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 : 상편 - 공부 욕심이 절로 생기는 기발한 수학 이야기 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
천융밍 지음, 김지혜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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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마음속에 수학의 씨앗을 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저자는 중국에서 유명한 분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생소하지만 50년간 수학을 가르쳐왔다고 해요. 1997년 교육부로부터 '증헌재 교육상'을 수상하기도 하고 많은 존경을 받는 분이라고 하시는군요.

수학이 아무리 재미있다고 하더라도 소름이 돋을 정도일까 궁금해하면서 이 책을 열어보았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도서라고 하니까 저도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던 거죠.

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① 저에게는 어려웠습니다 - 이과 수포자

② 제 딸에게는 쉬웠습니다 - 이과 수학 선호자

그렇기 때문에 수학에 대해서 흥미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를 만나고서 갑자기 흥미를 가지게 될 거라는 기대는 하기 어렵겠습니다. 어쩌면 내가 이과 쪽일까 문과 쪽일까 갈팡질팡하는 청소년이 이 책을 만나고 나면 조금은 방향을 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지금은 문이과 통합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이 좀 어렵다고 느꼈던 저에게 있어서 이 책이 아주 난해했느냐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책에서 나열하는 숫자만 어려웠던 것이지 흥미로운 내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제 눈이 자동으로 숫자들을 스킵 하면서 읽어나간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 가짜 항공권에 숨어있는 숫자의 비밀이라거나

◆ 파이(π)를 사랑하는 수학자들의 이야기라거나

◆ 세계의 종말을 알려주는 방정식

◆ QR코드에 숨어있는 수학 이야기 같은 것들은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수포자인 이과이기 때문에 파인만이 등장하는 부분도 즐겁게 읽었는데요, 그는 역시 악동이었구나 하며 지하철에서 크게 웃을 뻔했습니다. - 이 책을 읽을 때엔 갑자기 등장하는 포인트도 있으니 저처럼 현웃 터지지 않게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결론 : 흥미진진한 쪽에 가깝다. 숫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자동 스킵 버튼을 이용해 본다. 그러면 소름은 돋지 않지만 신기한 것들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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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하루는 없다 - 아픈 몸과 성장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희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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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큰일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무거운, 두려운, 그렇지만 강한 이야기가 담겨있었기 때문입니다.

매일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던 열일곱 살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열에 시달리다가 결국에는 루푸스 신염이라는 난치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는데도 얼마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기를 원했던 것인지 알 수 있을 만큼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소녀였습니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열이 나고 온몸이 아픈데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나가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때마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아닌 현실 속의 그는 자신의 슬픔을 오롯이 쏟아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야만 했습니다.

그 몸으로 서울대에 진학하고,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고생을 하면서도 학구열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한 그 순간, 다시 한번 큰 파도가 덮쳐왔습니다.

결국 양쪽 신장의 기능을 모두 잃고 스물일곱 살에 복막투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로스쿨 입학시험을 준비할 때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병을 이겨내고 남들처럼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배에 구멍을 뚫어 호스를 달고 투석을 하는 나날을 이어가니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습니다.

병은 자신을 갉아먹고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들의 인생을 빼앗아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가족은 희우를 사랑했습니다. 친구들도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운명은 쉽게 그를 함락시키지 못했습니다.


글은 상당히 솔직 담백하게 쓰였습니다.

억지로 용기를 쥐어짜내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프면 아프다, 고마우면 고맙다, 슬프면 눈물을 터뜨리고, 고마울 땐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런 솔직함이 있기에 이 글은 마치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가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다가옵니다.

아프다는 것은 많은 제약이 있다는 것 이상을 말합니다.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꿈을 꾸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라는 단서가 붙고 맙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없이 슬프고 때로는 살아가는 의미를 찾으려 애를 쓸 때도 있습니다.

아니, 어떤 때에는 과연 꿈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 살아있기는 할까 하고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아직 먼 미래의 일이니 그런 염려는 집어넣어놓으라고 말하려고 해도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감히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든든하게 지켜주고 넘치는 사랑을 주는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아, 입안으로 많은 말을 고르고 있는데,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희우 작가의 현재와 미래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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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이소다 가즈이치 그림,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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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링을 제거하는 순간 마치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단단히 잠가둔 밀실의 문을 여는 것 같아서 설레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그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는데 괜찮으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그런데, 페이지를 여는 순간 지레짐작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여기에는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밀실이 아니라 그가 이 책을 쓰기 전 그러니까 20세기 혹은 그보다 조금 전에 발표된 미스터리에 장치된 클로즈드 서클을 이야기하는 책이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작품을 남긴 아리스가와 아리스 그 역시 존경받는 작가입니다. 1989년 월광게임으로 데뷔한 이후 후속작마다 사랑을 받았고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엄선한 41편의 밀실이라니 당시의 팬이라면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저 역시 무척 궁금했으니까요.

이 책은 서양 미스터리와 일본 미스터리.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이곳에서 소설을 소개하며 나름대로의 견해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문학작품 해제라거나 가이드 같은 분위기는 아니고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정도의 텐션을 유지하면서 글을 씁니다. 조금만 더 파고들어가면 <밀실 대도감>이라기 보다는 고전 추리소설에 대한 친절한 리뷰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작품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보는데, 읽었던 것이나 그렇지 못했던 것 모두 기억이 잘 나지 않았으므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미스터리 소설에 대해 잘 아는 분이 이 책은 무척 재미있으니까 시간을 내서라도 한 번 읽어보라고 하며 권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사실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부각되어 있어서 그렇지 실은 그림을 담당한 이소다 가즈이치가 더 고생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을 이야기하는 아리스가와와는 달리 이소다는 그가 지정해 준 책을 읽고 활자로 된 장면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삽화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도감'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상 이 책은 이소다 가즈이치의 <밀실 대도감>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소다역시 아리스가와가 추천해 준 책을 대부분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는 점입니다.

그런 걸 보면 무에서부터 유를 창조하는 작가도 대단하지만 유에서 또 하나의 유를 창조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역시 상당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41편의 소설을 모두 읽어가면서 다양한 기법을 이용, 독자에게 즐거움을 준 이소다 가즈이치 덕분에 더욱 재미있게 <밀실 대도감>을 완독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합니다.

미스터리 마니아인 관계로 초등학생 때 모르그 가의 살인이라거나 셜록 홈스 시리즈,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들을 독파하고 다른 추리물에도 손을 대었던 저인지라 여기에 나오는 고전들은 다 읽었을 것 같겠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읽었다고 하더라도 기억 못 하는 것일지도 모르고요. 수십 년 전의 일들이라 그렇게 사르르 흘러가 버렸습니다.

<밀실 대도감>은 이렇게 희미해진 기억 속에 남아있는 소설 속의 밀실이 어땠더라 하고 짚어보는 저 같은 이에게도, 상당한 기억력의 소유자이기에 제목만 보더라도 아 그거! 하고 외치는 분에게도, 그리고 이제 막 입문한 사람에게도 즐거움이 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작가와 작품의 세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니까요. 저는 아마 내년 이맘때쯤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될 것 같습니다. 기억을 되살리면서 또 어떤 것이 있었더라 하면서 말이죠. 그러고는 기억나지 않거나 읽지 않았던 소설을 찾는 여정을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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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복리처럼 쌓이는 사람들의 습관 - ‘왜 저 사람은 뭐든 술술 잘 풀릴까?’
사쿠라이 쇼이치.후지타 스스무 지음, 김현화 옮김 / 빌리버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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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관련해서 큰 식당을 하면서 상당한 돈을 만지는 분이 계십니다. 지금과 같은 시국임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찾는 맛집이죠. 제주 동문시장 근처에 위치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입지적으로 유리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그분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분은 어느 날 갑자기 운이 트였다고 말씀하고 계시지만 말이죠.



변변한 밑천도 없이 맨손으로 시작해서 관광객 안내를 하면서 돈을 벌어 자식 교육을 시키던 분이 타고난 수완과 특유의 센스 그리고 배포를 발휘하면서 알게 된 인맥, 그리고 어느 날 사업을 하겠다고 결단을 내린 그 순간에 운은 바로 그분의 것이 되었던 것입니다.



과연 그분은 어떤 식으로 자신의 운을 차곡차곡 적립했었던 걸까요?



제가 바로 아는 사람이 아니라 한 다리 건너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그 이유는 여쭤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만한 일을 해낼 수 있었던 어떠한 습관 같은 게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그것은 습관이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신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인생은 도박과 같다고 하지만 저는 그 도박판에서 광조차 못 팔고 있으니 아직까지는 대운이 트이지 못하는 것인가 봅니다. 이 나이가 먹도록 스스로 터득한 것이 없기 때문에 남의 경험을 읽고 듣고 새기면서 슬슬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럴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만났습니다. <운이 복리처럼 쌓이는 사람들의 습관>이라는 도서인데요, 마작 세계에서 유명해 작귀라는 별명을 얻은 사쿠라이 쇼이치와 그의 제자이자 사업가인 후지타 스스무가 공저하였습니다.



이 책은 운이 트이는 때를 만나기 위한 39가지 습관을 이야기하는데, 한 가지 습관에 대해서 사쿠라이 쇼이치가 먼저 도박사 그리고 인생 선배로서 지니고 있는바를 이야기하고 뒤를 이어 후지타 스스무가 비즈니스맨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방식으로 꾸려져 있습니다.



도박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저였지만 이상하게도 사쿠라이 쇼이치의 글 쪽이 좀 더 많이 다가왔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 잘 짚어주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승패를 가르는 비즈니스는 아직까지 해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할 일이 없기 때문에 그러했나 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직장 내에서 처세하는 요령이라거나 거래처를 대하는 태도 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직장 생활을 하는 분들에는 후지타 스스무의 이야기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도움이 되는 것도 챙기고 대인관계나 목표를 삼는 것에 대해서 귀를 기울여도 좋겠습니다.



후지타 스스무라는 이름은 저에게 생소하지만 일본 최연소 상장 벤처기업 CEO이면서 카카오와 배달의민족의 투자자이기도 하기에 그 역량을 가히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운과 그 흐름을 읽는 법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삶에서 원활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렇지만 역시 뼛속부터 비즈니스맨이라는 느낌이라 직장인에게 더욱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여전합니다.



어쨌든 사쿠라이 쇼이치나 후지타 스스무 양쪽 모두 마치 이기는 삶을 살아온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그런 운이 따라올 수밖에 없었던 습관, 그리고 정신 자세 등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적기에 잘 낚아채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든 1년에 한 번쯤은 승부처가 찾아온다. 그러니 그때를 가려내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승부할 수 있도록 평소에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p.32




처음부터 만들어진 인간은 없다는 거, 무언가를 쟁취하고 싶다면 감나무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를 잘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반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습관이기에 좋은 방법으로 자신에게 정착시키는 것이 대운을 기다리는 자의 기본자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운은 무한할지도 모르지만 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타당한 선택을 추적해나가며, 그에 걸맞은 수고나 노력도 동반해야 하는 법이다.


-p.81



<운이 복리처럼 쌓이는 사람들의 습관>을 통해서 운이라는 것은 느닷없이 오는 것이 아니라 대비하고 있을 때 찾아오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것이 왔다는 것을 깨닫는 혜안도 있어야 하며 잡아채는 기술도 있어야 한다는 것 역시 알게 되었죠.



그러니 그런 기술까지도 습관처럼 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책으로만 배우는 습관과 기술이 과연 나에게 정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한 챕터씩 천천히 짚어 나가다 보면 한두 가지라도 콕 박혀서 나의 것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복리를 쳐 부풀어 올라서 언젠가는 큰 적금이 되어서 돌아오겠죠.




절대적인 답, 진정한 답, 그런 것은 어디에도 없다. 사람에 따라 만약 참된 답이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느끼는 수밖에 없다. 또한 그 답은 하나의 형태로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한다.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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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앙스 - 성동혁 산문집
성동혁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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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담겨있는 슬픔,


그렇지만 침몰하는 배와 같은 그런 감각은 아니고,


초승달이 그림자를 살며시 드리운 검은 호수 위에 떠 있는 조각배 같은 느낌입니다.



이 산문을 쓴 성동혁은 시인으로,


글 속에 시가 담겨있습니다.



어린 시절 다섯 번의 대수술을 통해


그의 인생과 감각은 또래의 다른 이들과는 달랐을 거라 짐작해 봅니다.


지금도 여전히 투병 중이며,


산소통을 집에, 그리고 차 안에 두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들이마셔야 함을 압니다.



시는 그의 삶이고, 삶은 그의 시가 되었습니다.



병상을 지키는 엄마, 수술방에는 함께 할 수 없었던 모정.


산에 가보는 것이 소원인 그를 사랑한 친구들은


어느 날 의료인이 된 친구의 제안으로


그를 짊어지고 산을 오릅니다.


시인을 버티게 해준 것들은 이 세상에 많았으며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삶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병실의 동지라고 할지라도


그에게는 의미가 되었으며


그리고 자리했습니다.



이 산문집 <뉘앙스>는 그의 곁에서


그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함께 하고픈 그의 마음의 소리입니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마음이 촉촉하게 젖어듭니다.


산문이지만 시와 같아서


어쨌든 수분 함량 80%를 유지하며


그런 모이스처를 가지고


내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연결이 되지 않는 짤막한 이야기를


심상으로 그리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그림이 되어서


눈앞에 소박하게 펼쳐집니다.



그를 향한 내 마음은


안쓰러움이 아닙니다.


이런 것을 뭐라고 해야 하나.


그래요, 감동인가 봅니다.



<뉘앙스>라니, 과연 어떤 걸 말하는 걸까요?


혹시 내가 느끼는


바로 그 명치 바로 위,


갈비뼈의 복판 그 안쪽에서


꿈틀거리는 그 무언가.


그런 걸까요.



그렇다면 나는 그의 글을


어떤 뉘앙스로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요.



뉘앙스. 사랑할 때 커지는 말, 뉘앙스.


네모였다가 물처럼 스미는 말, 뉘앙스.


더 많이 사랑해서 상처받게 하는 말, 뉘앙스.


아무 말 하지 않고도 모두를 말하는, 뉘앙스.


온도, 습도, 채도까지 담고 있는 말, 뉘앙스.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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