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백과사전 - 생텍쥐페리의
크리스토프 킬리앙 지음, 강만원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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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 민가로부터 수천 마일이 떨어진 사막, 문득 한 꼬마가 양을 그려달라고 부탁한다. 소행성 B612에서 지구로 왔다는 꼬마는 바로 어린왕자다. 이 마법 같은 동화 <어린왕자>는 27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성경> 다음으로 많이 번역, 판매된 책으로 기록되었다. 하이데거는 "이 책은 금세기에 가장 중요한 프랑스 책"(p.72)으로 극찬했으며, 우리나라 법정스님 등 많은 명사들이 애독한 책으로 유명하다.


일반 독자에게도 마찬가지다. 대다수가 학창 시절에 <어린 왕자>를 읽었고, 독서를 멀리하는 사람들마저 인상적인 책으로 <어린 왕자>를 꼽는다. 마냥 동화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서, 혹은 어른이 되어 다시금 읽으면 새로운 의미와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생텍쥐베리는 서문에 친구인 어른 레옹베르트에게 이야기를 헌정했으며, 출간 당시에도 과연 <어린왕자>가 동화인지, 아니면 어른을 위한 철학 단편인지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 왕자>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자부하지만, 서문에 나오는 레옹베르트가 누구인지 물어보면 대답조차 못했다. 생텍쥐베리가 조종사였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정찰 비행 중에 불시착하여 사망했다는 낭만적인 일화만 알고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어린 왕자 백과사전>은 <어린 왕자>의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이러한 정보들을 담았다. 저자의 생애부터 이야기의 모티브, 소재들을 심층 탐구하고, 작품을 재해석한 각종 매체들을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호사가처럼 생텍쥐베리의 여성 편력까지 다루었다. 실제 생텍쥐베리는 명망 있는 작가로서 헐리우드 배우 등 다양한 사회 인맥을 맺었고, 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맺었다. 낭만적인 조종사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어린 왕자>의 수많은 판본들과 캐릭터 상품, 컬렉터들의 수집품들, 테마 파크, 어린 왕자를 모델로 한 여러 공익 단체들의 활동은 기대 이상으로 광범위했다. 무엇보다 생텍쥐베리를 추모하기 위해 제조된 50프랑의 지폐가 1993년부터 2001년까지 한시적으로 유통되었다는 점도 처음 알게 되었다.(p.227) '백과사전'이란 제목이 어울린다.


특히 '등장인물의 출처'(p.38)에서 바오밥나무에 관한 일화, 소행성의 인물들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들, 어린 왕자의 모델로 추정되는 열두 살 소년 피에르 쉬드로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발표되지 않은 장' (p.58)에는 작품에 수록되지 않은 자필 초고 내용을 볼 수 있다. 어린왕자가 사막을 떠나 히말라야에서 '크로스워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을 만나는 에피소드, "'가글'을 뜻하면서 G로 시작되는 여섯 글자"(p.59)를 찾기 위해 침식을 잊은 인물은 어린 왕자가 소행성 여행 중에 만난 어른들의 군상과 비슷했다. 가정집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문전박대 당하는 에피소드는 뜬금이 없긴 하다.


해외의 어린 왕자 테마 파크는 사진으로나마 즐겨야겠지만, 책에 소개된 '가평 쁘띠프랑스'나 가까운 일본의 '하코네 어린 왕자 박물관'은 한번 견학해 보고 싶다. 다양한 매체의 어린 왕자 작품 소개를 컬러판으로 접하니 더욱 관심이 간다. 그리고 생텍쥐베리 재단, '어린 왕자들', '나에게 양 한마리만 그려줘' 단체나 UN의 어린 왕자 관련 활동들까지, 아직도 어린 왕자는 인류와 함께 하며 문화다양성을 증진하고, 백혈병 등 소아 환자들을 돕고 있다. 마지막에 부록으로 무려 작품 <어린 왕자>가 실려 있다. 작품에 대한 다양한 사전 지식을 알고 보면 또다른 재미와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아는 만큼 더 많이, 더 깊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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