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한병동 ㅣ 병동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작년인가. 제주시내에도 방 탈출 게임 카페가 생겼습니다. 호기심에 한 번 가볼까, 나라면 시간 내에 충분히 탈출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도전해 볼까 했는데요. 헛, 입장료가! 저 돈이면 반찬 한두어가지 더 하지 싶은 엄마 마음에 포기했습니다. 학생 할인은 있는데 왜 엄마 할인은 없는 건가요. 딸이 위로하며 한 마디 했습니다.
"내 돈 내고 왜 내가 갇혀서 고생해야 하는 건데? 잊어버려."
시설비, 운영비 등을 고려하면 그 정도의 입장료를 받는 게 맞는데, 저에겐 접근하기 어려운 비싼 공간이었습니다. 누굴 탓하겠습니까. 무능한 제 탓이지요.
그런데, 방 탈출- 리얼 탈출 게임에 자신도 모르는 새에 초대되어 무료로 게임을 즐기게 된 남녀 다섯이 있었으니.... 전혀 부럽지 않습니다. 과거 병원으로 사용되었던 넓고 쾌적한 공간, 제한시간 약 여섯 시간. 단 한가지 조건만 제외한다면 신나게 놀아보았을 텐데, 그들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시간 내에 탈출하지 못하면 시한장치가 되어 있는 휘발유통(들)에 붙어 저세상으로 가거든요. 곳곳에 그려져 있는 '클라운'의 메시지를 해석하고 잘 따라가면 탈출구의 열쇠, 혹은 비밀번호를 얻을 수 있을 텐데, 그들은 몰랐습니다. 이승으로 가는 열쇠는 그들 자신이 품고 있다는걸.
감금된 사람은 모두 다섯, 게이오 의대 부속 병원 외과 교수 쓰키무라, 난요 의대 세타가야 병원 복부외과 의사 고바야카와, 신주쿠 호메이 병원 수술부 간호사 구와타, 세이란 병원 마취과 의사 나나미, 그리고 파견 사원이라고 말했지만 실은 간호사인 사쿠라바. 이들만으로도 외과 수술이 가능하겠다 싶은 의료진 구성이지만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입니다. - 실은 두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아니, 따지고 보면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클라운이 이들을 가두어 두었을 테죠. 그가 원하는 건 그날의 진실이니까.
수술팀 같은 그들은 진짜로 수술대 위에 묶여있는 남자를 발견합니다. 감금인 하나 추가요. 그를 발견함으로 인해 일 년 전에 죽은 한 의사가 그들의 공통점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시간은 점점 줄어가는데, 진실은 천천히 다가옵니다. 그들의 시간을 따라가다 보니 저도 덩달아 조마조마 해집니다. 빨리 진실을 말하란 말이야! 병동 밖에서 실종된 사람을 추적하는 형사들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로서 행동할 뿐입니다. 결국 병원 내의 사람들끼리 알아서 해결해가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비뚤어진 인간들의 자기 고백과 충격적인 결말. 책 뒤의 문구가 거짓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책을 열고나면 닫기가 어려우니 360여 페이지를 모두 읽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분명 책 속에 갇혀버릴 테니까요.
<시한 병동>을 별개의 책으로 읽어도 좋지만 전작인 <가면 병동>을 읽은 후 만난다면 병원의 장치나 사건 배경을 이해할 수 있어서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두 권 다 읽어주세요. 클로즈드 써클 미스터리 - 메디컬 스릴러 - 정통 추리 소설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