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빈 공간 - 영혼의 허기와 삶의 열정을 채우는 조선희의 사진 그리고 글
조선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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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연예인들과 당대 가장 핫한 잡지, 화보들 사이에서 화려하고 센세이션한 사진을 찍어내던 쎈 언니다. 적어도 내가 가진 이미지는 그렇다. 그 쎈 언니의 나이가 벌써 50에 가깝다. 그런데도 한결같이 20대처럼 산다. 그렇게 살고자 한다. 나에게도 분명 존재하지만 차마 쉽게 용기 낼 수 없는 감정이기도 하다. 여전히 왕성한 활동으로 증명하고 있는 그녀의 그런 마음을 열렬히 응원하고 싶어진다.

 

 

 

 

 

 

 

​P. 13 모든 기억은 기억자의 편의대로 편집된다지만,

사진은 더욱 사진가의 기억대로 그 순간들이 편집되기 쉽다.

나의 기억들을 누군가에게 검증 받을 수 없으니 

이 글 또한 사실이 아닐 확률이 높다. 

 

 

<내 마음의 빈 공간> 이 책은 저자의 민숭민숭한 민낯 같은 책이다. 모델의 아름다운 얼굴과 의상과 조명을 뒤로하고 가장 그녀다운 것들을 담아 채우기 위해 길가의 작은 풀과 공동묘지의 묘비들과 주름진 손 같은 것들을 찍었다. (그 쎈 얼굴 뒤로 이런 말랑말랑한 감성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그 속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고자 하는 그녀의 열정과 지난한 고독과 불안이 거칠거칠하게 드러나 있다. 특히, 낯선 곳, 낯선 인물 사진 속에 드러난 표정이나 주름의 굴곡, 눈빛 같은 것들 속에 그녀가 투영되어 있음을 느낀다. 클로즈업 된 매끈한 연예인의 얼굴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아주 사적인 감정을 읽을 수 있다. 

 


그녀가 채우려고 몸부림 치던 그 마음속 빈 공간이 내 속에도 있음을 안다. 모두 저마다의 빈 곳을 아득하게 바라보며 나이를 먹어가고 있지 않나. 나는 빈 곳은 빈 채로 내버려두어야 살아진다고 믿지만, 그녀는 무언가를 채워가는 일로 삶의 의무를 다한다. 삶을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만이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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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진 - 일상의 시간에서 세상 밖으로 다시 나아가기 퇴근길 인문학 수업
백상경제연구원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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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버려진 종이처럼 쓸모 없는 취급을 받던 시대를 거쳐, 인문학에서 답을 찾자는 움직임이 거세지더니 바야흐로 인문학만이 답이다.”라며 어디든 인문학이 만능인 시대가 온 것 같다. TV에서도, 서점에서도 인문학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많은 컨텐츠들이 제작되고, 사람들은 소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많은 방황끝에 결국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사춘기 소년처럼 인간 또한 치열한 생존 경쟁 끝에 인간 본래의 모습을, 인류의 흔적을 찾아보고 싶어지는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 이 책은 인문학의 광범위함을 느끼게 해줌과 동시에 각 카테고리의 유기성, 연관성이 얼마나 깊은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명품이라는 주제 하나로, ‘가로,세로라는 주제하나로 그 나라의 문화, 예술,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 썰을 풀어 놓은 명사들의 이야기가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문학, 건축, 음악, 의식주, 역사, 정치 등 인류의 지나온 시간에서 어느 작은 사건 하나도 그냥 일어난 일은 없다. 인류와 인류를 둘러싼 세계가 어우러져 지나 온 시간, 그 모두가 인문학이었다. “멈춤”, “전환이 책의 전작들은 아직 읽어보지 못 했지만 마지막의 ‘Part4 융합과 이상이라는 맺음이 이 책의 부제가 전진인 이유이면서 동시에 이 시리즈의 완결이라는 부분에 적절히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jtbc의 손석희 사장은 이 책을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의 승리를 보는 듯 하다고 평가했다지만, 나는 오히려 이 책이 아날로그를 디지털이라는 세련된 그릇에 담아놓은 모양새가 아닌가 싶다. 책 안에 방대한 양의 인문학적 지식을 담고 있지만 사진은 덜렁 한 두장이 고작이다. 대신 QR코드를 실어 보다 생생한 사진과 그림, 사료와 클래식 음악 등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 디지털 시대의 기술을 접목해 보고 듣고 읽는, 보다 입체적인 인문학 책이 된 것이다.


P.113 콩나물 시루에 물을 붓듯 매일 책을 읽는 것이 내 생활이다. 물은 아래로 다 새버린다. 그래도 콩나물은 자란다. 내가 할 일은 그저 물을 붓는 것이다. 물을 먹고 안 먹고는 콩이 알아서 할 일이다. 이렇게 느린 호흡으로 기다리는 일이 인문학적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은 한권을 읽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사유와 관찰이 필요하다. 아울러,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여러가지 질문을 던져 놓는데 그치므로 우리는 그 힌트로 인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작업을 거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실제 육퇴를 하고 여러밤을 읽었지만, 뭔가 뚜렷한 답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최옥정님의 콩나물 이론을 되새기며 나의 어딘가에 인문학적 소양이 차곡차곡 쌓여 있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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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반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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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물이 되면 어른인줄 알았더니 아니었고, 서른이 되면 어른인줄 알았더니 아니었고, 마흔이 되면 어른일까 기대해 보는 중이다. 이제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왠지 길가에 나뒹구는 낙엽처럼 가볍고 쓸쓸해서 반토막만 남은 나머지 생이 왠지 더 아득해진다. 늙음과 죽음은 같은 말이 아니다. 그런데도 왜 동의어 처럼 들리는지 알 수가 없다. 걷잡을수 없이 늘어나는 흰머리나 탄력 잃은 살들이 이룬 주름이나 거무스름하게 변색된 피부, 전에 없던 노화의 상징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면 난 당장 죽음을 마주치기라도 한 듯 울고 싶은 기분이 된다.

 

 

 

 

 <마흔에게>. 제목은 마흔에게 이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나이듦에 대하여', '행복한 나이먹기', '나이 드는 용기' 에 대한 책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드는 육체와 정신의 쇠락 그리고 변해가는 가족과의 관계 등에 대해 아들러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조언들이 실려 있다. 나처럼 늙음과 죽음을 동일시하며 두려워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여기에 있는 자신에 집중하라고, 위를 향해 하는 게 아니라 앞을 향해 가라고, 나이와는 상관없이 지금의 현상을 변화시키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을 천천히 읽어내려 간다.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들러의 심리학에 기초한 것으로 큰 틀로 보자면 전작 <미움받을 용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전작이 젊은 청춘들에게 전하는 메세지 였다면 <마흔에게>는 중년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해 보는 책이다. 저자의 부모님과 저자의 상황을 비유로 들며 늙어감에 대한 여러가지 건전한 고찰들을 읽으며 나 또한 늙어가는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부모와 자식 사이 적당한 거리두기부분에서는 나와는 다른 부모님의 인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느끼는 바가 컸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조언이지만 늘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현대인들에게 옆집 할아버지의 목소리처럼 편안하고 오후 늦게 집안 깊숙히 드는 볕처럼 따뜻하게 말 걸어주는 기시미 이치로씨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사회에 미치는 그의 공헌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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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실전편 - 호린의 프리랜서 번역가로 멋지게 살기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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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불쑥불쑥 마음을 괴롭게 했다. 단촐한 이력서도 문제지만 사실 손이 많이 가는 아직 어린 아이들을 돌보면서 직장생활을 다시 한다는 건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러다 번역에 대해 알아보게 됐는데 번역이란 생각보다 공부량도 많고 일천한 언어실력으로 도전하기엔 벽이 높은 직업임을 깨닫는데 그쳤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 남은 미련 때문일까.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이라는 책을 집어 들고 말았다.


번역이라는 분야는 지금까지 베일에 싸인 직업처럼 생각됐다. 수입은 얼만지,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지, 자격증은 따야 하는 건지, 어떻게 하면 일감을 얻을 수 있는지 공식적인 루트로 알려진 바는 없고 대부분이 “~카더라식의 정보에 의존하며 알음알음 서칭해 본 것이 전부다. 그렇게 불투명한 정보들로 혼란스럽다면 이 책은 확실히 큰 가이드 라인을 잡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 프리랜서 번역가로 살아남은 저자의 노하우, 경험, 마음 가짐에 대하여 현실적인 조언들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번역하면 출판 번역만을 생각하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산업 번역과 같은 현실적인 번역 일감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려준 부분이 유익했다. 영업의 중요성을 여러번 강조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번역에는 정도가 없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다만, '실전편'이라는 부제에 비해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다소 아쉬웠고 다른 언어권 번역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본어에 국한된 번역 예시가 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번역에 대한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이 많은 번역 희망자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팁들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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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요정 페어리루 마법의 거울 다른 그림을 찾아라리루!
서울문화사 편집부 지음 / 서울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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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쯤 되면 혼자서도 혹은 친구랑 엄마의 간섭 없이 잘 놀 수 있는 나이다. 특히나 말 안듣는 4살짜리 동생이라도 있으면 엄마의 시선은 온통 둘째에게로 쏠릴 수 밖에 없다. 배려 깊은 아이라 평소엔 별말 안하다가도 가끔 싸우고 둘째 편만 드는 엄마가 못마땅해 버럭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러면 죄인처럼 미안해진 엄마는 7살 따님의 눈치를 슬슬 봐야 한다.

 

그런 이유로 큰 딸의 심기가 몹시 불편하던 어느 오후, 띵동 하고 택배가 도착했다. 사이즈도 엄청 큰데다 핑크핑크하니 여자취향의 페어리루 놀이북이다. <숲의 요정 페퍼리루, 다른 그림을 찾아라리루>. 단박에 기분이 풀어진 아이는 어지러진 책상을 팔로 쓱 밀어 놓고 앉아 책을 펼쳤다.

 

 

 

 

첫장부터 작고 미니미한 페어리루들이 잔뜩 등장한다. 작은 피규어들에 열광하는 큰 딸의 취향을 몹시도 저격한 일러스트들이다. 너무 작아서 한참을 들여다 봐야했지만 7살 정도의 아이라면 적당히 몰입하며 찾아낼 수 있는 수준이다. 나도 덩달아 빠져들어 본의 아니게 아이와 함께 다른 그림 찾기에 열중했다. 그림을 보며 귀여워를 연발하는 아이 옆에서 맞장구도 쳐주고 그 어려운 걸 어떻게 찾았냐며사기도 북돋아주고, 어려워 하는 부분은 멋지게 여깄네하고 찾아 주기도 하며 나름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오랜만에 나도 아이도 서로에게 충실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숲의 요정 페퍼리루, 다른 그림을 찾아라리루> 이 책은 다른 그림만 찾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퍼즐도 맞춰야 하고, 숫자도 세야하고 미로찾기도 해야한다. 요즘 놀이북의 진화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새삼 놀랐다. 난이도는 각 장마다 조금씩 다른데 어른인 나조차도 열중하게 만들었으니 6세부터 초등학생까지는 무난하게 커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내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엄마라면 한번쯤 시도해 볼만한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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