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맞았지만,
달다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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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잘 설명이 안 된다. 몽글몽글 피어나는 마음결마다 감정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냉탕과 온탕을 열 번쯤 들락거린 것처럼 어지러운 기분이었다가, 한여름 소나기처럼 땅바닥에 검게 번지는 눈물이었다가, 몰래 사탕 먹다 들킨 막내의 배시시 웃음이었다가, 구르는 낙엽에도 배꼽을 잡는 소녀들의 깔깔거림이었다. 그녀의 책이 그렇다. 우주 어딘가에 잃어 버리고 온 또 다른 나를 만난 것처럼 장마다 새겨진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내 마음 같다

  <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맞았지만,> 이 책은 글과 그림을 닥치는 대로 쓰고 그리는 작가 달다의 첫번째 책이다. 듣기만해도 달콤한 기분의 필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딱 3500원짜리 커피만큼 가벼운 이름이라며 겸연쩍은 미소를 짓는다. 첫번째 챕터에서는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자신을 향한 서툰 고백과 위로가 마치 독자에게 건네는 차 한잔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고백하는 페이지에서는 문장 끝 마침표마다 나도 그런데..’를 달아 주었다. 그리고는 이건 공감을 넘어선 동질감 같은 거라고 멋대로 생각해 버렸다 

 

옥상에 올려진 빈 종이컵 두개에서 서로를 향한 위로를 발견하고, 하늘이 보고 싶은 할아버지께 창가 자리를 양보하고, 누구나 혀를 내두르는 부장님의 아재개그에서 다정함을 찾아내고, 출장에서 생긴 소란스러운 한 때에도 뜨거운 철판 위에 놓여진 현지 소년의 맨발을 눈치 챌 수 있는 사람. 그녀는 지랄맞은 민감함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타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였다. 타인을 배려하느라 자신을 돌 볼 여력이 없었노라고 자책하는 그녀지만 그런 그녀가 이 세상에 있어주어 무엇보다 다행이다.  



우스꽝스러운 입술을 하고 있지만 그녀가 내뱉는 말들이, 그 가볍지 않은 위로가 고마워서 그림과 글을 몇 번쯤 반복해서 읽었다. 더러는 울기도 하고 더러는 웃기도 하며 오래된 친구와 오래된 추억을 이야기 하듯 오래오래 곱씹어도 늘 애틋한 이야기들이 책 한권에 오롯이 담겨있다. 지랄 맞은 어제가 못내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오늘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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