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발표의 기술 - 맥킨지식 프레젠테이션 활용의 모든 것
진 젤라즈니 지음, 안진환 옮김, 이상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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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이었다. 발표나 조별 과제를 제출하는 수업은 기피 대상 일 순위였다. 자료를 수집하고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도 문제지만,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고 발표자로 뽑힐 때면 시쳇말로 망했다 싶다. 사회생활에 접어든 후, 아직 프레젠테이션 책임까진 맡지 않는다. 다만 보고서를 작성하고 코멘트를 해야 하면 떨리기 일쑤다. 물론 정해진 양식은 어느정도 갖춰져 있지만, 더 잘만든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 보고서 잘 쓰고 프레젠테이션 곧잘 하는 직원은 그지없이 예쁘다고 칭찬받지 않는가.



그리고 프레젠테이션을 작성하고 발표할 때, 누가 먼저 무엇이 중요한지, 혹은 순서는 어떻고 만들 때 유의사항이나 견본을 보여주면서 매뉴얼을 세세히 가르쳐 준다면 천군만마를 만난 기분이다. 그런 동료나 선배 만나기가 별 따기다. 프레젠테이션 책을 찾는다.



<맥킨지, 발표의 기술>도 마찬가지다. 맥킨지는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로 정평 난 덕분인지, 경제 경영, 특히 프레젠테이션, 협상, 보고서 작성 매뉴얼은 '맥킨지' 관련자가 쓴 서적이 꽤 눈에 띈다. <맥킨지, 발표의 기술> 저자는 비주얼 커뮤케이션 디렉터를 맡고 있고, 이번에 원제 <Say It with Presentation> 번역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저자가 전문가인 덕분인지, 책 자체가 짜임새 있고 재밌는 프레젠테이션을 읽는 듯하다. 구상부터 발표까지를 단계별로 챕터화하고, 구체적인 노하우를 제시한다. 프롤로그 "청중의 권리장전", 섹션1. "상황을 정의하라", 섹션2. "프레젠테이션을 설계하라", 섹션3. 프레젠테이션을 전달하라", 에필로그로는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의 십계명"을 담았다. 독자가 프레젠테이션 단계를 장악하고, 필요한 챕터를 찾기 쉽게 만들었다.



먼저 '청중의 권리장전'이 나온다. "이 사실을 기억하라. 프레젠테이션을 싫어하는 당신보다 프레젠테이션 내내 자리를 지켜야 하는 청중들이 프레젠테이션을 더 싫어한다. 농담이 아니다." (p.22) 기술이 필요하다. 첫째로 목표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목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고, 반드시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며, 청중이 행동하도록 구상하는 단계가 우선이다. 대체로 목표가 불명확하면 중구난방이고 실속 없게 마련이다. 프레젠테이션 성공 여부는 당신이 목표를 달성했는가로 판단한다.



그 후 본격적인 프레젠테이션 설계로 이어진다. 정교하게 줄거리를 짜고, 서론 작성 시에는 PIP 공식(목적, 중요성, 미리 보기)을 유념한다. 결말을 계획한 다음, 상상력을 발휘해서 효율적인 전달 방식으로 프레젠테이션을 꾸민다. 적절히 활용 가능한 비유, 이미지, 예술 등 다양한 표현 방식을 세세히 나열하였다. 당장 참고 예를 모아서 도움이 되고, 시간이 된다면 '상상력은 어디서 오는가?"챕터를 읽고 아이디어 노하우를 익히면 훨씬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전달할 차례다. 떨리는 시점이다. 사전에 전달의 기술을 숙지하고, 기기와 시각자료를 이용하고, 연습하면 대처력이 길러진다.  "이제 나는 그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무엇이 변한 것일까? 아마도 가장 큰 변화는 더 이상 틀릴까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p.144)" 완벽한 사람은 없다. 사소한 실수까지 두려워하면 전체를 망치게 된다. 그리고 질문을 받으면 3. "대답을 생각하기 위해 잠깐 멈춰라."  4. "더도 덜도 아닌 그 질문에만 대답하라." 5. "질문자에게만 대답하지 말고 모든 청중에게 대답하라." 등은 적절한 답변에 도움을 준다. 유머 활용법은 발표 시에 윤활제가 될 것이다.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의 십계명"을 읽고 사전에 유념하고, 발표 후에 미흡한 점을 반성하는 매뉴얼로 활용하면 유용하겠다.



자기표현의 시대다. 대학에서도 프레젠테이션 수업이 늘어나고, 입사 후 조직 내 직급이 올라갈수록 표현, 연설, 발표 기술이 절실해진다. <맥킨지, 발표의 기술>은 저자가 맥킨지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서 프레젠테이션 전문가다. 책은 독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고, 발표 단계별로 챕터를 나눠서 짜임새가 있다. 그 자체가 잘 만들어진 프레젠테이션 표본을 연상케 한다.

사족이지만, <대통령의 글쓰기>가 다시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 씨의 저서로, 재직 당시 자전적 경험담과 전직 대통령들의 글쓰기, 연설 수칙, 비법을 담았다. 두 대통령은 이구동성으로 민주 시대 리더는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연설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권위주의 시대는 힘이 권력이었지만, 민주 시대는 국민에게 자기 주장을 설득하고 지지를 받는 것이 정당한 권력이다. 자기 입장만 호소하고 질문조차 용납되지 않는 연설은 권위주의 잔재다. 연설이 아니라 상명하달이다. 발표, 혹은 연설 목적이 무엇인지조차 고려하지 않은 행태다. '청중의 권리장전', 프레젠테이션 기술, 십계명'은 실무 비결이지만, 결국 목표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설득이고 소통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그동안 발표를 꺼려왔던 사고방식이  달라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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