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비서들 - 상위 1%의 눈먼 돈 좀 털어먹은 멋진 언니들
카밀 페리 지음, 김고명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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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높은 등록금 탓에 학자금 대출을 받아 사회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빚쟁이인 요즘 청년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우리나라만의 것은 아닌가 봅니다. <도둑 비서들>에 등장하는 비서들이 메고 있는 채무는 2만에서 10만 달러에 이르는데요. 화려한 대언론사 임원 비서이지만 월급은 그저 그런 수준이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물고인 천장 아래의 1.5룸에서 생활하거나 집도 없이 자동차에서 살기도 합니다. 몇 년을 갚아야 끝이 날까, 과연 끝날 수는 있을까 막막합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무리하면서 대학에 진학해 공부를 했느냐고, 무리라는 걸 알면 중도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며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라도 학업을 마친 그들의 결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게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경제적 이유로 대학원을 중퇴하기로 결정한 날의 아픔은 지금까지의 손꼽히는 가슴 아픈 사건 베스트 10에 들어갈 정도인데요.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겠다. 순조롭게 진행이 되면 앞으로는 이렇게 저렇게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했던 모든 미래의 계획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리는 것이기에, 갑자기 미아가 되어버린 기분이 들기도 하고, 모든 것을 다시 계획해야 한다는 공포감까지 듭니다. 그러니 웬만해서는 포기하지 않고 대출을 받아 가며,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버티는 것이겠죠.

어쨌든 소설 속의 그녀들은 학자금 대출이라는 족쇄를 한쪽 다리에 차고 힘겨운 나날을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집에서는 보잘것없는 상상 이상의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모시고 있는 상사는 억만 장자로 화려한 생활을 하니 상대적 박탈감도 무시 못할 일입니다. 그래도 성실하고 소심한 원칙주의자 티나 폰타나는 공은 공, 사는 사. 보스의 신뢰를 받으며 열심히 회사 생활을 하지요. 그러다 우연히 실수같이 저질러버린 횡령. 잘 못 발급된 수표라는 걸 알면서도 무엇에 홀린 듯 학자금 대출금을 갚아버리는데요. 빚이 사라지면 시원할 줄 알았더니만, 웬걸. 불안하기만 합니다. 며칠이 지나 들키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 순간, 경비 처리부서의 바비 걸 에밀리에게 발각되고 서류 조작을 통해 자신의 학자금도 갚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합니다. 이렇게 두 건으로 끝나도 심장이 두근두근할 텐데, 눈치채는 사람이 늘어가면서 일이 점점 커져버립니다. 
제발 멈췄으면 좋겠는데 멈추질 않습니다. 심지어 비영리단체를 - 어찌어찌하다 보니 - 만들게 됩니다. 이 소설이 풍자극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녀들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의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결국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돈을 횡령해서 빚을 갚는데, 몇 십만 달러란... 재벌 입장에서는 푼돈이라는 논리로 포장해보지만 결국엔 스스로가 몇 년 동안 갚지 못해 힘들어하는 큰 돈이라는 걸 인식했으면 좋겠는데, 불안해하는 건 주인공 티나 뿐인 것 같습니다. 

통쾌하다고 생각해야 할까요? 재벌 아저씨 로버트가 악역이 아닌 탓에 그렇게 통쾌하지는 않았지만 유쾌하긴 했습니다. 독특한 소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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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중간의 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정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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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며칠 뒤면 딸아이의 생일입니다. 우리 둘이 세상에서 만난 지 벌써 만으로 15년이 되었군요. 한 몸이었을 때를 제외하고도 그렇게나 되다니. 감격스럽습니다. 딸과 저는 보통의 다른 모녀 사이와는 다른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좋은 뜻으로 말하는 분도 있고, 좋지 않은 뜻으로 말하는 분도 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금과 같은 관계가 된 것은 일종의 전우애 같은 것이 섞여 있기 때문이니 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들과는 다를 수밖에요.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와 함께 목숨을 건 대모험을 합니다. 여물지 않은 머리로 산도를 뚫고 나오는 데에는 엄마가 밀어내는 힘과 아이의 나오려는 힘이 함께 제대로 박자를 맞추어야 합니다. 죽을 만큼 아파야 아이가 태어나지만, 어쩌면 아기의 아픔이 엄마보다 더 할지도 모릅니다. 아픔을 겪고 세상에 나왔더니 눈부신 조명에 처음 보는 생명체들이 우글거립니다.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이것을 시작으로 아기는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법과 하나의 온전한 생명체로서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익히게 됩니다. 그 과정에는 엄마와 아빠 같은 양육자의 역할이 무척 중요합니다. 초보 인간이 초보 부모와 함께 하는 날들이니 얼마나 위태롭겠습니까. 그렇지만 우리는 슬기롭게 헤쳐나갑니다. 이 모든 것이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하면서요.

그렇지만, 강요된 모성애는 옳지 않습니다. 엄마니까 이렇게 해야 하고, 희생해야 하고, 마땅히 해야 하고... 한두 시간씩 쪼개어 대여섯 번 자는 생활이 이어지면, 포로수용소에서 고문을 당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누군가 다정한 말로 다독여주고, 육아를 도와주었으면 좋겠는데 시큰거리는 손목으로 아이를 씻기고 미역국도 끓여 먹어야 합니다. 아기 옷이며 수십 장의 가제 손수건을 손빨래해서 널어놓으면 철없는 남편이 밥 타령을 합니다. 싫은 소리라도 할라치면 다른 집 여자들은 그러고 몸매 관리까지 잘만 하던데 너는 게을러 가지고 집안 꼴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타박합니다. 자괴감이 듭니다. 정말일까, 남편의 말대로 제 몸 사리느라 엄살을 떠는 걸까. 다른 여자들은 애를 업고 마트 가서 장도 잘만 봐오는데, 게을러빠져서 남편에게 데리러 와달라고 전화했다며 화를 냅니다. 저혈압으로 갑자기 쓰러진 날에도 창백한 얼굴로 혼자 병원을 가고 그리고 청소를 하고 아기를 봅니다. 제대로 못해냈다는 말을 듣기 싫기 때문입니다. 내 인생의 수많은 전쟁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 한 조각의 전투를 떠올렸습니다. <언덕 중간의 집> 의 리사코와 미즈호를 보면서요. 

세 살난 딸을 둔 전업주부 리사코는 형사재판의 보충 재판원 (배심원)으로 선정됩니다. 미즈호라는 여자가 젖먹이 아기를 욕조에 빠뜨려 죽게 만든 사건의 재판이었는데요. 비슷한 나이에다 아기가 있는 리사코는 미즈호의 사건 재판이 진행될수록 그녀에게 감정 이입하게 되고, 그녀의 시어머니, 남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의 속내를 깨닫게 됩니다. 가족과 함께 있지만 자신은 혼자였다는 사실과 그들의 보이지 않는 덫에 걸려 있었다는 걸 알고 몸서리칩니다. 

리사코는 미즈호를 보았지만, 저는 그녀들을 보았습니다. 아이를 학대하거나 하는 것에 동의를 하는 건 아니지만, 심신 미약에 가까울 정도로 내몰리는 상황이 어떤 것인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외모도 형편없고 할 줄 아는 것 하나도 없는 내가 과연 세상에 나가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직장은 구할 수 있을까, 아르바이트라도 좋은데. 네가 나가서 한 달에 30만 원만이라도 벌어오면 내가 인정한다. 네까짓 게 어떻게 일자리를 구하느냐는 폭언은, 어렸을 때 아빠에게 수없이 들었던 네까짓 게, 여자가 어딜, 말도 안 되는...이라는 말들과 이어져 집 밖으로 나서는 게 두려워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아이와 함께 생존하고 있습니다.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정상인과 비슷한 모습으로 - 비록 무척 가난하지만 -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속은 <편의점 인간>입니다. 날갯짓을 하는 게 두렵습니다. 그래도 나는 엄마니까. 이 전투의 대장이니까. 강요된 모성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 지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실형을 받은 미즈호는 그렇다 쳐도 앞으로 열심히 살아가야 할 리사코는 좋은 선택을 하고, 좋은 길로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어쩐지 마음이 아프고, 감정이 이입되어 진하게 읽어버린 <언덕 중간의 집>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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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플라이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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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감추어둔 비밀이 때로는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만일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았더라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었을까요.
어린 시절 잠자리와 함께 행복했던 그날을 가슴에 품은 채 행복한 어른으로 자라나기엔 그들 곁에 이미 어른이라는 커다란 악이 존재했기에 그럴 순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 그들로서는 그런 것들 - 각자 비밀을 가지는 것이 서로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요. 

가와이 간지의 <드래곤플라이>에 등장하는 겐, 유스케, 그리고 이즈미가 각자 간직한 비밀 이야기입니다. 유년기에 친남매 이상으로 사이가 좋았던 세 사람이지만, 소설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중 유스케가 잔인하게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가 살해된 데에는 무척 복잡하고 오래 묵은 사건이 배경으로 깔려 있었는데요. 범인의 동기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그렇지만 결국엔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결말이 드러났을 때는 충격을 받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단순했어요. 제발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을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하라고. 특히 일본 소설에서 뭔가를 꼭꼭 숨겨 놓은 탓에 일이 엉망으로 꼬여버리는 일이 많은데요. 넬레 노이하우스의 <여우가 잠든 숲>에서도 오래된 비밀로 현재의 사건이 벌어졌으니 반드시 일본의 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군요.

전작 <데드맨>에서 코믹하면서도 개성 있는 경시청의 형사들이 <드래곤플라이> 사건 해결을 위해 다시 한 팀이 되었습니다. 혹시, 가부라기 시리즈인가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런 시리즈가 없다 하더라도 시리즈물로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형사들이 무척 매력적이거든요. 애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와는 색깔이 다르지만, 직감이 좋고 정이 넘치는 가부라기, 젊고 매력적이지만 형사 드라마 덕후 히메노, 프로파일러 사와다 등이 활약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습니다. 데뷔작이자 전작인 <데드맨>에서 사건을 풀어나갔지만 어쩐지 비중은 좀 약한 것 아닌가 싶었던 형사들이 이번 <드래곤플라이>에서는 제대로 활약합니다. 여전히 헛다리 짚기의 연속이지만 가부라기의 감만큼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가부가 아니었다면 누가 20년 전 이즈미 부모 살인사건과 이번의 유스케 살인 사건을 연관 지을 수 있었을까요.
확실한 증거나 증인도 없이 자신들이 추리한 내용만으로 흥분하고 격분하는 모습은 좀 어리둥절했지만, 인간적인 면이 살아있어 좋았습니다. 이번에는 경시청의 형사들뿐만 아니라 사건의 배경이 되는 군마현의 경찰들도 등장합니다. 

책의 두께에 한 번 놀랐지만, 쉴 새 없이 넘어가는 책장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디선가 무척 커다란 잠자리가 날아와 어깨에 앉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깐 웃음이 나왔지만, 실은 곤충을 무서워하는 탓에 그렇게 되면 큰일입니다. 충분히 곤충에게 이길 수 있는 저는 잠자리를 무서워하지만, 시각 장애인인 이즈미에게는 아주 특별한 곤충입니다. 어린 시절, 잠자리 덕에 겐과 유스케를 알게 되었고, 괴로운 일들도 잊고 세상에는 갖가지 색이 있으며 즐거운 것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잠자리는 그녀에게 빛이고 자유였습니다. 부모가 살해당하고 친척 집에 있다가 다시 맹학교로 내쳐졌을 때는 좀 쓸쓸했지만, 학교로 찾아와준 유스케가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다시 잠자리를 꿈꿀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 유스케가 살해당하고, 도쿄에서 형사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죽은 유스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죽으면 유령의 모습으로라도 이즈미를 지키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려는 듯 말입니다. 유스케는 어째서 그렇게 죽었을까요. 이즈미의 부모는 누가 죽인 걸까요?
이제는 댐 건설로 수몰지역이 되어버린 그들의 고향에서는 잠자리가 살 수 없게 되어버린 걸까요? 이 모든 의문을 품고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가슴 아픈 진실에 도착합니다. 

아름답고 한적하며 평화로운 한마을과 거짓과 위선, 그리고 욕심과 음모로 뭉친 한마을을 만났습니다. 불행하게도 그 둘은 같은 곳으로 이제는 수몰되어 갈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물속의 마을 장면이 나왔을 땐 저도 히메와 가부와 함께 보트를 타고 물 밑 마을을 보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현실이지만 꿈같은 장면. 
현실은 맑고 투명할 수 없을까요? 하긴 저조차 비밀 투성이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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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개인 게 낫겠어 - 개, 고양이 암 전문 수의사는 어떻게 갑상샘암을 이겨냈나
세라 보스톤 지음, 유영희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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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동물을 못 키웁니다. 어렸을 때 키웠던 고양이들, 성인이 된 후 키운 개들이나 그리고 소동물들의 고통을 이젠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건강하고 발랄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아플 때는 정말 힘들어요. 그러다가 죽기라도 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햄스터 같은 소동물은 생애 주기가 짧기 때문에 건강하게 살다 죽는다 해도 저나 아이에겐 큰 상처로 남지요. 그런 이기적인 이유로 다시는 동물과 함께 살지 않기로 했습니다. 
며칠 전 저희 집 지붕에서 - 어쩌면 지붕 아래, 천장 위의 공간에서 뛰어노는 고양이와 마주쳤습니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막연하게 고양이로구나... 했었는데, 실제로 만나고 나니까 걱정이 되지 뭡니까. 어디 아프거나 다치면 어떡하나 하고요. 잠시 대구에 살 때 반월당 근처의 펫샵에서 골든 햄스터를 한 마리 데리고 왔습니다. 골든이니까 이름은 금동이라고 지었는데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녀석의 상태가 이상해졌습니다. 귓바퀴에 상처가 생기는 듯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툭하고 귀가 떨어져 버렸어요. 놀라서 펫샵 맞은편의 동물병원에 갔는데요. 수의사는 그걸 보고 뭘 어쩌라는 거냐는 표정으로 절 보더군요. 원인은 알지도 모른 채, 치료도 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포비돈이나 대충 발라주래요. 결국 며칠 후 금동이는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 뒤에도 몇 마리의 햄스터, 금붕어를 보내고, 제주에 와서 다시 골든 햄스터를 데리고 왔지만 얼마 가지 않아 갑자기 죽어버렸습니다. 작은 동물이라도 고양이나 개가 죽었을 때와 같은 정도의 상처를 받았습니다. 겹겹이 쌓인 상처는 더 이상 동물을 기르지 않겠다고 선언하게 만들었지요. 생명과 함께 하는 건 그게 사람이건, 사람을 제외한 동물이건, 그리고 식물이건 모든 걸 함께 할 수 있다는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차라리 개인 게 낫겠어>라는 책은 개나 고양이의 암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수의 종양외과의가 어느 날 자신이 갑상샘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치료를 받으며 절망했다가 그 절망에서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더불어 암에 걸린 동물들이 얼마나 의연하게 대처하는 가에 대한 것, 그리고 보호자들의 태도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동물의 의료체계와 인간의 의료체계를 비교하며 이야기하기도 하고, 느려터지고 답답한 치료 과정, 의사소통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데요.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와는 다르니  약간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리더군요. 하지만 솔직히, 저는 우리나라의 암 치료 과정에 대해서도 잘 몰라요. 그러니 어느 정도 다른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근에 대학병원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환자를 다른 선생님께 보내길 꺼렸던 한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분개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순조롭지는 않다는 것만 어렴풋이 짐작할 뿐입니다. 

이 책에 대한 자세한 리뷰는 하기 어렵습니다. 책에 관한 설명은 제가 하는 것보다 출판사 서평이나 책 뒤편을 읽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무척 정직하게 책의 내면을 요약해두었으니까요. 표지를 제외한 책의 재질에 잠시 당황했습니다. 예전에 갱지나 신문용지라고 불렀던 종이로 되어 있거든요. 평소엔 그 종이를 무척 좋아합니다. 일부러 구입해서 연습장으로 쓸 정도니까요. 그러나 책의 재질로서 만난 건 예전에 영어 원서 책을 샀을 때 이후, 그러니까 거의 20년 만이었거든요. 하지만 책 뒷면 하단에 환경과 나무 보호를 위해 재생지를 사용했다는 문구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자연을 아끼는 출판사로구나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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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커플
샤리 라피나 지음, 장선하 옮김 / 비앤엘(BNL)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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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으니 가족 아니면 누굴 믿겠냐 싶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일은 허다합니다. 예전에 누가 그러더군요. 부부는 무촌이니 촌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친밀하다는 뜻도 되지만, 헤어지면 바로 남이 될 수 있는 사이라고요. 게다가 그분은 그런 말도 했습니다. 아내가 죽으면 제일 의심받는 사람은 바로 남편이라고. 덕분에 저는 이미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부간엔 음모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죠. 실은 그분 때문이 아니어도 셜록 홈스나 뤼팽을 열심히 읽던 시절인데다가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라거나 포의 소설을 읽곤 했으니 음모나 음해가 없는 곳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을 겁니다. 아무튼, 그분의 말씀대로 - 게다가 여러 소설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그렇듯이 - 아내나 남편이 죽거나 다치면 제1 용의자는 배우자가 되는데요. 어린아이가 실종된 사건에서는 제1 용의자로 누가 지목될까요? 

부부 사이에 -가능하면 없었으면 좋겠지만 없을 수 없는 - 비밀은, 나쁜 뜻을 가지고 숨기는 경우도 있지만 나쁘게 보이고 싶지 않아 그러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히려 후자 쪽이 더 많은 것 같은데요. 샤리 라피나의 <이웃집 커플>은 전자 후자가 다 섞여 있는 대 막장극입니다. 

이웃집 남자 그레이엄의 생일파티에 아기를 데리고 오지 말라는 그의 아내 신시아의 당부 때문에 앤과 마르코는 아기를 재운 후 베이비 모니터를 들고 한밤중에 옆집으로 갑니다. 원래는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기로 했지만, 갑자기 조모 상으로 오지 못하게 되자, 이들 부부가 차선으로 선택한 게 바로 이런 말도 안 되는 방법이었는데요. 30분마다 부부가 번갈아가며 집으로 가서 아기가 괜찮은가 살피긴 했지만 명백한 방임이며 아동 학대입니다. 아기를 두고 현관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이 부부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6개월 된 아기를 두고 옆집으로 가서 술을 마시다니요. 우리 정서로도 이상한 일인데 아동 학대 기준이 엄격한 나라에서 그러다니. 결국 일이 터졌습니다. 부부가 없는 집에서 아기가 사라져버린 겁니다. 맙소사.

앤과 마르코는 패닉에 빠졌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들 부부을 의심합니다. 혹시 신생아 살해를 감추려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는데요. 이렇게 사라진 아기가 있는 경우엔 제1 용의자로 부모를 지목하는군요. 특히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앤이라면 가능한 일이라 부인이 저지른 일을 감추려 남편이 아이를 어디에 처리한 게 아닌가 했습니다. 납치했으면 몸값을 요구할 텐데 전화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앤의 재력가 부모님도 집으로 오시고 아이의 몸값은 친정에서 얼마든지 마련해주기로 합니다. 아니, 범인에게 금액을 선제시 하는데요. 초초하게 기다리던 어느 날, 범인이 아기의 옷을 보냅니다. 그리고 몸값은 500만 달러로, 마르코 혼자 들고 오게 합니다. 경찰에 알리지 않고 몸값을 가지고 간 마르코는 현장에서 누군가의 습격을 받고 돈을 탈취당합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까발려지는 진실과 음모, 그리고 배신은 소설을 끝까지 붙잡고 있게 만듭니다.

뭐.... 88페이지에서 '그'가 수상하다는 건 대번에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80 페이지에서 또 다른 그가 수상하다는 것도요. 누구나 다 눈치챌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모든 것이 다 정리되고 이젠 괜찮아졌다 싶은 마지막에 뒤통수를 후려치는 한 방은 무척 깔끔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젠 어쩌면 좋죠? 
<이웃집 커플>은 범인과 사건의 진행과정이 다소 뻔하지만 문장이 주는 스릴감 덕인지 현재 소설 베스트셀러 톱10에 들어 있습니다. 범인을 다 알고 있는데도 참 재미있단 말이죠. 

그런데, 제목은 왜 <이웃집 커플>일까요? 
혹시 옆집 신시아의 입장에서 이웃집 커플이라서 그런 걸까요? 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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