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 대한민국 최고의 범죄학 박사 이윤호 교수의 연쇄살인범 53명의 프로파일링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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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는 대한민국 최초의 범죄학 박사 이윤호 교수가 쓴 해외 연쇄살인범 53명의 프로파일링이다. 저자는 현재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장과 대학원장을 맡고 있고, 범죄 관련 각종 학회장과 정부 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범죄학 전문가다.



연쇄살인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표준대국어사전에 따르면, 한 명이 연쇄적으로 사람을 죽임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그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연쇄살인범이라고 한다. (p.11) 학술적으로는 다른 세 곳 이상의 장소에서 시간 간격을 두고 세 건 이상 살인을 저지르는 범행을 일컫는다.



이윤호 교수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53명의 연쇄살인범을 조명한다. 범행 경위와 수법, 성장 배경과 프로파일링을 통한 심리적 분석, 그리고 범행이 미친 사회적 파장과 영향을 다룬다. 에드먼드 캠퍼, 테드 번디, 안드레이 치카틸로같은 유명한 살인마가 대표적이다.

 

 

53명 중에는 시체를 강간하거나 식인을 하는 사례가 더러 있고, 특히 성적 유희와 결합된 살인이 많았다. 사탄 숭배의 종교적 의식 차원에서 피해자를 학대, 시체를 다져서 성기 일부를 먹은 시카고 살인광 패거리도 있다. 피해자 집계는 적게는 수 명에서 페드로 로페즈 같은 경우 몇백 명을 넘었다. 공식적으로 피해자가 2백 명이 넘는 악마 의사 헤럴드 시프먼이나 악마 간호사 제니니 앤 존스는 정확한 사망자 집계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학술적인 연쇄살인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다중살상범이나 테러범도 포함했는데,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유명한 컬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 2011년 한국 언론에 자주 거론됐던 노르웨이 극우주의자 브리이비크, 버지니아 공대 조승희 총기 난사 사건 등이다. <TV 서프라이즈>에 나왔던 인도의 산적 영왕 풀란 데비, 테드 카진스키도 분석한다.



연쇄살인범이 가진 소아 성애나 시체 애호증같은 변태적인 성적 지향과 범죄 행태는 서평에서 다루기 부적절할 듯하다. 일명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 말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자기애적 인격장애나 기타 여러가지 인격장애의 유형을 가졌고, 성장기 시절 불우한 가정 환경으로 피해자에게 분노와 그릇된 애정욕구를 투사하거나 피해자를 통제하고 괴롭히는 데서 성적 쾌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풀란 데비와 같은 몇몇 살인범을 제외하면, 영화 제목처럼 "악마를 보았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범죄학과 프로파일링 기법은 그런 악마를 연구하고 실체를 밝히며 범죄 예방과 사법 체계 개선에 기여하는 학문이다. 심리학적으로 범죄자를 분석하여 살인자의 범행 동기나 의도를 파헤친다. 우리나라 성범죄자 신상공개와 같이 미국의 메간 법, 윌리엄 휘팅 사건으로 제정된 2000년 영국 사라법, 게이시 사건으로 '실종아동 찻기 법'이 만들어진 것처럼 형사법, 범죄예방 관련법률 자문 역할을 한다. 그리고 법정에서 변호 논리로 활용되는 '정신이상 무죄변론Insanity defense'. 즉 범행 당시에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는 등 여러 변론에 대한 진위를 밝히는 데 조언한다.(p.104)

우리나라도 각종 혐오 범죄나 잔혹한 살인이 일어난다. 최근 인천에서 자퇴 여고생이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시체를 절단, 유기하여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재판 당시 주범 김 양은 조두순 사건처럼 정신이상 무죄변론으로 심신미약, 아스퍼거 증후군을 주장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2014년 김해에선 한국판 여고생 콘크리트 살인 사건이 일어나 재판 중에 있다. 오원춘 사건도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구설에 오르고 있다. 비록 연쇄살인 범주에 들어가진 않지만, 사회가 양극화, 파편화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잔혹 범죄가 늘어나지 않을까 염려된다.

앞서 인천 여아 살해사건의 경우 공범 박 양은 무기징역을 받은 데 반하여, 주범 김 양이 소년법을 적용받아 20년 형량을 선고받아 논란이 되었고, 소년법 개정 요구를 촉발시켰다. 콜럼비아의 경우도 무기징역이 없고 최고 형량이 정해져 있어 국민 법감정과 괴리되었다는 비판 여론이 많다. 미국 악마 간호사 존스는 영유아를 수십 명 살해했으나 교도소 과밀수용 문제로 형기의 3분의 1을 채우고 2017년 올해 가석방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녀의 엽기적 행각을 다룬 영화 <죽음의 약물>, <다중 살인> 등을 본 시민들은 공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형사법 체계와 수형 체계 개선도 범죄학의 주요 테마다.



마지막으로 표창원 교수가 쓴 <한국의 연쇄살인>을 읽은 독자라면 한번쯤 권하고 싶다. 챕터 마지막 부분의 해외 연쇄살인 사례를 짧게 다루는데, <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연쇄살인범을 단순히 악마라 치부하고 비난할 것만 아니라, 악을 끊임없이 해부하고 주의해야 보다 성숙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된다. 그리고 형사법이나 교정 체계도 국민 법감정에 부응하는 동시에 범죄학에 근거하여 합리적인 방향으로 지속적인 조율이 필요하다. TV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7%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제 사건이나 범죄 사건에 국민들이 가지는 관심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이제 몇몇 대학이나 경찰관련학과, 전문가 대상이 아닌, 대중들을 위한 범죄학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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