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관리 관련 교육을 들은 적이 있다.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내가 생각하는,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내 생각'을 일단 완전히 접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시작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게 되던가? 이건 사실 나 같은 사람에게 거의 불가능한 시작점이다.
그래서 난 항상 고성을 지르게 되고 언쟁을 하게 되고 시시비비를 가리게 되고 감정이 나빠지게 된다. 아니, 어떻게 이걸 이렇게 생각하지 않고 저렇게 생각할 수가 있는 거지? 저 사람은 도대체 상식이 있는 사람이야?
모든 문제와 갈등은, 내 상식과 상대의 상식이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다.
이 책의 핵심 단어인 디자인 씽킹 또는 퍼실리테이션 이런 류의 마음가짐과 소통태도는 나 같은 사람에겐 정말 마의 벽이다.
난 이렇게 생각한다.
집단지성의 힘도 좋고,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도 좋다. 단, 개개인이 더 나은 공감력을 가지고, 더 나은 생각, 더 나은 최적화된 생각, 더 생산적인 사고를 통해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어떤 사안에 대하여, 좀 더 큰 틀로 파악하고 전체적인 시각에서 최적화하는 것, 도대체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지 규정하고 그 해결이 성과를 무엇으로 정의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우는 것, 그 문제 해결에 있어 개념화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것, 의사결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그 문제와 관련된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이런 모든 일련의 것들이 본질적인 것인지 진정 가치가 있는 것인지 등등 생각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이 그랬다던가? 1시간이 주어지면 55분 정도는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5분 정도는 그 해결책을 찾겠다고?
현대의 다양한 갈등적 문제해결에 있어,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얘기하게 하는 것"이 "최적의 답을 찾는 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기조가 있는 것 같다. 나도 조금씩 그런 과정상의 가치에 대해 동의하는 마음이 커져 간다. 그렇지. 미리 선험적으로 정해진 답이 딱 하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래. 얘기해 보자. 충분히. 꽁 하고 있지 말고 다 드러내 얘기해보자. 그 과정에서 뭔가 찾을 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