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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해지는 거절의 힘 - 웃으면서 거절하는 까칠한 심리학
마누엘 스미스 지음, 박미경 옮김 / 이다미디어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대 초반 길거리에서 한 남자가 내게 좋은 문학 전집이 있는데, 출판사 사정이 좋치 않아 아주 싼 가격에 책을 판매한다며 봉고차로 데려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난 책 구입할 할부 계약서를 쓰고 몇권의 책을 우선 받아 집에 왔다. 막상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속은 것 같아 출판사에 전화해서 환불 하겠다고 하니, 자기네들은 바뻐 갈 수 없으니, 환불 받고 싶으면 책을 들고 직접 사무실로 찾아 오라는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이럴 때 귀찮아서 포기 하겠지만, 난 물어 물어 외지고 허름한 사무실을 찾아 결국 환불 받은 적이 있다. 한번은 직장에 찾아온 화장품 외판원이 나보고 피부가 좋치 않다며, 마사지와 피부 테스트를 무상으로 해 준다길래 받았다가 내 한달 월급 정도 되는 고가의 화장품을 12개월 할부로 구입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난 할부를 하지 않고 화장품은 매장에 가서 구입한다. 결혼을 한 후 아이가 한 3살정도 되었을 때 집으로 한 여자가 신기한 OO나라라는 어린이 전문 서적 파는 사람이라며 아이 조기 교육을 위해 전집을 판매하러 왔는데, 돈이 없어 못한다니까, 아이 돌반지로 선금을 내면 된다 해서 덜컥 계약했다가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한테 혼난 적이 있다. 책 값이 지금으로 치면 200만원 상당인데, 남편은 어린 아이한테 그 많은 책이 무슨 소용이냐해서 환불하라고 해서 그 다음 날 회사에 전화해 환불 요청을 했는데, 직원이 안된다고 해지를 못한다는 거다. 그래 포기 하려하는데, 남편이 내용증명서를 회사로 보내라고 했고, 그제서야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난 거절을 잘 못하고, 잘 속아 손해를 보는 스타일인 것 같다. 보험도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들면 좋다고 하니 들고, 카드 만들어 달라고 선물 준다고 하면 만들어 주고, 금방 갚는다고 돈 좀 빌려 달라고 하면, 적금까지 해약하며 빌려주고 나서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아는 사람 부탁을 내가 손해 보더라도 들어주다 보니, 사실 내 속만 상하는 경우도 많았다. 바보같이~~
이 책을 읽다보면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다. 이기적인 것 같기도 하고, 남들이 보면 진상같은 유형이기도 하다. 근데 달리 보면 내 권리를 당당히 요구하고,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 당시에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길게 관계를 유지하려면 솔직히 마음을 표현하고 거절하는 것이 옳은 듯 하다. 금전문제로 절친과 몇년동안 연락이 끊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말이다. 타인이 내게 부당하게 할 때도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 듯, 내 입장을 명확히 밝혀 피해를 입지 않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이 책에 재밌는 부분은 나의 생각을 어필하기 위해 고장 난 레코드 방법이 있는데, 아마 이 방법을 쓰면 대부분 다 통할 것 같긴 하다. 세상을 사는데 때론 영악해야 할때도 있고 가끔은 손해를 봐도 괜찮다는게 내 생각이다. 꼭 이 책에 나온 것 처럼 사는 게 다 행복한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