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비서들 - 상위 1%의 눈먼 돈 좀 털어먹은 멋진 언니들
카밀 페리 지음, 김고명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높은 등록금 탓에 학자금 대출을 받아 사회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빚쟁이인 요즘 청년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우리나라만의 것은 아닌가 봅니다. <도둑 비서들>에 등장하는 비서들이 메고 있는 채무는 2만에서 10만 달러에 이르는데요. 화려한 대언론사 임원 비서이지만 월급은 그저 그런 수준이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물고인 천장 아래의 1.5룸에서 생활하거나 집도 없이 자동차에서 살기도 합니다. 몇 년을 갚아야 끝이 날까, 과연 끝날 수는 있을까 막막합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무리하면서 대학에 진학해 공부를 했느냐고, 무리라는 걸 알면 중도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며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라도 학업을 마친 그들의 결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게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경제적 이유로 대학원을 중퇴하기로 결정한 날의 아픔은 지금까지의 손꼽히는 가슴 아픈 사건 베스트 10에 들어갈 정도인데요.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겠다. 순조롭게 진행이 되면 앞으로는 이렇게 저렇게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했던 모든 미래의 계획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리는 것이기에, 갑자기 미아가 되어버린 기분이 들기도 하고, 모든 것을 다시 계획해야 한다는 공포감까지 듭니다. 그러니 웬만해서는 포기하지 않고 대출을 받아 가며,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버티는 것이겠죠.

어쨌든 소설 속의 그녀들은 학자금 대출이라는 족쇄를 한쪽 다리에 차고 힘겨운 나날을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집에서는 보잘것없는 상상 이상의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모시고 있는 상사는 억만 장자로 화려한 생활을 하니 상대적 박탈감도 무시 못할 일입니다. 그래도 성실하고 소심한 원칙주의자 티나 폰타나는 공은 공, 사는 사. 보스의 신뢰를 받으며 열심히 회사 생활을 하지요. 그러다 우연히 실수같이 저질러버린 횡령. 잘 못 발급된 수표라는 걸 알면서도 무엇에 홀린 듯 학자금 대출금을 갚아버리는데요. 빚이 사라지면 시원할 줄 알았더니만, 웬걸. 불안하기만 합니다. 며칠이 지나 들키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 순간, 경비 처리부서의 바비 걸 에밀리에게 발각되고 서류 조작을 통해 자신의 학자금도 갚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합니다. 이렇게 두 건으로 끝나도 심장이 두근두근할 텐데, 눈치채는 사람이 늘어가면서 일이 점점 커져버립니다. 
제발 멈췄으면 좋겠는데 멈추질 않습니다. 심지어 비영리단체를 - 어찌어찌하다 보니 - 만들게 됩니다. 이 소설이 풍자극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녀들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의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결국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돈을 횡령해서 빚을 갚는데, 몇 십만 달러란... 재벌 입장에서는 푼돈이라는 논리로 포장해보지만 결국엔 스스로가 몇 년 동안 갚지 못해 힘들어하는 큰 돈이라는 걸 인식했으면 좋겠는데, 불안해하는 건 주인공 티나 뿐인 것 같습니다. 

통쾌하다고 생각해야 할까요? 재벌 아저씨 로버트가 악역이 아닌 탓에 그렇게 통쾌하지는 않았지만 유쾌하긴 했습니다. 독특한 소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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