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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밤길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평점 :
소설이 이미지를 추구하고 그림을 추구하게 되면서
현실이 드러나면 어딘가 촌스러움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 지
하고 묻게 되어서인지는 몰라도
요즘 작가들의 소설은 어렵다
그래서 독자들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
너무 현학적인 언어에 천착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그건 수많은 단편문학상들이 양산한 필연적인 귀결인지도 모른다
그런 문단의 주된 경향에 대해
항상 꼿꼿한 작가가 공선옥은 아니었는가 하고
그런 작가가 있어
오늘밤 나는 발랄할 수 있고
그래 현실이란 소재의 무궁무진함과
그 역동성과...
아기에게 젖을 물리면서 남편을 부르던
여인의 울부짖음이
빗소리 속에서도 선연한 것은 생생한 삶의 숭고함과 맞닿아 있다
빌어먹을 글쓰는 놈의 노리개가 되었으면서도 대놓고 말한마디 못하고
외국인 노동자가 무서워 숨어버린 그녀가
그들이 부르는 쓸쓸함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설정도 고스란히
아픔은 다 통하고
그렇게 다독일 수 있음을 그런 비극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기어코 떠올리게 하는
그래서 시동생이 홀로 담배피우는 옥상에서 경비들을 피해 도망하는 것을 뒤쫓아
자신의 시동생이라 말하는 그녀의 복잡스런 시댁과의 소란함 사이로
전화는 울려오고
툭툭 터져나오는 울음과 설움은 비내리는 속에도 달은 있어
울지말고 달을 봐.. 비내리는 추석날 울지말고 달을 보라던
홀로 추석을 맞는 친정아버지와 통화하는 그녀다
현실이 주는 아프고 질척거리는 질문들에 대해 등돌리지 않는 작가 공선옥. 그래서 나는 그녀의 [폐경전야]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마음가득한 아픔에 관한 말은 고스란히 제자를 위해 준비해둔 선생의 마음처럼
구질구질 하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작가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