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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커플
샤리 라피나 지음, 장선하 옮김 / 비앤엘(BNL)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으니 가족 아니면 누굴 믿겠냐 싶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일은 허다합니다. 예전에 누가 그러더군요. 부부는 무촌이니 촌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친밀하다는 뜻도 되지만, 헤어지면 바로 남이 될 수 있는 사이라고요. 게다가 그분은 그런 말도 했습니다. 아내가 죽으면 제일 의심받는 사람은 바로 남편이라고. 덕분에 저는 이미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부간엔 음모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죠. 실은 그분 때문이 아니어도 셜록 홈스나 뤼팽을 열심히 읽던 시절인데다가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라거나 포의 소설을 읽곤 했으니 음모나 음해가 없는 곳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을 겁니다. 아무튼, 그분의 말씀대로 - 게다가 여러 소설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그렇듯이 - 아내나 남편이 죽거나 다치면 제1 용의자는 배우자가 되는데요. 어린아이가 실종된 사건에서는 제1 용의자로 누가 지목될까요?
부부 사이에 -가능하면 없었으면 좋겠지만 없을 수 없는 - 비밀은, 나쁜 뜻을 가지고 숨기는 경우도 있지만 나쁘게 보이고 싶지 않아 그러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히려 후자 쪽이 더 많은 것 같은데요. 샤리 라피나의 <이웃집 커플>은 전자 후자가 다 섞여 있는 대 막장극입니다.
이웃집 남자 그레이엄의 생일파티에 아기를 데리고 오지 말라는 그의 아내 신시아의 당부 때문에 앤과 마르코는 아기를 재운 후 베이비 모니터를 들고 한밤중에 옆집으로 갑니다. 원래는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기로 했지만, 갑자기 조모 상으로 오지 못하게 되자, 이들 부부가 차선으로 선택한 게 바로 이런 말도 안 되는 방법이었는데요. 30분마다 부부가 번갈아가며 집으로 가서 아기가 괜찮은가 살피긴 했지만 명백한 방임이며 아동 학대입니다. 아기를 두고 현관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이 부부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6개월 된 아기를 두고 옆집으로 가서 술을 마시다니요. 우리 정서로도 이상한 일인데 아동 학대 기준이 엄격한 나라에서 그러다니. 결국 일이 터졌습니다. 부부가 없는 집에서 아기가 사라져버린 겁니다. 맙소사.
앤과 마르코는 패닉에 빠졌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들 부부을 의심합니다. 혹시 신생아 살해를 감추려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는데요. 이렇게 사라진 아기가 있는 경우엔 제1 용의자로 부모를 지목하는군요. 특히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앤이라면 가능한 일이라 부인이 저지른 일을 감추려 남편이 아이를 어디에 처리한 게 아닌가 했습니다. 납치했으면 몸값을 요구할 텐데 전화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앤의 재력가 부모님도 집으로 오시고 아이의 몸값은 친정에서 얼마든지 마련해주기로 합니다. 아니, 범인에게 금액을 선제시 하는데요. 초초하게 기다리던 어느 날, 범인이 아기의 옷을 보냅니다. 그리고 몸값은 500만 달러로, 마르코 혼자 들고 오게 합니다. 경찰에 알리지 않고 몸값을 가지고 간 마르코는 현장에서 누군가의 습격을 받고 돈을 탈취당합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까발려지는 진실과 음모, 그리고 배신은 소설을 끝까지 붙잡고 있게 만듭니다.
뭐.... 88페이지에서 '그'가 수상하다는 건 대번에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80 페이지에서 또 다른 그가 수상하다는 것도요. 누구나 다 눈치챌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모든 것이 다 정리되고 이젠 괜찮아졌다 싶은 마지막에 뒤통수를 후려치는 한 방은 무척 깔끔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젠 어쩌면 좋죠?
<이웃집 커플>은 범인과 사건의 진행과정이 다소 뻔하지만 문장이 주는 스릴감 덕인지 현재 소설 베스트셀러 톱10에 들어 있습니다. 범인을 다 알고 있는데도 참 재미있단 말이죠.
그런데, 제목은 왜 <이웃집 커플>일까요?
혹시 옆집 신시아의 입장에서 이웃집 커플이라서 그런 걸까요? 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