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 출간 30주년 기념판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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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제목도 긴 이 책은 숱하게 들어와서 익숙하나 한번도 읽어보지는 못했던 책 중에 하나였다. 이번에 출간 30주년을 기념해서 기념판이 나왔는데 그 30년동안 97주간 베스트셀러, 전세계적으로 1700만부가 팔리는 기록적인 책이 되어 있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유치원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나지만 요즘 유치원에 다니는 내 아이를 보면 이 책의 제목은 꽤나 수긍이 간다. 지금처럼 얼마간의 삶은 살아내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사실이겠지만 살아가는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유치원에서 배우는 정도의 인간성만 있다면 인류는 영원한 평화를 이룰지도 모른다.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듯이 다소 엉뚱한 듯한 저자의 시선은 복잡한 것들 이면의 순수한 진실을 꿰뚫고 있다.

 
 저자가 겪은 일화들과 상상력이 결합되어 쓰여진 글들은 하나같이 따뜻하고 재미있다. 대부분이 그와 그의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다. 천진난만하기까지한 저자의 생각들이 딱 유치원생인 아이를 닮았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많은 반성과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소리지르기' 챕터에서는 내가 내 아이들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가혹한 행동을 서슴치 않았는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대부분 깔깔거릴정도로 재밌고 가볍지만 깊은 통찰력으로 세상의 지혜를 전해주는 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 같은 내용이 가득하다.  

 

p.30. 아이들에게 세상이 늘 좋고 공평하지는 않다고 말해주기에는 아직 이르다. 아이들 스스로 다음 이야기를 알아갈 테니까.

p.72. 소리를 지른다고 무슨 소용이 있으랴. 소리를 질러도 기계와 사물은 아무 반응이 없다. 발로 걷어차는 것도 언제나 효과가 있지는 않다. 그런데 사람에 관해서는 솔로몬 군도 사람들 말이 맞는 것 같다. 살아 있는 것에게 소리를 지르는 일은 영혼을 죽일 수 있다.
막대기와 돌은 우리의 뼈를 부러뜨리지만, 말은 우리의 마음을 부러뜨린다.


 좋은 책은 시간을 버티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이 책도 그렇다. 짜장면이 500원에서 5000원이 될 정도의 시간이지만 이 책은 그 30년의 간격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고 상상력이 넘친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저자가 보내는 시간만큼 이 책도 변해간다는 사실이다. 살아 숨쉬는 책이 내 옆에서 그릉그릉 날숨을 내쉬는 느낌이다. 로버트 풀검 할아버지가 이 책과 함께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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