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병동 병동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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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년인가. 제주시내에도 방 탈출 게임 카페가 생겼습니다. 호기심에 한 번 가볼까, 나라면 시간 내에 충분히 탈출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도전해 볼까 했는데요. 헛, 입장료가! 저 돈이면 반찬 한두어가지 더 하지 싶은 엄마 마음에 포기했습니다. 학생 할인은 있는데 왜 엄마 할인은 없는 건가요. 딸이 위로하며 한 마디 했습니다.
"내 돈 내고 왜 내가 갇혀서 고생해야 하는 건데? 잊어버려." 
시설비, 운영비 등을 고려하면 그 정도의 입장료를 받는 게 맞는데, 저에겐 접근하기 어려운 비싼 공간이었습니다. 누굴 탓하겠습니까. 무능한 제 탓이지요.

그런데, 방 탈출- 리얼 탈출 게임에 자신도 모르는 새에 초대되어 무료로 게임을 즐기게 된 남녀 다섯이 있었으니.... 전혀 부럽지 않습니다. 과거 병원으로 사용되었던 넓고 쾌적한 공간, 제한시간 약 여섯 시간. 단 한가지 조건만 제외한다면 신나게 놀아보았을 텐데, 그들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시간 내에 탈출하지 못하면 시한장치가 되어 있는 휘발유통(들)에 붙어 저세상으로 가거든요. 곳곳에 그려져 있는 '클라운'의 메시지를 해석하고 잘 따라가면 탈출구의 열쇠, 혹은 비밀번호를 얻을 수 있을 텐데, 그들은 몰랐습니다. 이승으로 가는 열쇠는 그들 자신이 품고 있다는걸. 

감금된 사람은 모두 다섯, 게이오 의대 부속 병원 외과 교수 쓰키무라, 난요 의대 세타가야 병원 복부외과 의사 고바야카와, 신주쿠 호메이 병원 수술부 간호사 구와타, 세이란 병원 마취과 의사 나나미, 그리고 파견 사원이라고 말했지만 실은 간호사인 사쿠라바. 이들만으로도 외과 수술이 가능하겠다 싶은 의료진 구성이지만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입니다. - 실은 두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아니, 따지고 보면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클라운이 이들을 가두어 두었을 테죠. 그가 원하는 건 그날의 진실이니까. 
수술팀 같은 그들은 진짜로 수술대 위에 묶여있는 남자를 발견합니다. 감금인 하나 추가요. 그를 발견함으로 인해 일 년 전에 죽은 한 의사가 그들의 공통점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시간은 점점 줄어가는데, 진실은 천천히 다가옵니다. 그들의 시간을 따라가다 보니 저도 덩달아 조마조마 해집니다. 빨리 진실을 말하란 말이야! 병동 밖에서 실종된 사람을 추적하는 형사들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로서 행동할 뿐입니다. 결국 병원 내의 사람들끼리 알아서 해결해가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비뚤어진 인간들의 자기 고백과 충격적인 결말. 책 뒤의 문구가 거짓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책을 열고나면 닫기가 어려우니 360여 페이지를 모두 읽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분명 책 속에 갇혀버릴 테니까요. 

<시한 병동>을 별개의 책으로 읽어도 좋지만 전작인 <가면 병동>을 읽은 후 만난다면 병원의 장치나 사건 배경을 이해할 수 있어서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두 권 다 읽어주세요. 클로즈드 써클 미스터리 - 메디컬 스릴러 - 정통 추리 소설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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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 2 - 열두 명이 사라진 밤,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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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점을 보지 않습니다.  천기누설이니 알아서는 안된다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알아서 뭐 하겠는가 하는 마음에선데요. 운명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어서 미래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면, 현재의 내가 뭘 하면 그게 바뀔까요. 바뀌지 않으니까 정해진 운명이겠죠. 발버둥 쳐봤자 소용없습니다. 정해진 운명이라는 게 없다면 아예 점을 볼 필요가 없고요. 그러니 미래를 엿보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현재가 모여서 미래가 될 테죠. 지금 열심히 산다고 반드시 밝은 미래가 기다리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현재를 살아봅니다. 시간에 몸을 맡기고요.

미래의 일은 그렇다 치고, 과거로 돌아가서 어느 한 시점을 수정한다면 현재는 어떻게 변할까요. 
정해진 운명이 있다면 어떻게든 그 오류를 수정해서 - 어쩌면 바이러스 같은 그 시간여행자를 없애서라도 - 원래 돌아갈 예정이었던 흐름을 유지할 테죠. 그게 아니라면 현재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테고요. 
어쩌면 수정하는 순간 평행이론에 의해 또 다른 세계로 분화되는 바람에 현재는 전혀 바뀌는 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과거인은 헛수고를 한 셈이 될 테고요.
이를테면, <드래곤볼>에서 미래에서 온 트랭크스가 적을 처치하고 자신의 세계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그가 사는 미래는 변한 게 없습니다. 4년 후 다시 우리의 현재로 돌아오는데요. 자신 때문에 역사가 바뀐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또 적과 싸우는데요. 야무차가 트랭크스에게 묻습니다. 이 세계에 와서 싸우고 이기더라도 너의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왜 오는 거냐고요. 트랭크스는 이렇게 답합니다. 어머니(부르마)께서 말씀하시길, 이 지옥 같은 미래가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니 다른 세계에서라도 이 지옥 같은 미래를 막으라고요. 어쩐지 감동적입니다. 
지금은 타임머신이 없는 시대라서 - 없겠죠? 일단 순간 이동 기술을 개발하는 게 선행되어야 할 겁니다. 그래야 어디로든 이동을 시키죠.- 과거의 사건을 수정한다거나 누군가를 죽인다거나 하면 현재는 유지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수정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작가의 상상에 따라 어느 한 쪽을 선택하고 우리는 그 상상을 따라갑니다. 

김영탁의 <곰탕>은 어떤 상상을 했을까요? 돌 하나만 잘 못 옮겨도 미래에 변화가 생길 것 같은데, 소설에서는 미래인들이 잘도 내려옵니다. 암울한, 몇 차례의 쓰나미가 덮쳐버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제자리 일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미래가 없는 미래인이 과거로 돌아와 우리의 현재를 살고 있는데, 미래에 전혀 영향이 없을까요? 만약 미래인 하나가 현재인의 삶을 대신 살기로 결정했다면 그때부터 미래의 어느 시점이 변하기 시작했을 겁니다. 태어나야 할 사람이 태어나지 않거나, 죽어야 할 사람이 계속 살아있기도 하고요. 그런 사람이 하나가 아니라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이라면요. 과연 미래에 살고 있는 그 사람들은 어느 땅에 발을 디디고 있는 걸까요. 

<곰탕 2>는 <곰탕 1>보다 스토리가 진해집니다. 왜 아니겠어요. 국을 우리기 시작한 지 2권째인걸요. <곰탕 1>에서의 말갛던 국물이 점점 더 고깃국 특유의 색을 내며 향도 더해갑니다. 미래에서 온 이우환은 부산 곰탕의 아들 이순희와 그 여자친구 유강희의 아들이었습니다. 실은 <곰탕 1>에서 확실해졌지만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곰탕 2> 이야기를 할 때 수육을 썰듯 썰어놓아보는데요. 막연하게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 확실해진 이상, 자신의 아들 뻘인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었던 우환은 미래로 가는 시간여행 배에 올라탔다가 느닷없이 문을 열고 바다로 나와 곰탕집으로 돌아갑니다. 앞뒤 재지 않고 한 행동 때문에 동승했던 사람 열둘이 죽습니다. 우환이 미래로 돌아가는 줄 알고 다음날 미래로 가려고 했던 화영은 이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우환을 죽여야 할 이유가 둘이나 생겼거든요. 첫째, 미래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탈주자이고, 둘째, 과거 시점에서 열둘을 죽인 자를 죽이라는 청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죽이고 싶지 않았던 우환이지만, 자신이 미래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려면 그래야만 했습니다. 결국 우환과 화영은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살인을 하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죠. 
부산 곰탕으로 돌아가 할아버지, 아빠, 엄마와 함께 살아가려고 했던 우환은 자신이 바다로 나갔던 날부터 순희가 돌아오지 않았기에 계속 그를 기다립니다. 애틋한 마음으로요. 한편, 순희는 부동산 업자 박종대의 꼬임에 그가 내어준 아파트에서 기거하고 있었는데요. 순희가 미래에 굉장한 조직인 아수라의 수장이라는 걸 알고 있는 박종대가 그를 자기 손에 넣기 위해 공작을 한 겁니다. 박종대 역시 미래에서 온 사람입니다. 그는 2019년의 부산으로 온 미래인에게 접근, 이곳의 사람과 바꿔치기해주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여러 일을 하는데요. 척 보아도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는 짓들을 합니다. 
순희는 박종대를 만나 점점 파멸합니다. 그가 진짜 원하는 건 파괴가 아니라 사랑과 인정받는 것일 텐데. 사랑받고 싶은 소년의 잘못된 몸부림을 따라가며 안타까웠습니다.
만일 순희의 아버지 이종인이 좀 살가웠더라면 아이의 삶은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이대로 자라나 정말 부산을 주름잡는 최고의 보스가 되면 어떡하죠. 우환이 새벽마다 말아준 곰탕이, 아버지만큼 나이 많은 아들이 말아주는 곰탕이 순희의 마음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을까요.

책을 읽다 보면 소설이 영화처럼 보입니다. 손을 뻗어 팝콘을 집어 입에 넣어가며 과자 부스러기가 책장에 묻지 않도록 조심하며 책을 읽어나가다 스릴감에 긴장하기도 하고, 안타까움에 콧잔등을 문지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미래의 국물 음식점 사장이 어째서 우환을 과거의 부산 곰탕집으로 보냈는지 알고 나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 소설은 영화로 나와도 좋지 않을까, 아니면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로 -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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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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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을 먹어본 지 무척 오래되었습니다. 연구회 오라버니들을 따라가 먹어 본 게 마지막이었으니 제법 되었지요. 간을 하지 않은 채 먼저 국물 맛을 보고, 간을 할 후 다시 맛을 보는 걸 습관처럼 하라고 했습니다. 집에서 만들기 어려운, 제대로 만들려면 불가능에 가까운 곰탕은 사골만 우려내 만든 사골국과는 다른 맛이 났습니다. 입안에 쩍쩍 들러붙는다고 할까요. 누군가는 깍두기 국물을 부어 묘한 맛을 즐기기도 하겠지만 저는 파를 조금 더 넣어 즐기는 편입니다. 여기서 잠깐, 곰탕과 설렁탕은 어떻게 다를까요? 곰탕은 주로 한우 양지, 사태 등 고기를 이용해 끓이고 설렁탕은 사골을 주로 하여 끓입니다. 식당마다 조금씩 비율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그렇습니다. 노년의 아내가 사골을 끓이기 시작하면 며칠 동안 어딜 가려는 걸까 염려하는 남편도, 점심엔 설렁탕, 저녁엔 곰탕을 시켜 먹으며 구속될까 염려하던 MB도 막상 그것들을 먹을 때는 맛나게 먹었겠죠. 입을 쩝쩝 다시면서.
음식 만드는 일에 웬만해선 겁을 안내는 저이지만 15년 전 사골을 끓인 이후로 뭔가를 고아 내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열 살 남짓부터 스무 살이 넘도록 때때로 이런저런그런 것들을 커다란 들통이나 솥에서 끓여내다 보면 지겨워질 만도 하지 않겠어요? 그래도 남이 끓여준 건 먹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곰탕이나 도가니탕, 설렁탕, 꼬리곰탕 같은 것들. 추운 겨울이나 몸이 아플 때 곰탕 한 그릇이면 가뿐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진한 육수가 위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위통에 시달리는 요즘도 때때로 생각납니다. 곰탕은, 추억의 맛일까요?

2063년 근미래의 부산에는 곰탕이 없습니다.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겁니다. 구제역으로 가축을 죽여 멸종시키고 만 미래인들은 단백질 합성고기니 곤충 단백질이니 하는 걸 버리고 희한한 신종 식용 가축을 만들어냈습니다. 쥐를 닮은 생김새에 소고기의 노린내를 가진 '그것'을 그냥 '그것'이라고 불렀습니다. <곰탕 1>의 주인공 이우환은 '그것'을 가지고 요리를 하는 국물 음식 식당에서 주방보조로 일했습니다. 그러나 주방장이 국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대도 거절할 만큼 바람직하지 못했던 맛이었나 봅니다. 사장은 주방장에게 오래전 먹었던 고깃국, '곰탕'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모자라 결국 주방장을 통해 이우환에게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권합니다. 곰탕의 비법과 재료를 사가지고 돌아오면 돈을 주겠다고 합니다.

시간 여행선엔 열 세명이 탑니다.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여행이라고 했습니다. 가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결국 함께 출발한 열 세 명 중 두 명만이 2019년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주인공인 이우환과 스물도 안 된 소년 김화영은 바다를 헤엄쳐 뭍에 닿았습니다. 죽일 사람이 있어 왔다던 화영은 떠나고, 이우환은 부산 곰탕집에 취직합니다. 그 집의 사고뭉치 아들 이순희, 그의 여자친구 강희와는 특별한 인연일지 모른다는 예감이 들지만 애써 부인합니다.

부산의 강력반 양창근 형사는 순희가 싸움질을 하는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을 조사하다 묘한 점을 발견합니다. 이게 과연 말이 되는 일인가. 시신의 옆구리는 무언가에 정교하게 도려내져 있었지만 잘린 부분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한편 이 책을 추천한 강풀 작가의 본명 '강도영'과 같은 이름의 까칠한 형사도 맹활약을 하는데요. 작가의 이름이 김영탁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괜히 웃음이 나왔습니다. - 강풀의 타이밍 시리즈 주인공이 김영탁이거든요.

이 소설이 곰탕 레시피를 구하기 위한 한 남자의 모험기였으면 심란하지 않았을 텐데, 그 남자가 얻어 가는 건 레시피와 재료가 아닌 다른 것이었습니다. 곰탕을 끓이고 먹고 나누는 동안에 쌓여가는 건 사십 대 중반이 되도록 느끼지 못했던 '정'이었던 겁니다. 곰탕의 국물만큼 뜨끈한 정이 흐르는데, 식당 가족들이 품어준 것도 아닌데 스스로 깨쳐가며 쌓아갑니다.
한편, 부산의 형사들은 각자 자신의 촉과 추리에 따라 맡은 사건들을 추적해가는데, 그 끝은 미래인을 향하고 있습니다.

<곰탕 1>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김조한의 'Cause you're my girl'이 흘러나오며 광고 배너가 떠줘야 할 것 같은 반전이 있어 잠깐 심장이 쿵떡. 
이 소설은 여러 장르가 혼합되어 있으나 전혀 어색하지 않고 흡인력이 있으며 스크린을 메울법한 영화 같은 장면들이 종이를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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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 로리타 패션 그리는 법 : 기본적인 신체부터 코스튬까지 모에 로리타 패션 그리는 법
(모에)표현 탐구 서클.카도마루 츠부라 지음, 남지연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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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간결한 선으로 그려진 만화는 성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베르사이유의 장미>정도는 아니더라도 <캔디캔디> 정도는 되어야 성의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했었죠. 왜 한참 공주님 좋아할 나이 아니었나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레이스 원피스에 검은 후드티를 겹쳐 입은 괴이한 옷차림입니다만 마음만은 한들한들합니다. 과거 프린세스 메이커를 하며 이다음에 딸을 낳으면 예쁜 드레스에다가 미스릴 갑옷을 마련해줄 테다(?)라고 별렀으나 실제로는 활동성 있는 옷을 주로 입히며 키웠습니다. 그래도 마음 한 편에서는 예쁘고 화려한 의상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물론 실제로 입거나 입힐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 건 어울리는 사람이 입어야 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15년 전쯤에는 예쁜 옷을 디자인해 만들어서 인형에게 입혔었어요.


이제는 뭘 쪼물락 만드는 것도 점점 귀찮아져서 아무것도 만들지 않습니다만,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건 좋아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모에 로리타 패션 그리는 법>이라는 책을 탐독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미소녀에게 예쁜 옷을 입히는 방법과 표현 방법을 잘 알려주고 있어요.



책 읽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은 건, 
이 패션을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프릴, 레이스, 토션 등과의 사투를 벌여야 하는구나!!였습니다.
인형 옷을 만들 때도 그 작업이 제일 귀차, 아니 힘들었는데 말이에요. 역시 뭔가를 얻으려면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미소녀 바디를 그리고, 그 위에 옷을 입혀 나가는 식으로 진행해야 밸런스가 잘 맞는다고 합니다. 엉뚱한 데에서 팔다리가 튀어나오지 않으려면 기본 데생은 필수.



이 책에서는 친절하게도 저희 집에서 사용하는 사이툴을 이용해 일러스트 메이킹 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저희 집에 사이툴은 있으나 드로잉을 할 수 있는 타블렛 펜 같은 게 없으므로 - 마우스로 작업하다 쥐가 날 수도 있으므로 이 페이지는 딸에게 참고하라고 넘겨주고 저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책을 따라가보려 합니다. 

아래의 과정 진행은 책에 이런 내용이 나와있더라~하는 걸 소개하기 위함이지 정말 그림 그릴 때 저런 과정을 거치지는 않습니다. 



먼저 미소녀의 바디라인을 그려봅니다. 여러 가지 각도의 기본 바디가 있었습니다만 저는 평소에 거의 그리지 않았던 뒷모습을 그렸습니다. 공부하는 자세로 그려야 하니까요. 서툴러서 여러 번 고쳐 그렸습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 곡선이라고 어렸을 때 선생님께 들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그리면 직선 비스름한 게 나옵니다. 미소녀의 경우 더 부드러운 선으로 그려야 하는데.




속옷을 제대로 갖춰 입어야 나중에 드레스를 입거나 할 때 모양이 잘 살아납니다. 
그래서 캐미솔과 드로어즈를 입혔습니다. 



그 위에 파니에를 입혔어요. 이렇게 부풀린 파니에(속치마)를 입혀야 겉의 의상 볼륨이 잘 삽니다.  파니에 아래로 드로어즈 끝부분의 프릴이 보이도록 남겨두었습니다.



머리 모양을 예쁘게 빗겨주고, 하이힐을 신겼습니다. 
힐을 신기면 다리가 길어 보이고 종아리 모양도 삽니다. 




각도에 따른 스커트 모양을 알려주는 페이지를 참고해서 의상을 완성했습니다.
의상 아래로 파니에의 레이스와 드로어즈의 프릴이 보입니다.



펜 터치를 했습니다. 맨 다리가 신경 쓰여서 펜 터치를 하며 즉석에서 타이즈를 신겨주었습니다. 채색 전이라 무릎 위에 레이스 밴드를 한 것처럼 보입니다. 
가는 선은 플러스 펜, 굵은 선은 미피 수성펜으로 그렸습니다.




구두와, 소매 레이스, 머리 리본을 컴퓨터용 수성 사인펜으로 검게 칠했습니다.


유성 파버 카스텔 색연필로 색칠하면 완성. 의상을 검은색으로 칠하는 바람에 주름 선이 살지 않았습니다. 책의 앞 부분에 검은 의상을 검게 칠하면 좋지 않다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검게 칠했습니다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컴퓨터에서 작업을 하거나 물감이나 마커같이 색을 깨끗하게 칠할 수 있는 도구로 채색을 한다면 음영을 나타낼 수 있는 다른 색으로 검정의 느낌을 내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림을 완성한 후,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해 효과를 넣어주면 또 다른 느낌의 그림이 됩니다.

<모에 로리타 패션 그리는 법>을 보며 그림 하나를 완성해보았는데요. 
좀 더 잘 그릴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연습해야겠습니다. 소개된 일러스트처럼 멋지게 그릴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계속 그리다 보면 언젠가는 레이스와 프릴을 정복할 수 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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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피난처 - 달아나는 세금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4
시가 사쿠라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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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사기동대 같은 것을 보며 탈세는 나쁜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던 저였기에, 탈세와 조세 회피가 다른 것이라는 건 짐작도 못했습니다.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국어와 영어의 지문과는 달리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문제, 즉 수학을 사랑하는 딸은 사회 과목 중에선 경제가 제일 마음에 든다지만, 전 경제라는 글자만 보아도 울렁거리거든요. 

<조세 피난처>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 첫인상은 그랬습니다. '역시 이와나미 신서의 오렌지빛은 참 적절하게 예뻐.' 마치 기능은 보지 않고 디자인만으로 가전제품을 선택하는 사람같이 표지만을 음미하고 있었죠. 예쁜 책을 손에 쥐고 이와나미 신서니까 어렵지 않을 거야 하면서 책을 열었고, 이내 '큰일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용어조차 낯설어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올해 수능 국어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PDF 파일을 내려받고서 27번부터 32번 (짝수형)에 해당하는 지문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강도의 충격이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과학 관련 도서를 읽고서 '전혀 어렵지 않아요. 쉽게 설명되어있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던 것. 그것을 믿고 책을 읽었던 '과학과는 거리가 먼' 분들께 사과하고 싶어졌습니다. 이 책도 그럴 겁니다. 경제에 대해 보통 정도의 관심이 있는 분께는 쉽지만 저는 못 알아먹는 책. 
필살기를 사용했습니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처럼 문장을 요약해 노트에 적어가며 읽고, 그래도 모를 때는 강의자의 느낌으로 직접 입으로 중얼중얼 소리 내어 읽어가며 내용을 파악했습니다. 오호. 이제는 조금씩 이해가 됩니다. 여세를 몰아 읽어나갔습니다. 중요한 건 용어의 이해였습니다. 저자가 무얼 말하는지 전혀 알지도 못하는데 책을 이해할 수는 없지 않나요. 
저자는 친절했습니다. 제가 따로 사전을 찾거나 검색을 하지 않아도 책 안에서 제대로 잘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책은 친절합니다. 제가 모자란 것이지. 
책을 다 읽고 나니 전보다는 1mm쯤 유식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덴마크의 빈부 격차가 크다는 딸의 말에, 그래도 지니 계수(통계 수치를 바탕으로 소득 분포의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가 낮으므로 소득 분배가 잘 이루어진 나라라며, 빈부 격차가 큰데도 이렇다면 복지 정책이 상당히 잘 된 나라라며 알은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2016년 기준으로 0.357로 전년에 비해 상향되었습니다.(근로 연령층인 만 18~65세는 0.371로 역시 증가했습니다) 소폭 증가이지만 빈부격차가 벌어졌음을 시사합니다. 책의 85 페이지 자료에 의하면 2008년 기준으로 일본의 경우 0.30 부근이었습니다. 빈부격차 심하다는 소문에 비해 너무 낮아 의아했지만 아마도 공표된 것이랑 실제가 많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조세 피난처란 편법을 이용해 세금을 적게 내려는 수작, 조세 회피에 이용되는 장소를 말합니다. 이런 장소는 탈세, 조세 회피의 수단으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마피아 같은 범죄 조직의 자금 세탁, 테러 자금 세탁 및 은닉에 이용되며 나아가 세계 경제의 대규모 파괴를 유발합니다. 세금이 없는 국가나 지역, 혹은 세금이 거의 없는 국가나 지역이 조세 피난처로 이용되는데, 흔히 카리브 섬같이 야자수가 우거진 아름다운 섬을 애용합니다. 특히 부유층이나 테러집단이 좋아하는데요. 일단 이곳에 들어간 자금은 행방을 추적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애초에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 무턱대고 규제했다간 근근이 살아가는 섬주민의 생계에 지장이 생기므로 신중한 대처방안 모색이 필요할 것입니다.
실은 여기보다 군소 역외 금융센터의 문제가 더 심각한데, 오스트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의 금융센터를 피난처로 삼는 행위는 자국 경제 기반에 깊이 파고들어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울컥하고 짜증이 나는 건, 겉으로는 훌륭한 체하는, 런던과 뉴욕인데요.- 세계 3대 금융 센터가 런던, 뉴욕, 도쿄에 있으나 저자가 일본인이라 도쿄의 언급을 피한 건지, 도쿄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건지, 일본 기업은 도쿄를 피난처로 이용하지 않는 건지, 저로선 알 수 없습니다.  - 실상은 그들 모두 조세 피난처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계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머니 게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니 화가 납니다. 

국고로 들어가야 할 세금을 회피하여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은 조금 이해합니다. 탈세도 아니고 편법 좀 쓴다는 데 그게 무슨 문제겠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IMF를 겪었다는 걸 깨닫는다면 큰 문제라는 걸 인식할 수 있습니다. 
자금 세탁 방지 기구(FATF), 금융안정위원회(FSB) 등의 기관에서 국제 룰을 조정하고 개입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조세 피난처 퇴치에 적극 나서는 체하며 자국 권익을 우선시하는 선진 경제 대국이 양심적인 행보를 보였으면 합니다.

시가 사쿠라의 <조세 피난처>는 생소한 용어 때문에 처음엔 어렵게 생각되었으나, 익숙해지니 일본의 전 대장성 주세국 관료로서 직접 겪고 느꼈던 것들을 생생하게 전해 듣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세금이 문명의 대가'라면 세금을 내는 사람은 그 대가인 '문명'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조세 피난처는 그런 '문명'의 향유를 방해하고 더 나아가 '문명'에 재앙을 가져온다.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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