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주고, 인내하고, 기다리는 유대인 부모처럼 - 유대 5천 년, ‘탈무드 자녀교육법!’
장화용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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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2학년, 내 옆자리엔 우연찮게도 반에서 1등하는 친구가 앉게 되었다. 성적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튀지 않던 그 친구는 사실 알고보면 주변의 일반적인 고등학생과는 좀 달랐다. 부모님이 계시지만 점심 도시락은 손수 싸오고 다른 아이들이 형형색깔 펜으로 필통을 채울때, 펜이 많으면 꼭 잃어버리게 된다며 샤프 한자루만 고집하고, 아이돌 보다는 팝송 그 중에서도 락음악을 즐겨 들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과학에 영 잼병이었던 나를 붙잡고 속도와 가속도의 그래프에 대해 설명해 주던 그 아이의 목소리였다. 속도와 가속도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을 전부 이해한 듯한 결연함과 확신이 가득차  있었다. 속도와 가속도에 대해 나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과 정말로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날카롭게 교차했다.

 

  <들어주고, 인내하고, 기다리는 유대인 부모처럼> 이라는 책을 읽고 어릴 적 그 친구가 생각났다. 지식을, 공부를 대하는 그 친구의 자세가 이 책에서 나오는 유대인들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는 완성이 목적이 아니라 매일 향상하는 것이다, 그러니 조급할 필요가 없고 배움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게 우선이다, 배운 지식은 말로서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아는 것이다, '남보다 뛰어나라'가 아니라 '남과 다르게 되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난을 일부러 만들어 줘라, 질문하고 토론하라, 그리하여 지식이 아닌 지혜를 추구하라 등등 교육이라는 명제 앞에 유대인들은 현실적이고 일관된 룰을 제시하고 있다.  



p. 147 일찍이 탈무드를 통해 생각하는 문화를 갖고 있던 유대인들은 머리를 써서 상황에 따라 기회를 발견하고 답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세상일에는 정답이 없다고 믿었기에 삶에 있어 중용과 균형을 유지했다.


  오랜시간 수많은 육아서들이 유대인의 교육방법을 연구해 왔다. 이 연구는 아마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다수의 인물들이 유대인이었다는 점에서 과연 어떤 교육 방식이 그들에게 넘치는 부와 명예를 가져다 주었는지 알고 싶은 세속적 관심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은 유대인이 왜 교육에 집중하게 되었는가 하는 역사적 배경과 그들의 종교적 환경에서 부터 어떤 교육을 해왔는지, 그리고 그 효과가 얼마나 많은 이론과 실례로 증명되고 있는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리고 비로소 알게된 것은 아빠육아, 책육아, 자존감 육아, 밥상머리 육아 등등 이름도 다양한 많은 육아 이론들이 사실은 유대인의 교육 방법 안에 모두 존재하고 있었다는 기가막힌 사실이다. 




p.240 유대인 부모들은 "남보다 잘하라, 뛰어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무엇을 하든 남과 다르게 하라고 가르친다. 학교에서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라고 요구하는 대신 다른 사람과 조금이라도 더 다른 일을 하라고 가르친다.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은 곧 그 분야에서 자신이 일등이라는 의미다.


  5천년을 거슬러 올라간 교육방식은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훌륭한 인물을 만들어 내는 건 인내하는 부모다. 부모는 평생에 걸쳐 가르쳐야 한다. 실수하는 아이도 실수에서 배우길 기다리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아이에게도 끊임없이 귀기울여주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공감과 지지를 잃지 않으며, 아빠와 엄마라는 각각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사실 유대인 교육의 성과는 그렇게 엄격하게 인내한 부모가 이루어낸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보육정책, 교육정책이 바뀌고 이미 빨리빨리 성과 주의 시대를 살아 온 21세기 대한민국의 엄마들에게 인내란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오늘 아침부터 내 아이를 향해 날아갈뻔 한 화를 한 번 참았으니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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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취향 -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취향 존중 에세이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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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취향>. 이 책은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취향에 대한 에세이다. 남자 이름 같지만 엄연히 여자 작가이자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딸린 선입견과 상상력만으로도 충분히 읽고 싶어지는 책이긴 하지만 실제 내가 상상하던 카피라이터는 이 책에 없다. 대신 김민철이라는 저자의 취향 지도를 따라 가는 일이 상상이상으로 흥미진진하다. 맛깔나는 문장과 유쾌한 에피소드, 센스 넘치는 유머는 덤이다. 오죽했으면 매일 밤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읽었을까


카피라이터라는 이름에 짓눌리지도 않고 김민철이라는 이름에 유난스럽지도 않은, 너무 느슨하지도 꽉 조이지도 않는,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취향들이 모여 저자의 하루를 완성한다. 그 하루하루가 너무도 적당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어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본인의 취향과 타인의 취향을 기민하게 넘나드는 저자의 에피소드들을 듣다 보면, 결국 여러가지 방향으로 나만의 취향, 나만의 가치관이 정립될수록 삶의 균형을 짜맞추는 일은 꽤 할만한 일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취향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그 무엇을 갖고 싶었다. 저자가 취향이라는 단어 앞에서 느꼈던 가난한 기분이 뭔지 알 것도 같았다. ‘고상한이나 섬세한같은 수식어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선택의 상황에서 머뭇거리지 않을 정도면 되었다. 하지만 취향은 원래 나에게 없던 것이 아니라 내가 갖고 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에 불과 할 지도 모른다. 탕수육은 부먹, 치킨은 양념보단 후라이드, 스릴러보단 로맨스, 바지보단 치마 같은 소소한 호불호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알아야 했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내가 선택한 가치의 기준대로 살아가기 위한 선언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호하기보단 선명한 나의 취향들을 발견해 내야 한다. 그것은 망원호프라고 이름 붙인 내 집이거나 라라랜드의 등 파인 원피스이거나 동네 호프집이거나 겨우 술 한잔일 수도 있다.


p.76 단순히 옷을 하나 고르는 것도 취향의 영역이다.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취향의 영역이다. 옷을 고를 때 내 마음을 의식하는 것처럼, 나머지 모든 일에 있어서도 내 마음의 방향을 의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물론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 내 마음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게 아니니까. 하지만 불확실한 것이 많을수록 가장 확실하게 기댈 수 있는 것은 뿐이다. 나의 마음이 향하는 것들로 완성한 나만의 취향 지도 안에서 나는 쉽게 행복에 도착한다.


나의 마음이 향하는 것, 내 마음의 방향을 의식하며 사는 일, 이 책이 나에게 알려준 취향의 다른 이름이다. 이 시대엔 멋진 언니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저자의 팔을 높이 치켜들어주고 싶다. 이 시대의 멋진 언니는 바로 당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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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맞았지만,
달다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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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잘 설명이 안 된다. 몽글몽글 피어나는 마음결마다 감정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냉탕과 온탕을 열 번쯤 들락거린 것처럼 어지러운 기분이었다가, 한여름 소나기처럼 땅바닥에 검게 번지는 눈물이었다가, 몰래 사탕 먹다 들킨 막내의 배시시 웃음이었다가, 구르는 낙엽에도 배꼽을 잡는 소녀들의 깔깔거림이었다. 그녀의 책이 그렇다. 우주 어딘가에 잃어 버리고 온 또 다른 나를 만난 것처럼 장마다 새겨진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내 마음 같다

  <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맞았지만,> 이 책은 글과 그림을 닥치는 대로 쓰고 그리는 작가 달다의 첫번째 책이다. 듣기만해도 달콤한 기분의 필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딱 3500원짜리 커피만큼 가벼운 이름이라며 겸연쩍은 미소를 짓는다. 첫번째 챕터에서는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자신을 향한 서툰 고백과 위로가 마치 독자에게 건네는 차 한잔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고백하는 페이지에서는 문장 끝 마침표마다 나도 그런데..’를 달아 주었다. 그리고는 이건 공감을 넘어선 동질감 같은 거라고 멋대로 생각해 버렸다 

 

옥상에 올려진 빈 종이컵 두개에서 서로를 향한 위로를 발견하고, 하늘이 보고 싶은 할아버지께 창가 자리를 양보하고, 누구나 혀를 내두르는 부장님의 아재개그에서 다정함을 찾아내고, 출장에서 생긴 소란스러운 한 때에도 뜨거운 철판 위에 놓여진 현지 소년의 맨발을 눈치 챌 수 있는 사람. 그녀는 지랄맞은 민감함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타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였다. 타인을 배려하느라 자신을 돌 볼 여력이 없었노라고 자책하는 그녀지만 그런 그녀가 이 세상에 있어주어 무엇보다 다행이다.  



우스꽝스러운 입술을 하고 있지만 그녀가 내뱉는 말들이, 그 가볍지 않은 위로가 고마워서 그림과 글을 몇 번쯤 반복해서 읽었다. 더러는 울기도 하고 더러는 웃기도 하며 오래된 친구와 오래된 추억을 이야기 하듯 오래오래 곱씹어도 늘 애틋한 이야기들이 책 한권에 오롯이 담겨있다. 지랄 맞은 어제가 못내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오늘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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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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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은 여러모로 불편한 주제다. 그래서 페미니즘이라던지, 동성애 등의 주제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슬그머니 외면하는 방법을 택했다. 불편하더라도 똑바로 직시하는 현실감각이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작가와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이 접하게 된 <19호실로 가다>는 무척 강렬하고 노골적인 책이었다. 도레스 레싱의 단편집인 이 책은 페미니즘이 꽃처럼 피어나기 시작하던 1960년대 영국에서 발표된 작품들이다. 여성 참정권 운동의 중심이었던 미국과 영국, 그 중심인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들이 당시의 혼란과 불안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여전히 '야만적인 구세계'에 살고 있는 남성들의 욕망을 비꼬고 오히려 굴복시키는 사이다 같은 여성들이 여럿 등장한다.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빼기'의 바버라가 그랬고, '옥상 위의 여자'의 그녀가 그랬다. 여성 작가가 쓰는 남성 화자의 묘사들은 하나같이 완벽하게 그럴듯한 것이어서 나도 모르게 그 남성적 우월감에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까지 남성의 목소리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이것이 진짜 남성의 언어라서가 아니라 여성(작가)이 경험한 남성의 언어 이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읽은 남성 독자의 의견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P.290  처음에 나는 어른이 된 뒤 12년 동안 일을 하면서 나만의 인생을 살았어. 그리고 결혼했지. 처음 임신한 순간부터 나는, 말하자면 나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어아이들에게. 그 후 12년 동안 나는 단 한순간도 혼자였던 적이 없어. 나만의 시간이 없었어. 그러니까 이제 다시 나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해. 그 뿐이야.

 

   <19호실로 가다>는 지금 내 상황과 맞물려 가장 울림을 주는 작품이었다. 문장 마다 고인 불안과 고민의 깊이가 감정을 골을 따라 흘러내렸다. 인간에게 주어진 절대 고독조차 허락되지 않는 여성으로서의 삶이 눈물겨웠다.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젖먹이 아이와 함께 해야하는 엄마들을 아무도 모르는 19호실로 데려다 주고 싶었다. 그 깊은 절망과 공허보다 더 암담한 사실은 1960년대를 사는 수전과 21세기를 사는 나의 삶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영국 대 영국'처럼 이데올로기나 계층에 대한 부분도 다루고는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페미니즘적 메세지들이 단편집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성의 자유'는 남녀가 평등하게 누려야 한다, 사랑에 빠지는 일과 결혼은 여성의 일생을 좀먹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여성도 일을 해야한다, 여성의 모성은 누구라도 대체할 수 있다 등등. 지금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거론되는 이야기들이지만 1960년대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기존 관습사회에 던지는 핵폭탄 같은 작품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지금의 페미니즘을 외면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여성의 참정권을 요구하던 초기 여성인권주의에서 많이 변질된 (역)성차별의 다른 이름 같은 느낌 때문이다. 시대가 변한 만큼 사회에서 요구하는 성역할은 복잡하고 극변하는데 반해 서로 다른 성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한 발 정도도 나아가지 못한 모양새다. 그녀의 노골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불편한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 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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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어 인디언 아이들은 자유롭다 - 문화인류학자가 바라본 부모와 아이 사이
하라 히로코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한울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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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차량 시간은 다가오는데 아이가 신발을 신는게 늦다. 꿈지럭거리는 아이를 보다 못해 신발 뒤꿈치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아이의 발을 구겨 넣는다. 빨리 가자고 채근하는 목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아이는 저만치 뒤쳐져 있다. 덩달아 뒤쳐지는 둘째 아이까지 어르고 달래 유치원 차에 태워 보내면 이미 하루에 쓸 에너지 중 80%가 소진되어 버린다. 이게 아닌데 싶다가도 달리 방법을 몰라 아이 대신 종종거리는 내가 가여울 지경이다.



해어인디언 아이들은 자유롭다.’ 이 책은 캐나다 북서부의 타이가 숲 속에 사는 원시 부족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인 일본의 문화인류학자는 추운 극지방의 수렵 채집 부족의 삶에서 문화가 전달되는 과정을 연구하던 중, ‘가르친다배운다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했다. 잘 보고(관찰하고), 스스로 해보고, 배우는 별도의 과정 없이 수많은 일들을 스스로 해내는 해어인디언의 아이들이 바로 그것이다. 어른들은 구태여 무언가를 가르치지 않는다. 부모가 유능한 사냥꾼이라고 해서 내 아들도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아이를 나와는 다른 독립된 인격체로 보고 육아를 힘든 노동이 아닌 즐거운 놀이로 받아 들인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스스로 해보며 수렵 생활의 노하우를 스스로 체득한다. 가르침도 배움도 없다.



해어인디언 아이들뿐만 아니라 자카르타의 아슬리족, 에스키모, 뉴기니의 문두구머족, 수마트라섬의 미낭카바우족, 우간다 몽크렐 산지의 이크족 등 각국의 원시 부족들의 이야기도 폭 넓게 소개 되어 있다. 원시 부족의 교육와 육아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한 생명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되돌아 보게 되었다. 아이는 인류를 유지, 존속시키는 구성원으로서 맹수가 우글거리는 정글 속 같은 치열한 생존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크게 보면 인류의 존폐는 오로지 이 아이들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존엄한 생명 앞에서 난 오늘도 잔소리를 퍼부어 대고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대우해 주지 못했다.



  P. 84  장난감 활과 화살, 장난감 카누는 비록 장난감이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날아가고 물에 뜹니다…….그래서 아이들은 자기가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질리지도 포기하지도 않고 몇 번이고 똑같은 일을 되풀이합니다. 이렇게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치를, 그리고 진짜를 만드는 사치를 해어 인디언 아이들은 충분히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원시 부족의 수렵생활보다는 훨씬 복잡하다. 그래서 현대 사회로부터 떨어져나가 앞으로 더 궁핍하고 처참함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르는 해어인디언들의 삶이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유로운 해어인디언의 아이들처럼, 우리 아이들도 자유롭게 스스로 터득해나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충분히 관찰할 시간, 충분히 실패할 시간, 그리고 다시 도전해볼 시간, 그런 시간이 있다면 아이들은 우리가 예상한 그 무엇이라도 훌쩍 뛰어 넘는 능력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꼭 어른들의 기다림, 인내가 필요하다. 오늘 아침 나에게 아이를 기다려줄 충분한 인내심이 있었다면


​P.170  어린시절 '스스로 익히는 기쁨'을 체험한 아이들이라면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짓눌리면서도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자신감을 잃지 않는 십대 시절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는 '잘 보고','스스로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그 시간 동안 기다려주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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