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쇼의 새 십이국기 5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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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독립적인 책이었으면 어땠을까. 이 책을 읽던 중 그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제까지의 십이국기와는 어쩐지 다른 느낌의 책이었기 때문이었는데요. 12년 만의 신작이라 그런가요. 아니면 제가 어떤 것을 기대했기 때문일까요. 어느쪽이어도 상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던 흐름이 아니었기에 적잖이 당황스러웠고,  이 책에 몰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책의 내용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은 4개의 단편으로, 나라 변방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렸습니다. 출판사 서평에 의하면 주변 인물이나 상황에 불과하던 것을 중심으로 끌어내어 십이국에 대한 정교한 디테일을 완성 시킴으로써 작품의 퀄리티가 올라갔다고 했습니다만, 제가 십이국기에 기대하던 것은 어떤 모험과 여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미, 그리고 소년 소녀들의 성장이었지 사회파 소설의 호소력 같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대와는 다르다고 여겼을겁니다. 

이를테면 미야베 미유키의 현대물을 읽을 때면 사회파의 미스터리겠군.. 하는 기대, 에도물을 읽을 때면 상처받은 여자나 아이가 나오겠군, 그러니 이런 식으로 생각하며 읽어야겠다라는 나름대로의 가이드 라인을 머리 속에 그립니다. 이것이 어쩌면 편견으로 작용 할 수도 있겠지만, 대략적인 방향을 정하며 책을 골라드는 것은 그 날의 기분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예상과 다른 책을 읽게 되면 어쩐지 섭섭합니다. 

그러니, 오늘도 섭섭했습니다. 

히쇼의 새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결코 가벼이 생각할 수 없는 것들,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그런 건 기대하지 않았는데....


과연 6권은 어떨까요? 

조금 기대해 보아도 좋을까요? 

다음 권은 좀 더 묵힌 후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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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 - 상 십이국기 4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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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가 휘몰아쳐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가기 싫었던 일요일 오후에 십이국기 4,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을 꺼내들었습니다. 십이국기 시리즈는 매 편 마무리가 되므로 연속해서 읽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그 세계관이 방대하므로 한참 뒤에 읽으면 앞서 이해했던 내용을 다 잊어버려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듯 읽어야 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뭐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읽다 보면 저절로 머릿속에 십이 국의 모습이 그려지거든요. 


십이국기 1 편에서 등장하는 소녀 요코는 일본(왜)에서 살다가 십이 국으로 돌아오는데요. 게이키(기린)의 선택으로 왕이 된 그녀는 정치에 대해서, 그리고 이 나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탓에 허수아비 왕이 되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이 싫었기에 평복을 하고 공부를 하고자 마을의 한 집에서 살게 됩니다. 

한편, 스즈라는 소녀는 우리가 살던 세상에서 이곳으로 흘러와 선적에 올라 하급 선녀로서 살지만 갖은 고생을 합니다. 자신이 해객이기 때문에 미움을 받는다며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지요. 

공주였던 쇼케이는 어진 정치를 하지 못 했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반역자에 의해 살해된 후 고초를 겪습니다. 스즈와 쇼케이는 각각 다른 나라에서, 스스로의 운명과 마주할 기회를 얻습니다만 여전히 그녀들은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불행한 사람들이라는 착각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 합니다. 그러던 중 스즈는 세이슈라는 꼬마를 통해, 쇼케이는 제가 십이국기에서 제일 좋아하는 라쿠슌에 의해 자신들 마음가짐의 잘못을 깨닫고 조금씩 성장하며 나가아갑니다. 


책을 읽으면서 언제 즘 이 세 명의 소녀들이 한자리에서 만날까 기대했습니다. 스즈는 같은 해객이라는, 그리고 또래 소녀라는 이유로 경국의 왕을 만나고 싶어했고, 쇼케이는 자신이 잃은 모든 것을 운 좋게 얻은 경국의 왕을 보고 싶어 했으니 언젠가는 한자리에서 만나게 될 것이 분명했으니까요. 세 명의 소녀들은 우연히 잠깐 만나게 되는 우연을 갖게 되는데요. 마침내 한자리에 모였을 때는 처음과는 달리 모두들 성장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큰일을 해내지요. 운명에게서도 이기고, 적들에게서도 이겨냅니다.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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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악마다
안창근 지음 / 창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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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사람이 악마다. 살인범들은 멀리 있지 않다. 그들은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다. 그리고 그 악마들은 다른 사람을 조종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더구나 그를 추종하는 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p.74



귀신이나 유령보다 살인마를 더 두려워하는 저는 '사람이 악마다.'라는 말에 동의하면서도 그 앞에 '모든'이라는 단어가 붙어있지 않음에 감사합니다. 세상을 살아보니 악마보다는 평범한 사람이 더 많았고, 악마의 숫자만큼 천사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를 보면 악마가 판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은 그 어두움의 크기가 크기 때문일 겁니다. 

이 악마들 중에 가장 무서운 놈은 바로 곁에 있는 악마일 텐데요.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나지 못하며 세상에서 가장 포근하며 중심이 되어야 할 장소를 가장 무서운 곳으로 만들어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다는 절망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일이라고 그런 곳에서 뭐 하러 계속 지내느냐 당장 나와서 혼자 힘으로 어떻게든 살아보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꾸준히 학습되어온 폭력과 공포 때문에 이미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행여나 그곳에서 빠져나왔다고 하더라도 그 무력감은 쉬이 치료되지 않아 끊은지 몇 년 된 담배가 꿈속에서 어른거리듯, 시간이 아무리 지나가도 계속 괴롭힙니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여러 가지 콘셉트를 따온 이 책의 악역 주연인 유령은 자기 자신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리하여 연쇄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데요. 마지막에 이러저러해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살인은 어쨌든 살인입니다. 악마를 처단하는 유령이 되었다고 하더라도요. 연쇄 살인범인 유령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동등한 지능과 판단력의 소유자, 전직 프로파일러이지만 현재는 연쇄 살인범으로서 감옥에 갇혀있는 민수뿐일 겁니다. 경찰은 비밀리에 민수에게 협조 요청을 하고 그 일은 과거의 연인이자 경찰인 희진이 맡습니다. 유령의 예고장 암호를 풀어나가는 것이 이 소설의 주된 흐름인데요. 제가 추리나 스릴러 소설에서 질색하는 두 가지가 밀실, 그리고 암호이기에 암호를 발견한 순간. '아, 망했다. 이 책은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책인가 보다.'라고 여기며 실망했지만, 암호를 궂이 함께 풀어나가지 않아도 민수가 잘 풀어주기에 염려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유령과 민수의 심리전은 참 볼만합니다. 스릴도 있고요. 가독성도 아주 좋아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갔습니다. 하지만, 뒷심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클라이맥스에서 무언가가 빠진 것 같은 그런 허전함이 있었어요. 초반과 중반의 흐름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서 RPM을 최고로 올린 후 튕겨나가는 기분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잘 달리다가 갑자기 주차장을 만나서 차를 급히 세우고 안전벨트를 풀어버린 것 같은 그런 마무리였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괜찮은 스릴러 소설이었습니다. 

암호에 자신 있는 분들은 풀어나가면서 함께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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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 다양한 편견의 양상과 우리가 가진 편견에 관하여
아그네스 헬러 지음, 서정일 옮김 / 이론과실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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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 [명사]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

- 네이버 국어사전 

사람이 언제나 공정함을 유지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입니다. 공정하려 애를 쓰고 객관적이려 하더라도 결국 자신에게 누적되어 온 무언가의 작용에 의해 판단을 할 수밖에 없기에 조금은 한쪽으로 쏠리게 마련이지요. 자신의 얼굴도 살짝 비대칭일진데,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정확히 대칭이 될 수 있을까요? 누구나 편견은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편견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결국 진보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현대 사회는 다양한 편견이 존재합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던 편견은 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또 다른 편견들이 생겨난 셈인데요. 


편견은 존재론적 인류학적 관점, 사회적 심리학적 관점에서 모두 존재합니다.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 셜록은 묻습니다.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지 진실인지. 언뜻 들으면 같은 개념 같기에, 질문을 받은 사람은 어리둥절해합니다.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이 어느 쪽인지 몰라 그렇다기보다는 용어의 정의를 잘 모르기 때문일 겁니다.우리도 혼용하고 있으니 셜록 같은 깐깐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정확하게 사용하는 이가 드물지 않겠습니까.

(우리 말로는 거짓이 없는 사실을 진실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사실적인 정보만을 받아들여 판단하여야 옳지만 흔히 과잉 일반화의 경향이 일어나곤 합니다. 이를테면, 시끄러운 중국 관광객들 때문에 여러번 짜증이 났던 저 같은 경우엔 모든 중국인들이 시끄럽다고 말하겠지요. 그런 것이 바로 편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경우에는 사실이며 편견이 아니라고 우기기도 합니다. 


오래전부터 편견은 존재했겠지만, 근대에 이르러서 편견이 생겨났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사실 저는 그것조차 편견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러 편견이라는 것이 등장했는데요. 구개념과 신개념이 등장하여 대립하게 되는 시기였기에 구태의연한 개념은 새로운 미래 설계에 방해가 되는 개념이었습니다. 즉, 편견이었죠. 옳지 않은 것은 바꾸어야 한다는 역동성을 지니기 시작했기에 더 이상 진리는 철학자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과거의 진리라는 것은 철학적 논증과 추론을 통해 도달 할 수 있는 것이었으며 순수이성, 순수 지식, 경험적 체험을 넘어서야 만날 수 있는 것이었으나 이제는 보편타당한 것이 진리가 되는 시기이므로 이러저러한 것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그것 자체가 편견이었습니다. 역동적이라는 것은 무척 중요한데요. 변화가 없이 전통만 추구하며 머무르는 사회는 붕괴하고 말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다."라는 말은 근대를 여는 중요한 말입니다. 근대 이전의 불평등한 출생을 '편견'으로 규정하고 반발하는 신개념의 확립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편견을 배제하고 진보하자라고 외치던 근대 이후부터 도리어 편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이 생겨납니다. 과거보다 더욱 심하게요. 

근대를 진보적인 시기로 생각하는, 편견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조차 중세 문화를 암흑기로 규정함으로써 중세는 암흑이라는 편견에 빠지고 맙니다. 어느 쪽이 우월한 문화라고 할 수 없을 텐데 말이죠. 


문명과 문화는 대립적 개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편견이다. 현대인들에게는 더 이상 문화가 없다. 마르크스주의자는 이를 소외라는 말로 표현할 것이다. 어떤 경우든 문명의 발달로 인간의 정신은 더욱 퇴보하고 있다.

p.120


현대에는 이런 철학적인 개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마주하고 있는 편견들이 무척 많습니다. 인종(사실 원칙적으로 인종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성, 종교, 종족, 국가 등에 대한 편견들이 그런 것인데요. 과거 전체주의로 인해 홀로코스트를 겪어야만 했던 그들을 생각하면 끔찍한데도 우리는 나름대로의 편견에 빠져있습니다. 자신의 잣대로 가지고 타인을 재단하는 행위를 어제도, 오늘도 하고있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인문학적 재능이 없기에 더욱 그러하였습니다. 노트에 적어가며 읽어야 했습니다. 이 책이 편견이라는 것에 대한, 읽기 쉬운 심리학 책 정도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초반엔 무척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편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얻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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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달리는 스파이들 바다로 간 달팽이 8
사카키 쓰카사 지음, 김미영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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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제를 우정이 흐르는 일상 미스터리라고 적어놓고선 그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적절한 제목을 찾지 못하겠어요. 표지가 예뻐서 출간 당시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해놓고선, 책의 홍수에 떠밀려 - 사실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서 -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만, 아이의 방학 권장 도서 목록에 이 책이 있더군요. 이번 기회에 나도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 아이보다 살짝 먼저 읽었습니다. 


어느 소도시의 평범한 남녀공학 고등학교에 평범해 보이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그 네 명의 아이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가정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그렇다고 방황하는 청소년이라고 하기엔 지극히 평범했습니다. 내면의 갈등은 심하지만 나름대로 성실하고 착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며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천문부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친한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관측회가 있는 날 밤에나 만나고 안면이 있으니 인사를 하는 정도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우연히 만난 그들은 의기 투합하여 스파이라는 이름으로 스페셜 한 기분을 느껴보기로 합니다. 그리하여 정한 코드네임. 덩치가 크고 믿음직한 기가와다 유이치는 부장이니까 붓치, 멋내기를 좋아하는 갸루 스타일 야스다 아케미는 기, 여자들에게 립 서비스가 좋고 예술가 타입인 아요야마 다카시는 게이지, 서늘한 미인에다가 선을 정확하게 긋는 나카지마 미도리는 아가씨(오조사마)라는 뜻의 조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밤은 그저 밤이라는 이유만으로 조금 특별한 냄새가 난다. 학교 옥상에서 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색다른 느낌을 받는다. 하물며 그것이 학교 밖이라면 얼마나 더 특별할까. 이렇게 생각한 나는 밤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p.71



그들은 천문부 모임이 있는 날 학교 옥상에서 반짝이는 하늘의 별을 보며 맛있는 음식을 보글보글 끓여먹습니다. 제대로 된 핸드드립 커피도 즐기고요. 이래서야 천문부라기 보다는 옥상에서 먹자 모임을 하는 부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요. 그들은 먹기만 하는건 아닙니다. 조그만 단서를 가지고 미스터리를 해결해가는 능력자들이기도 했으니까요. 가벼운 일상 미스터리를 해결해나가면서 그들은 성장합니다. 서로의 사정을 자세히 물어보지는 않습니다만 아이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가정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란 살아가면서 마음을 누일 장소가 꼭 필요한데요. 그 장소가 가정이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참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지요.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서로에게서 빛을 발견하고 상대방의 빛으로 나의 빛을 찾아내어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습니다.  원제가 夜の光 이니 이 제목도 참 어울립니다. 


붕붕, 붕붕, 붕붕, 쉬지 않고 파닥거리는 날갯짓 소리. 살아 있다, 살아 있다, 살아 있다, 나는 벌들이 귓가에서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있는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살고, 끝까지 살았기에 죽는다. 발밑에 있는 사체들은 그저 온 힘을 다해 죽어 있었다.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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