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후회하는 삶을 그만두기로 했다 - 내 뜻대로 인생을 이끄는 선택의 심리학
쉬나 아이엔가 지음, 오혜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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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마케팅 문구를 보고 이 책은 시각장애인의 장애 극복기 혹은 독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자전적 에세이 쯤으로 생각했다. 처음 프롤로그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그 예상은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 저자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고등학교때 완전히 시력을 잃었고 힘 없는 인도계 미국 이민자였다. 그런데 내가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렇다. 시각장애는 저자가 가진 스토리 일뿐, 이 책은 그저 한 심리학자의 선택에 대한 학문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쓰여진 심리학 책이다.   



p.47   자신이 병을 다스릴 힘을 가졌다고 믿고 싶어 하는 환자의 욕구는 건강하거나 아프거나, 거나 젊거나 본능적  으로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의 갈망을 그대로 반영한다. 우리는 가장 암울한 상황에서도 삶이 자신에게 선택과 통제의 가능성을 준다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선택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고 선택을 통해 자기가 가진 통제력 확인한다. 이 통제력이라는 것은 실제 존재 하는 것이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만으로도 믿을 수 없는 힘을 발휘한다. 시각장애인이 최고의 심리학자가 되기도 하고 망망대해에 남겨진 표류자가 구사일생으로 구출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 반대 역시 가능한데, 릭키의 쥐실험이나 동물원 사례등을 통해 선택이라는 욕구가 억제된 삶이나 선택으로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동물들의 무기력함이 소름끼치게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저자는 선택이라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 국가, 지리와 종교, 정치체계, 인구학적 요인 등을 두루 연구했다. ‘선택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가 들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연구들을 통해 우리가 왜,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그 이해를 토대로 선택의 기준을 잡는데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그 내용들이 당장 나의 선택들을 쉽게 하거나, 선택에 따르는 어려움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방대한 실험연구와 사례조사, 문학적, 철학적 사유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들이 나의 선택,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읽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p.178 결정하면서 깍고 파내는 바로 그 행위가 우리가 누구인지를 규정해준다. 우리는 선택의 결과 속에서 자아를 찾는 것이 아니라 선택 행위의 진화를 거치면서 자아를 발견해가는 조각가다. 사고의 틀을 바꿔 선택을 좀 더 유동적인 과정으로 보면 선택은 우리가 되고 싶지 않은 것들을 해체하려는 노력, 즉 파괴하려는 힘이 아니라 해방시켜주는 지속적 창조 행위가 된다.

 


생각해보면 삶은 선택의 연속인데 선택은 문제의 경중을 떠나 늘 어렵고 무겁다. 그 결과에 대한 예측 불가능, 불확실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선택을 어렵게만 보지말고 무한한 가능성으로 대하길 조언한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만큼 충분히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본인의 삶이 온 몸으로 그렇게 증명하고 있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무한한 긍정과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 앞으로는 후회보단 (내 선택들에 대해) 유~해지길 바란다.              



p.396 선택한다는 것은 미래를 향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다음 시간, 다음 해, 또는 그 너머를 살짝 엿보고 거기서 보는 것에 근거해 결정을 내린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누구나 아마추어 점쟁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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