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표 영어 구구단 + 파닉스 6단 : to부정사 - 알파벳 없이 입으로 익히는 어린이 영어 아빠표 영어 6
Mike Hwang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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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 아이는 몇 달 뒤면 초등학생이 된다. 한글만 떼면 시작해야지 하던 아이의 영어 교육이 이제 슬슬 걱정이 된다.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초등학교라는 단어 하나가 귀 얇은 엄마를 조바심나게 한다. 영어에 전혀 관심이 없는 딸의 태도도 걱정이다. 어쨌든 하긴 해야 할텐데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일단은 최대한 여러가지 방법을 접해 볼 생각이다. <아빠표 영어 구구단+파닉스>도 그 중 하나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무엇이든 기본,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글도 아이가 한글 음절표를 이해하고 외울 수 있게 되자 그 뒤는 어렵지 않게 익혀졌다. 이 책도 그런 학습 효과를 노린 교재라는 생각이 든다. 영어의 기본적인 단어와 문법으로 이루어진 문장을 구구단 처럼 외우면 그 외의 문장들은 어렵지 않게 구사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구구단 시리즈는 1단부터 10단 그리고 비밀책, 확장패턴까지 총 12권의 책을 마스터하면 영어의 기본기가 탄탄하게 완성되는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책 두께는 두껍지 않고 하루 10분 정도의 투자면 한 권은 2, 늦어도 한 달 안에는 마스터 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실제로 아이와 몇 문장 읽어보니, 문법이라는 기본기도 익힐 수 있고, 쉬운 문장이라 어렵지 않게 진도도 나갈 수 있고, 윗부분에 쓰인 해설대로 하면 가르치는 나도 자신감이 생긴다. 세이펜이나 파일음원도 제공되니 굳이 발음을 신경쓰며 멋쩍어 할 필요도 없다.         


내가 가진 책은 6, 7, 8단 이지만, 1단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게 체계적으로 좋을 듯 하다. 비록 영어는 실패했지만 다른 언어를 전공해보니, 역시 언어는 문법의 틀이 잡혀 있어야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법이라는게 딱딱해 지기 쉬우니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이 필요한데, 이 책은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들어 있는 책이다. 어려운 개념이지만 아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신경을 쓴 티가 역력하다. 개인적으로는 초등학생 이상의 아이들에게 활용도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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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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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특별한 순간을 포착해낸 작가의 섬세한 시선 ​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 띠지의 문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 수 없었다. 모리 에토의 작품은 처음이었고, 저자의 이력을 봐도 쉽게 상상되지 않았다. 다만, <다시, 만나다>라는 제목과 아기자기한 표지 일러스트가 선이 고운 일본 소설의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책은 전혀 예측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늘 첫 장을 넘길때 마다 두근두근하다.


이 단편집은 <다시, 만나다>,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 <마마>, <매듭>, <꼬리등>, <파란 하늘>의 총 6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우연한 장소에서 예기치 않는 일로 전혀 예상 밖의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세상 참 좁다라고 중얼거리게 된다. <다시, 만나다>는 그런 우연과 인연이 촘촘하게 엮인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다룬 이야기이다. (원어 제목 중 우연함을 내포한 만남을 뜻한다.) 그저 사는 동안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다. 사와다와 나리키요, 그들은 결국 다시 만나 밥이라도 한 끼 먹게 되었을까?


P76. 빈발하는 공격을 방어하는 최선의 길은 국민 모두가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일상을 지켜나가는 것. ‘1억 총 평상심을 표방하는 수상의 지도 아래 순응을 잘하는 일본 사람들은 아주 순조롭게 일상을 연기하고 있어…(중략)….또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앞날을 알 수 없는 세상이기에 더욱이 순무는 순무여야 하고 무는 무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는 누군가는 아줌마의 진상이라고 혀를 찰 일이 실은 주부로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려는 몸부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그리고 마침내 사회로부터 그녀의 자존감이 지켜졌을 때 그 통쾌함에 웃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으로부터, 자식으로부터 여전히 존중받지 못하는 엄마의 위치가 가여워서 울었다.

 


P.81  아는지 모르겠네. 슬픔은 딱 잘라서 두가지 유형이 있거든. 한가지는 무겁게 마음에 들러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유형. 그리고 또 한가지는 모든걸 몰아내서 마음을 텅비게 하는 유형. 무거운 슬픔은 금방 익숙해질 수도 있어. 사람이 그렇게 생겨먹었잖아. 시간을 들이며 그 무게를 견뎌 낼 수 있게. 골치 아픈건 텅 비는 쪽이야. 그 슬픔은 정말 인간을 갉아먹어.

<마마>는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무조건적인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그것이 설사 거짓으로 지어낸 환상에 불과할 지라도 무민의 마마같은 따스함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깊이 공감하며 읽어내려갔다.       


<매듭>은 한 가지 사건이 다수에게 얼마나 다른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주인공 고토가 어린 시절 상처라고 생각해 왔던 기억이 상대에게는 전혀 다른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그간의 아픔이 치유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P.184   내가 원했던 것은 뜨뜻미지근한 우정 따위가 아니라 그의 열정이었다. 뭐에 홀린 것처럼 강물로 발을 내디디던, 흥분한 혼을 지닌 살아 있는 육체였다.



<꼬리등>은 세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짜여진 소설이다. 투우장에서 쓰러져 가는 소의 시점, 끝내 서로의 강을 건너지 못한 사랑, 최고의 목표로 추구하던 것들이 것들이 거짓이라는 이름으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서 울부짖는 연인의 이름. 그들이 각각 죽음에 다다르는 과정이 숨이 막힐 듯이 진한 여운과 오랜 잔영으로 남는다. 마치 꼬리등 불빛을 마주한 것 처럼.


띠지의 문구가 이해가 되었다. 작가가 포착한 생의 장면들은 너무나 섬세하고 마음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어, 종종 현실과 이야기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나는 어떨 땐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가끔은 그 상대가 되기도 하고 그것도 아니면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제 3자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 몰입도를 높이면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마른 감성이 촉촉해지는 기분이다. 저자의 감각적이고 섬세한 묘사가 인상적인 책이다. 모리 에토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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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내 얼굴 슬로북 Slow Book 4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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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 20년차 소설가라는데 이름도 작품도 낯설다. 나름 국내 소설은 열심히 읽는다고 자부하던 터라 작품은 커녕 이름도 처음 듣는 작가의 출현에 조바심이 일었다. 그런데 꼭 나만 그런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저자 스스로도 듣보잡소설가라고 지칭하는데 스스럼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겸양과 겸손의 다른 말임을 처음엔 알지 못했다. 책을 다 읽고 덮을 즈음에야 20년차 글쟁이의 내공에 흠뻑 빠져 한참을 감탄해야 했다.



<웃어라 내얼굴>은 생활밀착형 탐구생활 같은 책이다. 저자가 일상 생활중에 느낀 시시콜콜하고 사소한 경험들이 때로는 웃기게,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슬프게 다가온다.  듣보잡작가의 생활은 그야말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애잔함이 반 이상이지만 저자는 그와중에도 작가다운 통찰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학습지 권유에 신경전을 벌이는 아내, 책보다는 예능프로에 빠진 아이, 샤브샤브집에서 고기를 못 먹는 사연, 대출을 두고 동상이몽을 하는 저자와 아내의 이야기 등등 현실적으로 풀자면 돈 타령 밖에 안되는 일들이 문장이 되고 산문이 되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특히 찜질방에 대한 묘사를 읽고는 그 진지한 문체의 탁월함에 큭큭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 ‘노가다와 삼계탕은 단지 한 장 남짓의 분량만으로도 김유정의 동백꽃못지 않은 짠함과 유쾌함이 넘쳐 흐른다.

 

 

 

 

 

 

 

 

 

한참을 울고 웃다3부로 넘어오면 무슨 무슨 날에 깃든 뜻과 한참은 동떨어진 현실에 분노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근로자의 날은 몸 쓰는 노동에 보다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기 바라며 육체노동자가 열받는 날이라 부르짖고, 어딘가 가야할 것 같고, 뭐라도 챙겨줘야 할 것 같은 어린이날’, ‘부부의 날이 근심스러우며, ‘광복절도덕’, ‘사회’, ‘국민윤리같은 말들을 쓰레기로 만드는 특사 명단에 혀를 찬다. 달력 한 장으로 우리의 볼온한 현실이 한방에 까발려 졌다.


마지막은 책, 문학,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각종 매체와 인터넷의 발달로 글쓰기라는 스펙트럼이 단박에 우주만큼 확장되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가지 이슈들이 주된 이야기꺼리다. 재미있는 형식의 소설 씨와의 인터뷰라는 글이 이 챕터의 많은 부분을 대표하고 있다.  

 

 

 

p.340  ‘웃기는이 좋겠다. 이제까지도 웃기는 소설을 써왔지만, 내 웃음과 독자의 웃음이 상통하지 못한 듯 내 소설에 웃는 독자가 드물었으나, 불구하고 더욱 웃기는 소설을 써야겠다. 절로 웃을 수밖에 없는 소설. 위로받아서 웃고, 짠해서 웃고, 기가 막혀 웃고, 분해서 웃고, 절묘해서 웃고, 깨쳐서 웃는, 가진 자들의 체제와 권력에 대하여 날이 바짝 서 있으면서도 울음보다 강한 웃음기를 머금은 그런 웃기는 소설.


소재는 오늘도, 내일도 마주쳐야 할 우리 모두의 일상이다. 문장은 간결하고 알아먹기 쉬우며 담백한데 거기다 한술 더 떠 웃기기까지 하다. 글쓰기 수업이나 교본에서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바로 그 경지다. 이래서 20년 이상 한 분야에서 일한 사람은 어찌됐건 도가 트는 모양이다. 앞으로 저자가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큼 유명해 질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의 원대로 아주 느리게 다다가갈테지만 오래도록 남는 그 무엇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이 바로 그 증명이다. 나는 앞으로 기꺼이 그의 독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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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인은 보았다 - 개정증보판
요시다 타이치.김석중 지음 / 황금부엉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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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을 모두 결혼 시키자 마자 친정 부모님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은퇴를 선언하시고는 작은 시골 마을로 귀촌을 하셨다. 텃밭이나 일구고 사시고 싶다는 희망이셨으나 거리가 멀어 자주 왕래 할 수 없는 나는 지금도 하다못해 대형 병원이라도 가까운 도시에 사셨으면 하는 마음을 품곤한다. 자식 걱정 끼칠까 아파도 아픈 내색을 안하시는 분들이기에 혹여 쓰러지시기라도 한다면 이 멀리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울컥 울컥 가슴이 치받히는 기분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 부부 또한 두 딸이 커서 분가를 하고 나면 부부만의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운명의 앞날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니 둘 중 누군가는 혼자 남겨지게 될 것이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모두 잠재적 독거 노인인 셈이다.



p.257 가만히 기다리면 죽기 싫어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런데 기다리다 보면 점점 죽기 싫어진다. 

         그것이 인생이다.


 

<유품정리인은 보았다>라는 책이 보고 싶었던 이유는 잠재적 독거 노인이 실제 독거 노인이 되었을 때를 대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였다. 알려지지 않은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죽은 사람들은 어떤 것들을 남길까. 나는 어떤 죽음을 맞게 될까. 어떤 것들을 남겨야 할까 하는 질문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 책은 독거인들의 처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므로서 나는 내 질문들이 얼마나 감상적인 것이이었나 하는 후회로 쓴 입맛을 삼켜야했다.


<유품정리인은 보았다>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나, 옆나라 일본에서는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은 유품정리사가 겪은 에피소드들을 묶어 놓은 책이다. 우리 나라보다 먼저 1인 가구가 보편화 되었고 평균 수명도 긴 일본의 인구구조가 사회적으로 고독사의 문제를 먼저 맞닥뜨렸고 동시에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고독사의 문제는 사실 1인가구의 증가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노인빈곤, 노인복지, 청년실업, 주거불안 등 여러가지 사회문제가 복합적으로 낳은 합작품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노인, 청년, 나이를 불문한 1인 가구의 고독사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고 그러므로 쉽진 않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대안을 찾아야할 문제다.    


유품정리사들이 겪는 작업 환경은 듣기만 해도 등줄기가 오싹 해진다. 같은 고독사라도 죽음의 형태는 여러가지라 병사나 돌연사 같은 경우도 있지만, 자살이나 살인 현장 같은 공포스러운 상황도 마주하게 된다. 구더기가 들끓는 방, 피가 낭자한 벽, 피와 살점이 둥둥 떠다니는 욕조, 그런 곳에서 동요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유품을 정리하려면 대단히 강력한 멘탈과 인간에 대한 예의, 배려, 사명감, 같은 것들이 필수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거기다 가족, 친척, 이웃주민의 이기적인 언사와 행보를 고스란히 겪어야 하니 인간적인 회의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의 정신관리도 필요하겠다.


우리나라는 아직 고독사에 대한 논의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물론 앞으로 더 많은 논의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겠지만 이 문제가 단순히 사회 정책이나 일회성 복지로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섬 처럼 외따로이 떠서 타인과의 교류를 극도로 제한하는 현대인들에게 고독사는 소통의 단절, 부재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당장 나부터도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혹은 지금 내 생활이 너무나 중요해서 주위의 고마운 사람, 소중한 사람들은 늘 뒷전이었다. 오늘은 연말이라는 시간을 핑계삼아 가까운 사람들에게 안부 인사라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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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후회하는 삶을 그만두기로 했다 - 내 뜻대로 인생을 이끄는 선택의 심리학
쉬나 아이엔가 지음, 오혜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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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마케팅 문구를 보고 이 책은 시각장애인의 장애 극복기 혹은 독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자전적 에세이 쯤으로 생각했다. 처음 프롤로그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그 예상은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 저자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고등학교때 완전히 시력을 잃었고 힘 없는 인도계 미국 이민자였다. 그런데 내가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렇다. 시각장애는 저자가 가진 스토리 일뿐, 이 책은 그저 한 심리학자의 선택에 대한 학문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쓰여진 심리학 책이다.   



p.47   자신이 병을 다스릴 힘을 가졌다고 믿고 싶어 하는 환자의 욕구는 건강하거나 아프거나, 거나 젊거나 본능적  으로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의 갈망을 그대로 반영한다. 우리는 가장 암울한 상황에서도 삶이 자신에게 선택과 통제의 가능성을 준다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선택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고 선택을 통해 자기가 가진 통제력 확인한다. 이 통제력이라는 것은 실제 존재 하는 것이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만으로도 믿을 수 없는 힘을 발휘한다. 시각장애인이 최고의 심리학자가 되기도 하고 망망대해에 남겨진 표류자가 구사일생으로 구출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 반대 역시 가능한데, 릭키의 쥐실험이나 동물원 사례등을 통해 선택이라는 욕구가 억제된 삶이나 선택으로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동물들의 무기력함이 소름끼치게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저자는 선택이라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 국가, 지리와 종교, 정치체계, 인구학적 요인 등을 두루 연구했다. ‘선택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가 들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연구들을 통해 우리가 왜,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그 이해를 토대로 선택의 기준을 잡는데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그 내용들이 당장 나의 선택들을 쉽게 하거나, 선택에 따르는 어려움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방대한 실험연구와 사례조사, 문학적, 철학적 사유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들이 나의 선택,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읽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p.178 결정하면서 깍고 파내는 바로 그 행위가 우리가 누구인지를 규정해준다. 우리는 선택의 결과 속에서 자아를 찾는 것이 아니라 선택 행위의 진화를 거치면서 자아를 발견해가는 조각가다. 사고의 틀을 바꿔 선택을 좀 더 유동적인 과정으로 보면 선택은 우리가 되고 싶지 않은 것들을 해체하려는 노력, 즉 파괴하려는 힘이 아니라 해방시켜주는 지속적 창조 행위가 된다.

 


생각해보면 삶은 선택의 연속인데 선택은 문제의 경중을 떠나 늘 어렵고 무겁다. 그 결과에 대한 예측 불가능, 불확실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선택을 어렵게만 보지말고 무한한 가능성으로 대하길 조언한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만큼 충분히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본인의 삶이 온 몸으로 그렇게 증명하고 있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무한한 긍정과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 앞으로는 후회보단 (내 선택들에 대해) 유~해지길 바란다.              



p.396 선택한다는 것은 미래를 향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다음 시간, 다음 해, 또는 그 너머를 살짝 엿보고 거기서 보는 것에 근거해 결정을 내린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누구나 아마추어 점쟁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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