회적 흐름을 등에 업고 '여혐'이 판을 치는 요즘 시대에 이런 발언을 하는 남성이 있다면 박수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

 


   p.187

    지혜로운 여자는 침착하고 여유롭다. 그들은 초조해하거나 불안에 떨지 않으며 자기일에

    전심전력을 기울인다. 또한 남에게 의존하지 않으며 완전한 독립을 추구하며 끊임없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카네기의 이야기들이 허공에 흩어지지 않고 귀에 잘 박히는 이유는 풍부한 사례에 있는 것 같다. 루즈벨트 대통령, 나폴레옹 같은 위인에서부터 주변의 친근한 이웃까지 그가 사례로 든 수 많은 삶들이 그의 문장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물론 지금에 와서 읽는 카네기는 예전의 그것만큼 마음을 흔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내가 그만큼 현실과 많이 타협된 상태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겐 여전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독립적으로 행동하며 타인으로부터 상처받지 않는 강인한 내면을 길러 매력적인 여성으로 거듭나고 싶은 욕구가 있지 않나. 카네기의 메세지를 새겨 들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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