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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말하다>는 김영하 작가의 삶과 문학, 글쓰기를 그가 그동안 강연하고 인터뷰 한 것을 모은 산문집이다.
<보다>에 이어 두번째로 쓴 작품으로 <말하다>는 직접 듣는 느낌이여서 그런지 글이 더 집중이 잘 되고 직접 강연을 듣는 것처럼 귀에 속속 들어오는 느낌이다. 난 이 책을 다 읽고 그의 강연를 인터넷에서 찾아 보았다. 책만큼이나 강연도 좋았는데, 작가는 말하는 것보다 쓰는 게 더 익숙하다고 한 것처럼 어떤 강의는 멋지고 자신감 있어 보이는데, 어떤 강의에선 표정이 좀 부자연스럽기도 했다.
- 자기해방의 글쓰기 -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 2013년 5월
직업별 수명을 연구한 데이터를 보면 가장 오래 사는 직업 1위는 종교인,2위는 정치인이고 가장 일찍 죽는 직업군은 작가라고 한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권유하는(?) 것은 글쓰기가 우리 자신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고, 변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글쓰는 동안 우리는 한 글자 한 글자 언어화하는 동안 차분하고 냉정하게 마음 속에 숨겨진 어두운 감정이나 트라우마를 내려다 보게 된다고 한다. 나의 경우 글을 자주 쓰지는 않지만, 가끔 글을 쓰면 정리가 된 듯한 느낌은 든다. 복잡한 것도 글을 쓰는 순간에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말을 하다보면 감정이 실려 내가 바라지 않던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이미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주어 담을 수 없지만, 글은 여러번 수정도 가능하고 폐기할 수 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에게 허용된 최후의 자유이며,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마지막 권리입니다.
그게 무엇이든 일단 첫 문장을 적으십시오.어쩌면 그게 모든 것을 바꿔놓을지도 모릅니다. p059~p060
-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 TEDxSeoul 강연, 2010년 7월
작가는 우리 모두가 예술가로 태어난다고 말을 한다. 어릴 적 우리하는 놀이, 낙서라든가 거짓말도~재미있는 시선이다. 대한민국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질 않는다. 작가와 같은 시각으로 본다면 분명 우리나라에는 뛰어난 예술가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예술은 왠지 소질이나 재능이 있어야하고,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작가는 숨어있는 예술가라는 정제성을 깨우라고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 아닐까요?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어떻게? Just Do It! p078
- 비관적 현실주의와 감성 근육 - SBS <힐링캠프> 강연, 2014년 12월
군부대의 강연을 간 작가는 제대를 앞둔 병장이 자기는 집안 형편도 어렵고, 스펙도 학벌도 시원찮은데, 자기 같은 젊은이가 어떻게 하면 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묻길래 "음, 잘 안 될 거예요" 라고 말했다고 한다. 예상 밖에 답변이지 않은가? 대부분은 희망적인 말로 젊음이에게 격려의 말을 해 주었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너무나 현실적인 대답을 해주지 않았은가! 실제로는 이런 말이 더 와닿는다. 예전보다 돈 벌기가 더 어렵고 취직하기도 힘들다. 전에는 열심히 하면 한 만큼 성과가 있었는데, 지금은 열심히 해도 성공하기 힘들다.
비관적 현실주의에서 최대한의 의미, 최대한의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선 개인주의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남과는 다른 개인의 독자적인 사고, 남이 침범할 수 없는 내면을 구축하라고 한다. 단단한 내면은 지식만으로 구축되지 않으며 감각과 경험을 통해서 완성된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아닌 지금 내가 뭘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그것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한다.
내 안을 깊숙히 들여다 봐야 내가 무엇을 원하는데 무엇을 하고 싶은 지 알수 있을텐데, 또 잠자고 있는 나의 감각을 깨워야 하는데, 40이 넘은 이 나이에 이미 타성 젖어 깨울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
잘 느끼자, 감성 근육을 키우자. 그리하여 함부로 침범당하지 않는 견고한 내면을 가진 고독한 개인들로서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자. P036
김영하의 산문 <말하다>에는 인터뷰 내용도 많이 있는데, 소설가로서의 삶이라든가, 소설쓰기, 그의 작품세계가 다 실여있다. 이 책을 읽고 김영하의 소설에 관심이 생겼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 <살인자의 기억법>은 꼭 한번 읽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