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서양 미스터리와 일본 미스터리.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이곳에서 소설을 소개하며 나름대로의 견해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문학작품 해제라거나 가이드 같은 분위기는 아니고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정도의 텐션을 유지하면서 글을 씁니다. 조금만 더 파고들어가면 <밀실 대도감>이라기 보다는 고전 추리소설에 대한 친절한 리뷰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작품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보는데, 읽었던 것이나 그렇지 못했던 것 모두 기억이 잘 나지 않았으므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미스터리 소설에 대해 잘 아는 분이 이 책은 무척 재미있으니까 시간을 내서라도 한 번 읽어보라고 하며 권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사실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부각되어 있어서 그렇지 실은 그림을 담당한 이소다 가즈이치가 더 고생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을 이야기하는 아리스가와와는 달리 이소다는 그가 지정해 준 책을 읽고 활자로 된 장면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삽화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도감'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상 이 책은 이소다 가즈이치의 <밀실 대도감>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소다역시 아리스가와가 추천해 준 책을 대부분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는 점입니다.
그런 걸 보면 무에서부터 유를 창조하는 작가도 대단하지만 유에서 또 하나의 유를 창조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역시 상당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41편의 소설을 모두 읽어가면서 다양한 기법을 이용, 독자에게 즐거움을 준 이소다 가즈이치 덕분에 더욱 재미있게 <밀실 대도감>을 완독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합니다.
미스터리 마니아인 관계로 초등학생 때 모르그 가의 살인이라거나 셜록 홈스 시리즈,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들을 독파하고 다른 추리물에도 손을 대었던 저인지라 여기에 나오는 고전들은 다 읽었을 것 같겠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읽었다고 하더라도 기억 못 하는 것일지도 모르고요. 수십 년 전의 일들이라 그렇게 사르르 흘러가 버렸습니다.
<밀실 대도감>은 이렇게 희미해진 기억 속에 남아있는 소설 속의 밀실이 어땠더라 하고 짚어보는 저 같은 이에게도, 상당한 기억력의 소유자이기에 제목만 보더라도 아 그거! 하고 외치는 분에게도, 그리고 이제 막 입문한 사람에게도 즐거움이 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작가와 작품의 세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니까요. 저는 아마 내년 이맘때쯤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될 것 같습니다. 기억을 되살리면서 또 어떤 것이 있었더라 하면서 말이죠. 그러고는 기억나지 않거나 읽지 않았던 소설을 찾는 여정을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