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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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가 좋아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등장인물들중,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역시 가가형사입니다.

냉철함과 따뜻함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범죄를 밝혀내는 것 뿐 만아니라, 그 속에서 사람의 마음까지 치유하거나 이끌어내는 능력을 가진 보기드문 형사이지요. 그래서인지, 탐정 갈릴레오 유가와 교수도 좋지만, 가가형사가 더 좋습니다.

 

<거짓말, 딱 한개만 더>는 가가형사 시리즈에서 보기드문 단편인데요.

단편이라 가가형사 특유의 정은 그다지 드러나지 않아서 조금 섭섭했지만, 내용만으로는 재미있었습니다.  

각각의 주제는 정말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도 있는 것들이었는데, 그 속에서 미스터리를 만들어내고, 다시 우리에게 풀어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능력은 탄복할만합니다.

 

이야기들 중 가장 마지막 편인 '친구의 조언'에서는 경찰로서 가해자를 체포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인 친구의 손에 그 판단을 맡긴 것으로 보면 가가는 역시 여전히 정이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어째서 그런 이야기가 되느냐면.. 아, 말하면 큰일납니다. 스포일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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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삐에로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0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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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소설로 보아도 좋고, 미스터리로 봐도 좋습니다. 이야기는 방화사건과 그래피티, DNA 유전자 등의 단서로 움직이거든요. 하지만 가족 소설로 보아도 좋습니다. 짜임새 있는 구조와 복선이 엄청납니다. 웃으면서 그냥 넘겼던 에피소드들이 사실은 복선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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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
시마자키 도손 지음, 노영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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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기 아키미쓰의 <파계재판>을 통해 신평민에 대한 차별로 인해 자신이 천출임이 드러날까 노심초사했던 주인공을 보았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해도 분명히 존재했던 출신상의 문제. 지금도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근본'이라는 것이 발목을 잡고 편견을 피할 수 없게합니다. <파계재판>에서는 시마자키 도손의 <파계>를 언급하며, 모티브가 그 곳에서 나왔음을 이야기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파계>에서는 주인공 우시마쓰가 아버지의 당부와 현실속에서 어떤 갈등을 일으키며 어떤 길을 걷는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아버지는 또 덧붙여서, 세상에 나가 출세하려는 백정 자식의 비결-유일한 희망, 유일한 방법, 그것은 오직 자신의 신분을 감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어떤 경우를 당하더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결코 백정이라고 고백하지 마라. 한때의 분노나 비애로 이 훈계를 잊으면 그때는 사회에서 버려지는 거라 생각해라" 하고 아버지는 가르쳤던 것이다.

p.16

 

이 계율은 우시마쓰가 간직한 단 하나의 계율이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여 초등선생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백정집안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그야말로 끝입니다. 감히 백정 주제에 누굴 가르치려 드냐며 돌을 던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시마쓰가 존경해 마지 않는 선생이자 선배인 이노코 렌타로는 다릅니다. '나는 백정이다.'라고 당당히 밝히므로써 백정이라는 것은 신분에 지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주장하며 오히려 신지식인으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자신도 그처럼 당당하고 싶지만, 세상의 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숙집에 백정이 있음이 발각되었을때 우시마쓰는 자신도 덩달아 들통날까봐 렌게 사로 숙소를 옮깁니다. 그 곳에서 퇴직 교사의 딸 오시호를 알게되고 마음을 두지만, 그녀의 가문은 무사 가문, 감히 자신의 마음을 알릴 수 없습니다. 메이지 유신 후 일본의 세계급 무사, 스님, 천출은 유신 전과 달라졌습니다. 존경받던 무사와 스님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가문은 있되 富나 德은 부족한 사람이 되었고 천출은 새로이 姓을 부여하고 新平民으로 승격되었으나 타인의 눈엔 여전히 그게 그거였으니 뜻이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도 실상은 그렇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러니 오시호의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하고 자신이 아무리 지적이고 단정하여 마음씀이 선비같아도 감히 손 내밀수 없는 상대인 것이지요.

 

우시마쓰의 아버지는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관리하던 씨소의 뿔에 찔려 돌아가시고 말았죠. 우시마쓰는 고향에서 만난 렌타로에게 자신도 백정출신임을 이야기하려하지만, 아버지의 계율이 그를 막았습니다. "우시마쓰. 너는 아비를 버릴 셈이냐." 이제는 어린아이도 아닌데다가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시고 안계신데도 아버지의 말은 그의 마음을 꾹 누르고 있었습니다.

무정한 세상에 분노하는 렌타로를 따르고 싶은 마음과 세상을 따르라던 아버지의 마음. 그 속에서 갈등하는 것입니다. 사건은 묘하게 진행되어 우시마쓰의 주변에서 그가 백정 출신이라는 소문이 들기시작합니다. 소문의 근원은 대의원 선거에 출마 예정인 다카야기로, 자신의 부인 - 백정 출신 대부호의 딸 - 의 출신을 비밀로 해달라며 우시마쓰를 찾아갔으나 우시마쓰의 말을 오해하여 소문을 낸 것 같습니다.

 

들통날 것인가. 아니면 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는 우시마쓰의 고백이 먼저일 것인가. 만일 고백을 한다면, 지금 껏 그를 따르던 아이들이 그를 비난할지도 모르고, 학생때부터 절친했던 긴노스케도 자신을 멸시할것 같습니다. 오시호 역시 그럴테지요.

소설 속의 누구보다 마음 착하고 인정있는 우시마쓰의 내적, 외적 갈등에 제 마음도 덩달아 복잡해졌습니다. 그리고 그가 드디어 '파계'하며 무릎을 꿇었을 때 제 시간도 멈춘 듯 했습니다. 아팠습니다. 슬펐습니다.

 

 이제와서야 우시마쓰는 후회했다. 왜 자신은 학문을 해서 바른것과 자유로운 것을 좇는 사상을 가지게 되었을까?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달게 세상의 경멸을 받고 있었을 텐데. 왜 나는 사람 같은 것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들과 산을 뛰어다니는 짐승으로 태어났다면 평생 아무런 괴로움도 모르고 지낼 수 있으련만.

p.309

 

이 소설은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정말로 그가 행복하게 되었을지는 아무로 모릅니다. 다만, 그가 사랑하던 사람들이 그가 백정이라는 이유로 그를 버리지 않았으며 '그'자신의 의미로 그를 대했습니다. 그것이 시대의 변화이며, 인식의 변화로 가는 첫걸음이 아닐까요?

 

** 해설을 읽고나니 제 리뷰가 작가의 의도와 다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읽었던 파계는 위와 같았습니다.

**이 책은 일본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작이며, 나쓰메 소세키가 '명작'으로 추천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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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게 - 제144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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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운동장 가장자리에 앉아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다들 고민도 없고 활기차 보이지만, 학원 선생님과 엄마에게 혼날 - 아이다운 고민 외에도 벌써부터 인생의 무게와 삶의 버거움에 한숨을 쉬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제가 그랬고, 제 딸이 그렇기에. 하지만 절망하는 대신 즐기는 법을 익히고 나면 삶을 부드럽게 타 넘어갈 줄 알게 되는데, 그전까지는 너무나 무겁고 고됩니다. 게다가 어린 시절의 하루는 얼마나 길던가요. 지금은 친구를 만나 한 시간을 논다고 하면 아주 잠깐 보고 돌아오는 것이지만, 아이 때는 한 시간이면 오만가지를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고난이 있다면 어른보다 더 괴로울 것입니다. 특히나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문제로 인한 것이라면 더 한데, 실제로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게 많지 않은 나이 아니었던가요. 그러니 아이를 너무 어리게, 걱정 따윈 없는 존재라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평탄하게 살아온 어른보다 더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미치오 슈스케의 <달과 게>에 나오는 세 명의 중심인물 - 5학년 동급생들도 각자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작년에 자신의 병명도 모르고 시름시름 앓다가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는 신이치는 아직 아버지와의 추억이 가시기도 전에 다른 상대와 데이트하는 엄마가 야속합니다. 엄마는 혹시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 싶어 몰래 데이트를 하는 것이었겠지만, 신이치의 마음은 불편합니다. 학교에서는 전학생이라는 이유로 따돌림당하는데, 친구라곤 하루야라는 같은 날 전학 온, 간사이 사투리를 쓰는 녀석 하나뿐입니다. 하루야의 아버지는 화장품 방문판매를 하는데, 수입은 들쭉날쭉, 술을 마시고 때로는 맨정신에 하루야를 때리거나 굶깁니다. 학대하는 것이죠.

둘은 단짝입니다. 외로운 둘이는 소라게를 라이터로 달궈 도망쳐 나온 소라게를 소라검님이라 부르며 소원을 빌고 태워 죽이는 다소 잔인한 놀이를 하는데, 소라검님은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줍니다. - 사실은 하루야가 신이치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루미. 나루미의 엄마는 십 년 전 신이치의 할아버지가 모는 배를 탔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신이치에게 다정하게 대해줍니다. 그러나 나루미의 아빠와 신이치 엄마의 데이트는 두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고 나루미는 순수하지 못한 눈으로 염탐하듯 신이치를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신이치는 나루미와 하루야의 사이를 질투하기도 하고, 단짝인 둘의 사이에도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차츰 깨닫게 되지요.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는 이러다 어떻게 되는 건 아닌가 하며 심장을 졸이면서 읽었습니다.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은 <등의 눈>이 처음이라지만, 저는 애초에 <술래의 발소리>로 시작했었기에 그의 책이라면 어느 정도 긴장을 하며 읽습니다. <달과 게>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아이들이 소라게를 가지고 노는 모습이 잔인하게 느껴질 뿐 한적한 시골에서 그들이 겪은 이야기들이라 약간 어깨에 힘을 빼고 턱을 괴고선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묘사는 과하지 않았고, 어린아이들을 지나치게 어른의 영역으로 끌어들이지 않은 그의 필력에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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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동 레시피
신경숙 지음, 백은하 그림 / 소모(SOMO)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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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리 만화를 좋아하는데요, 요리인들의 노력과 장인 정신도 보기 좋지만, 손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한 그릇의 음식을 만났을 때, 저역시 치유받는 기분입니다. 라따뚜이의 까칠하고 비쩍마른 평론가가 라따뚜이를 맛보고 한 줄기 빛이 내리는 느낌과 더불어 엄마를 떠올리며 밝은 모습으로 변하는 장면은 우습기도하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런가하면 '헤븐' 이라는 만화가 있는데 묘지에 레스토랑을 차려놓고 경영하는 - 요리만화라기보다는 감성 코믹이지만- 독특한 오너가 있는 레스토랑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다 풀어내라면 바텐더, 소물리에르등의 만화까지 범위가 넓어지면서 죄다 늘어놓아야 할텐데, 그러자면 끝이 없을 듯 합니다.

 

<효자동 레시피>라는 책은 효자동 골목 한옥을 고쳐 운영하는 '레서피'라는 레스토랑의 이야기입니다. 소설이나 만화는 아니고, 실제의 레스토랑인데 총 좌석 수가 16석 밖에 안되는 작은 레스토랑이지만 따뜻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심야식당'이 작은 선술집이라 더 정이 가듯이 '레서피'도 작고 아늑한 문위기이기에 손님들과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카리스마 쉐프의 요리는 아니지만 정성을 담은 음식에 기뻐했나봅니다. 영업초기 스텝의 이중 예약 실수에서도 손님은 중요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그 교훈을 바탕으로 잘 성장할 수도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질책을 교훈으로 삼은 주인장의 태도도 좋았고, 그 후에도 레스토랑에 실망하지 않고 계속 찾아주며 조언한 손님도 멋있습니다. 어떤 손님은 새우 샌드위치의 허전한 맛을 보충한 비장의 무기를 전해주기도 했고, 멋부리지 않는 영혼을 담아내는 레스토랑으로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하는 손님도 있었습니다. 정원의 장식 개구리를 깊은 웅덩이에 파묻어 장례를 치뤄버린 어린 손님도 있었지만, 어린이 요리교실을 여는 것은 즐거웠습니다. 스텝까지 두근거리게 만든 청혼 사건도 있었고, 파스타의 늦은 서빙으로 (전적으로 레스토랑의 실수였습니다)손님을 잃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혹은 식은 땀나는 추억과 기억을 가진 '레서피'는 긴 방학에 들어갔습니다. 손님들은 얼마나 아쉬워했을까요.이 책의 초판이 2009년. 방학이 시작된지 벌써 5~6년이 지났을텐데. 지금은 개학했을까요? 눈내리는 창문을 바라보며 따뜻한 음식과 함께 미소를 띄우며 손님을 맞이할 그들을 그려봅니다.

 

하지만, 책을 낼때 손님을 고려하듯이 독자로 고려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지나치게 작은 활자 때문에 눈이 피곤해 감성적인 수많은 사진들을 바라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피로가 지나치기 전에 얼른 읽고 끝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패스트푸드점 의자에 앉아서 햄버거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즐기는 기분이었죠. 활자의 크기가 얼마나 되느냐면, 종이 신문의 활자와 비교하면 신문의 글자는 아주 당당하게 느껴질 정도로 큽니다. 서점에서 챙겨준 책갈피의 글자와 비교했더니 겨우 비슷하네요. 웬만한 책의 주석으로 사용되는 활자의 사이즈라고 생각하셔도 과장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건 본문 글자 크기이고요, 레시피나 식재료들을 예쁘게 설명해 놓은 페이지는 사전의 글씨크기와 비슷합니다.

 

책을 읽고나니 눈주위가 부었습니다. 후유증이 상당하네요. 제가 이정도이니 노인은 읽기를 아예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책은 좋습니다. 다만 읽으시려면 눈이 건강하신 분들만 읽으시길.

 

저는 2012년 9월 초판 17쇄 발행된 책을 읽었습니다. 그간 눈이 건강한 사람들만 책을 읽었나봅니다. 개선이 없었던 것을 보면 말이죠. 그러니 눈도 안좋으면서 읽은 제 잘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섭섭하지만.

 

교훈 하나를 얻었습니다. 책을 고를땐 반드시 글자크기고 보고 선택해야겠습니다. 저는 왼눈 잡이라 눈이 빠질 것 같습니다. 편두통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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