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말고 그려 봐! - 낙서 예술가 존 버거맨과 함께하는, 신나고 재미있는 101번의 창작 수업!
존 버거맨 지음, 공민희 옮김 / 윌스타일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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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 도전이라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모의 면접을 기획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출연한 양세형과 조세호의 재치넘치는 임기응변에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평범 이하를 표방하는 그들이 압박면접의 와중에서도 창의적인 발상들을 술술 풀어 놓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평소 유머 센스는 창의력과 연관이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그 화면을 본 이후로 그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이 책의 저자 존 버거맨도 유머가 넘친다. 우울하고 자기만의 생각에 깊게 침잠해야만 창작이 되는 예술가도 있겠지만 존 버거맨은 그 반대다.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고 그러한 와중에 자기만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그림들을 찾아낸다. 행위예술과 순수미술의 중간쯤이라고나 할까? 실제 존 버거맨의 작업스타일을 재미있게 엮은 이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시종일관 재밌다. 재밌다는 건 누구나 좋아하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창작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 나부터도 당장 창작이라 하면 무언가 대단한 걸 만들어 내야 할 것 같은 긴장감이 생긴다. 그 두려움을 깨기만 해도 창작은 이루어 진다고, 창작은 연필을 드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존 버거맨은 말한다. 눈, 귀, 입으로 그리기, 종이가 아닌 곳에 그리기, 연필 말고 다른 재료로 그리기, 거꾸로 그리기 등등 여기에서 제시하는 101가지 방법은 결국 시선을 다르게 두는 연습(다양한 방법으로 보는 것)의 다른 이름이다.


 "그는 단순하면서도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예술이 사람들의 세상과 그 주변까지 바꿀수 있다고 믿는다. -작가소개 중


 그의 창작 철학이 마음에 든다. 유머러스한 사람을 만나면 덩달아 유쾌해지듯이, 저자의 의도대로 이 책에 실린 많은 재미있는 시도들이 내 시간과 주변과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한 몇몇 사소한 시도들은 그 사소함에 비하면 말도 안되게 어마어마한 웃음을 선물해 주었다. 이런 웃음이야말로 창의력이 솟아나는 비결 아닐까. 그러니 당신도 걱정말고 그려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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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나라 엄마 펭귄
이장훈 지음, 김예진 그림 / 51BOOKS(오일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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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일본에서 흥행할 때도, 한국에서 흥행할 때도, 리메이크가 되어 한국영화가 나온 지금까지도 못 본 영화다. 영화 보는 취미가 없어서 인 것도 있지만 이별에 대한 가족 영화라 아무래도 눈물 콧물 범벅이 될 듯 하여 보기가 꺼려졌던 탓도 있다. 비오는 날, 엄마가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기억을 잃을 채로 다시 돌아 온다는,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은 타임 슬립이라는 큰 줄거리에 일본영화 특유의 감각적인 편집들이 한번 보고 싶긴 했는데...하는 기억만 어렴풋하다.  

 

 

 

 

 '구름나라 엄마 펭귄'. 이 그림책은 극중 소재이기도 하지만 영화의 모티브 그 자체이기도 하다. 하늘나라로 가기 전 구름나라에 머물던 엄마펭귄이 이유도 모른채 울고 있다. 지상세계로 내려와 이유를 찾아보지만 여전히 눈물은 멈추지 않고 이끌리듯 만난 아기 펭귄을 꼭 끌어안고서야 눈물이 멈추게 된다. 그 후 엄마 펭귄과 아기 펭귄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여러 생각들로 잠시 머리가 어지러웠다. 엄마 펭귄은 찰라의 시간 동안 아기 펭귄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그 세상은 널 응원하고 있다는 메세지를 준다. 혼자서도 충분히 조개를 주울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자기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기도 하는 법도 알려준다. 만약 내가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남긴다면 저게 전부가 아닐까...



 아이들과 이 책을 읽으면서 순간순간 마음이 일렁였다. 30개월인 둘째는 엄마펭귄이 왜 가느냐고 몇 번이나 묻고 7살인 첫째는 또 빗방울 기차를 타고 내려와 아기펭귄을 만나면 될 일 이라는 듯이 대꾸했다. 가까운 이별을 한번도 목도하지 못한 아이들은 죽음에 대해, 엄마의 상실에 대해 까마득히 무지했다. 그 까마득함 만큼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내가 지금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상실의 슬픔, 아픔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상실을 겪었을 때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차곡차곡 쌓아주는 일이다. 엄마 펭귄은 눈물을 멈췄고 아기 펭귄은 엄마가 남겨준 것들을 양분삼아 씩씩하게 자라나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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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을 위한 여행 - from Provence to English bay
양정훈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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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전히 방황 중인 것 같다. 그게 처음엔 집앞 이었다가 동네 골목 어귀였다가 지금은 남쪽의 프로방스이거나 북쪽의 유럽이거나 저 멀리 동쪽의 시드니가 되었다. 길 위를 떠돌면서 외로워 하는 일이나 길 밖에 앉아 외로워 하는 일은 조금도 다르지가 않아 보인다. 그나마 길 위에 서 있는 그가 부러운 건 내가 길 밖에 있기 때문인가.


 '오직 한사람을 위한 여행'은 이력도 기괴한 양정훈 작가의 여행수필이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작가라는 호칭도 불투명한, 그저 떠돌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의 풍경들을 보며, 이국의 사람들과 인사하면서도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문장들이 낯설지가 않다. 그가 자신의 깊은 곳에 가 닿을 수록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듯말듯한 미소를 짓는다.

  


p.68 저 앞에 정경이 실은 대단할 것이 없다. 수 많은 일상과 그 일상이 모여 만든 저녁이 가만히 지고 있을 뿐이다. 노랗고 환하게 집집이 별이 들고 사람들은 어둠으로 천천히 잠기는 밤. 무언가 크고 엄청난 것이 여행의 어디에 있을 것 같았지만 그건 아주 바보 같은 착각이었다.......(중략).......무언가 자기 바깥에 대단한 것을 찾아 떠났던 사람들이 마침내 자신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지켜보며 나는 오래오래 안도했다 

 

 

 

 이 책은 사진이 특별하다. 아니, 특별하게 느껴진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허투로 보이지가 않는다. 그것이 글의 힘인지 사진의 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둘의 조화에 마음이 이끌린다. 외로움이 켜켜히 베인 문장들도 좋다. 그 문장들로 여행과 여행지의 평범한 사람들과 가족과 연인과 사회의 비주류와 실패에 대해 말하는 것도 좋다. 그의 여행에 내가 동참할 수 있어서, 나를 위한 여행이어서 더 좋다.


 p.41 무엇도 될 수 없어서 결국 자신이 되어버린 사람은 안다. 어차피 어른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는 것. 가여운 자기를 수없이 뭉쳐 만든 사람이 되는 것. 너무 자신을 탓하지 마라. 결코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그런 종류의 어른이 되어 가는 것에 대해 너무 오래 부끄럽고 불안해하지 마라.

 아무것도 아닌 어른으로 살아가는 일이 부끄럽고 불안하다. 독심술이라도 한 것 마냥 내 마을을 읽어내려가는 저자의 문장들에 속으로 울었다. 속으로만 울고 있는 자신이 또 한참 슬퍼서 빨래를 개는 손이 느려졌다. 기어코 하얀 빨래 위로 검은 점들이 점점이 박힐 때까지 그의 문장들이 나를 따라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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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만에 완성! 초간단 인기 요리 - 피크닉 도시락 만들기 텐텐북스 84
이선희 지음 / 글송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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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때는 소년, 소녀 만화잡지가 유행이었다. 친구네 다락방에 모여 아무렇게나 누워 윙크이슈같은 잡지들을 순서대로 돌려 읽었다. 초기엔 단행본도 많지 않았고 잡지로만 연재하는 만화들은 한 달이나 기다려야 그 다음 스토리를 읽을 수 있었다. 지금 내 감성의 8할은 그때 그 다락방에서 만들어 지지 않았나 싶을 만큼 소중한 추억이다. 우연치 않게 텐텐 북스를 접하고는 많은 시간 우리를 울고 웃게 했던 그 만화 잡지들이 떠올랐다. 요즘은 거의 인터넷으로 웹툰을 보는 시대라 이렇게 지면으로 만나는 소녀풍의 만화가 너무 반갑다.


  ‘10분만에 완성! 초간단 인기요리는 소녀소녀한 스토리에 요리를 접목시킨 만화다. 학습만화라고 하면 학습만화이긴 한데 그것보다는 소녀 취향의 요리책에 더 가깝다. 주인공 새봄이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요리를 통해 그들의 감정선을 정리하고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모습들이 꽤나 진지해서 흥미롭게 읽었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 사이사이엔 실제로 시도해 볼 법한 간단한 피크닉용 레시피들이 소개 되어 있다. 사실 10분은 아니고 대게 20~30분 사이로 완성할 수 있는 레시피들이 실려 있는데, 가벼운 요리들이라 초등학생들이라면 제법 완성도 있는 한 접시가, 아직 어린 미취학 아이들과는 재미 있는 경험 한 접시가 완성 될 것 같다.

 

아이들 만화라고 가볍게 봤지만 거기엔 기업 상생, 마케팅 같은 사회경제적 요소들과 선의의 경쟁 같은 교육적 내용들이 어색하지 않게 잘 버무려져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하트 화살표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하이틴 소설 같은 스토리도 마냥 유치하지 않았다. 물론, 요즘 공주와 왕자 이야기에 푹 빠져 있는 7살 딸 아이와 이 책에 대해 수다를 떠는 시간은 좋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여자 아이들이 이 책을 읽기에 가장 적합한 대상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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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말고 나로 살기 - 경력단절의 시간을 넘어 다시 세상 속으로
조우관 지음 / 청아출판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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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가 올해 3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은 많았지만 일단 오랫동안 마음에만 품어왔던 구직 활동을 시작해보기도 한다. 이력서도 다시 쓰고, 증명사진도 다시 찍고, 오래전 가입해 두었던 구직 사이트에 다시 한번 로그인을 했다. 그런데 자꾸 망설여 진다. 2년여 남짓 했던 워킹맘 생활을 다시 시작 하려니 겁도 나고 내가 정말 원하는 길이 이게 맞는 거였는지 헛갈린다. 심지어 육아에만 매달린 몇 년 동안 나에겐 생각보다 많은 나이와 경력단절녀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그때 내 눈에 쏙 들어 온 제목 엄마 말고 나로 살기’.


저자는 직업 상담사 커리어 컨설턴트다. 그녀 역시 전업맘에서 워킹맘으로 변신하여 지금의 이력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총 5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Part 1에서는 저자의 유년과 현재의 직업관을 갖게 된 계기들이 편안한 문체로 서술되어 있다. Part2~4 까지는 다시 경력을 갖고 싶어하는 전업맘들에게 필요한 팁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알려주고 Part5에서는 재취업 후에 경력을 지속시키기 위한 마음가짐과 격려의 말을 건넨다.


P.151 무언가가 되겠다는 생각 이전에 무언가를 하고 싶은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면 다음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좀 더 다양해 질 것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직업은 자연히 내게 찾아 올 것이다. 직업은 꿈을 위한 도구이지 우리 자신이 될 수 없고 우리의 정체성이 될 수 없다.


전업주부라면 아이들, 남편 옷은 철마다 주저없이 집어 들면서 정작 나를 위한 티 한 장은 선뜻 고르지 못하는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 사소한 공감들이 이 책 전반에 깔려 있다. 취업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보다는 직업을 구하는 마음가짐, 직업에 대한 넓은 이해를 재고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느꼈다. ‘너도 할 수 있으니 어서 밖으로 나와하고 등 떠밀어 주는 언니 같은 책이다.

P.209 우리는 진정으로 위대한 일을 해 왔다. 그러니 누구에게라도 우리의 지난 시간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우리 자신을 자신 있게 꺼내 보일 수 있다. 그것이 어디를 가더라도 자신을 경력단절여성으로 정의한 채 그에 맞게 행동하지 않아야 할 유일한 이유이다.  

 


  아이들 위주의 삶이 계속 되니 오히려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간섭과 기대와 걱정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관심의 반절쯤을 뚝 잘라 내 자신에게로 돌리자고 마음 먹었다. 내가 마음 먹은 시기와 이 책을 만난 시기가 잘 맞아 떨어졌다. 그래, 난 누구 엄마 말고 나로 살고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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