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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앙스 - 성동혁 산문집
성동혁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2월
평점 :
삶에 담겨있는 슬픔,
그렇지만 침몰하는 배와 같은 그런 감각은 아니고,
초승달이 그림자를 살며시 드리운 검은 호수 위에 떠 있는 조각배 같은 느낌입니다.
이 산문을 쓴 성동혁은 시인으로,
글 속에 시가 담겨있습니다.
어린 시절 다섯 번의 대수술을 통해
그의 인생과 감각은 또래의 다른 이들과는 달랐을 거라 짐작해 봅니다.
지금도 여전히 투병 중이며,
산소통을 집에, 그리고 차 안에 두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들이마셔야 함을 압니다.
시는 그의 삶이고, 삶은 그의 시가 되었습니다.
병상을 지키는 엄마, 수술방에는 함께 할 수 없었던 모정.
산에 가보는 것이 소원인 그를 사랑한 친구들은
어느 날 의료인이 된 친구의 제안으로
그를 짊어지고 산을 오릅니다.
시인을 버티게 해준 것들은 이 세상에 많았으며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삶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병실의 동지라고 할지라도
그에게는 의미가 되었으며
그리고 자리했습니다.
이 산문집 <뉘앙스>는 그의 곁에서
그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함께 하고픈 그의 마음의 소리입니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마음이 촉촉하게 젖어듭니다.
산문이지만 시와 같아서
어쨌든 수분 함량 80%를 유지하며
그런 모이스처를 가지고
내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연결이 되지 않는 짤막한 이야기를
심상으로 그리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그림이 되어서
눈앞에 소박하게 펼쳐집니다.
그를 향한 내 마음은
안쓰러움이 아닙니다.
이런 것을 뭐라고 해야 하나.
그래요, 감동인가 봅니다.
<뉘앙스>라니, 과연 어떤 걸 말하는 걸까요?
혹시 내가 느끼는
바로 그 명치 바로 위,
갈비뼈의 복판 그 안쪽에서
꿈틀거리는 그 무언가.
그런 걸까요.
그렇다면 나는 그의 글을
어떤 뉘앙스로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요.
뉘앙스. 사랑할 때 커지는 말, 뉘앙스.
네모였다가 물처럼 스미는 말, 뉘앙스.
더 많이 사랑해서 상처받게 하는 말, 뉘앙스.
아무 말 하지 않고도 모두를 말하는, 뉘앙스.
온도, 습도, 채도까지 담고 있는 말, 뉘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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