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하루는 없다 - 아픈 몸과 성장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희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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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큰일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무거운, 두려운, 그렇지만 강한 이야기가 담겨있었기 때문입니다.

매일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던 열일곱 살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열에 시달리다가 결국에는 루푸스 신염이라는 난치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는데도 얼마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기를 원했던 것인지 알 수 있을 만큼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소녀였습니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열이 나고 온몸이 아픈데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나가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때마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아닌 현실 속의 그는 자신의 슬픔을 오롯이 쏟아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야만 했습니다.

그 몸으로 서울대에 진학하고,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고생을 하면서도 학구열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한 그 순간, 다시 한번 큰 파도가 덮쳐왔습니다.

결국 양쪽 신장의 기능을 모두 잃고 스물일곱 살에 복막투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로스쿨 입학시험을 준비할 때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병을 이겨내고 남들처럼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배에 구멍을 뚫어 호스를 달고 투석을 하는 나날을 이어가니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습니다.

병은 자신을 갉아먹고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들의 인생을 빼앗아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가족은 희우를 사랑했습니다. 친구들도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운명은 쉽게 그를 함락시키지 못했습니다.


글은 상당히 솔직 담백하게 쓰였습니다.

억지로 용기를 쥐어짜내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프면 아프다, 고마우면 고맙다, 슬프면 눈물을 터뜨리고, 고마울 땐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런 솔직함이 있기에 이 글은 마치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가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다가옵니다.

아프다는 것은 많은 제약이 있다는 것 이상을 말합니다.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꿈을 꾸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라는 단서가 붙고 맙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없이 슬프고 때로는 살아가는 의미를 찾으려 애를 쓸 때도 있습니다.

아니, 어떤 때에는 과연 꿈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 살아있기는 할까 하고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아직 먼 미래의 일이니 그런 염려는 집어넣어놓으라고 말하려고 해도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감히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든든하게 지켜주고 넘치는 사랑을 주는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아, 입안으로 많은 말을 고르고 있는데,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희우 작가의 현재와 미래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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