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의 노예들 바벨의 도서관 9
잭 런던 지음, 김훈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바다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최근에 잭 런던의 책 두 권 - <야성이 부르는 소리>, <조선 사람 엿보기>를 읽었는데요. 오늘의 <미다스의 노예들>을 끝으로 당분간은 잭 런던의 책을 읽지 않을 겁니다. 독서가들 중에서는 한 작가의 책을 연달아 읽어 그 작가의 작풍이나 성격에 대해 파악하고 연구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만, 저는 그렇게 읽으면 어쩐지 비슷한 패턴이 느껴져 질려버리거든요. 한마디로 쉽게 질리는 성격이라는 거죠. 그러니 잭 런던의 소설들은 매력적이지만 어느 정도 간격을 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지겨워지면 곤란하잖아요.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 제9권은 잭 런던의 <미다스의 노예들>입니다.

다섯 개의 단편이 들어 있었는데요. 각각의 단편들은 서로 다른 분위기였지만, 내면의 공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으악 무서워!라기보다는, 이것 참.... 하아... 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첫 번째 단편, '마푸히의 집'에선 우연히 진주를 획득한 마후히가 등장합니다. 그는 그 진주를 팔아서 가족 모두가 잘 살수 있는 집을 갖기를 원하지만, 거의 강탈당하다시피 장사꾼에게 넘기게 됩니다. 가족들의 타박을 받고 있던 그때, 허리케인이 갑자기 섬을 공격하고 모든 것은 산산이 부서져버립니다. 많은 사람이 죽고, 생존자들은 식수조차 구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진주고 뭐고 모든 게 다 부서지고 날아가 버렸으니 어쩌면 좋습니까. 심지어 마푸히의 어머니 나우리는 바다로 휩쓸려 가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흡사 노인과 바다를 연상케 하는 근성을 보여줍니다. 허리케인이 불어올 때의 장면과나우리의 여정은 눈을 책에다가 붙잡아둡니다. 

참 대단합니다.


'삶의 법칙'은 뭔가 무척 어렵습니다. <불을 피우기 위하여>가 생각났습니다. 

'잃어버린 체면'은 무서우면서도 괴이합니다. 주인공은.... 대단합니다! 

'미다스의 노예들'은 소설에 등장하는 무정부 단체인데요.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잔혹한 짓을 합니다. 주인공의 지인인 부자에게 끝없는 협박을 하는데, 돈을 내놓지 않으면 사람을 죽이겠다며 그와 관계없는 사람, 나아가서는 관계있는 사람을 죽입니다. 점점 다가오는 공포와 압박. 냉혹합니다. 

'그림자와 섬광'에는 어릴 때부터 심각한 라이벌이던 두 친구 폴과 로이드가 등장, 서로 다른 방식으로 투명인간이 되려는 연구를 합니다. 그 둘은 모두 투명인간이 되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그 끝은..



이 책에 실려있는 단편들은 모두 재미있었는데요. 저는 그 중 '마푸히의 집'이 가장 좋았습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체면'은 앞으로 어찌 될지 알기 때문에 점점 더 두려움에 빠지게 되는 매력이 있던 소설이었어요. 어, 그리고... 앗, 이러다가 모든 단편을 추천하고 말겠어요. 그러니 여기서 멈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와 웃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은 읽은 적 없고 에세이로만 두 번째 만나는 마루야마 겐지의 <개와 웃다>입니다. 몇 년 전에 읽은 책,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에서 이 작가의 까칠함과 유머러스함을 즐겼었는데요. 성격이 참, 츤데레 과 입니다.


마루야마 겐지는 갑자기 개를 키우기로 결심합니다. 어릴 때부터 개를 키우고 싶었던 꿈을 이룬 것이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개에게 쫓겨 달아나던 기억이 있던 어린이가 자라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절대고 마음속부터의 애견인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어느 날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이 소설가가 된 이후로 지인들이 하나둘 곁을 떠나 마음을 나눌 친구가 하나도 없더랍니다. 그리하여 아내와 의논 끝에 개를 키우기로 하는데요. 문제는, 단지 멋지다는 이유로 대형견을 키우려 든 것입니다. 질 나쁜 브리더 T 축견(기업형)에게 속아 처음 데리고 온 개는 며칠 만에 죽어버리고, 두 번째도 그랬습니다. 세 번째에 가까스로 건강한 녀석을 데리고 와서 함께 지내게 되었는데요. 참 서투릅니다. 소형견으로 했더라면 조금씩 적응해가기라도 했을 텐데. 대형견, 그리고 나아가 초대형견까지. 마루야마와 아내가 선택하는 개들은 죄 그렇습니다. 차우차우 견인 구마만 빼고요.

마당에 커다란 개집도 지어주고 운동장도 꾸며주고 산책도 데려가 주고 먹이와 물도 충분히 주는 데 이런 산만한 개들이라니! 도대체 뭐가 부족한 걸까요? 자유로워도 너무 자유롭습니다. 그렇다면 슬슬 깨달았으면 좋겠는데요. 주인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말이에요. TV 동물농장이라는 방송을 보면 문제견 보다 더 문제 있는 견주가 나오잖아요. 분명 주인에게 문제가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셰퍼드, 아프간하운드, 세인트버나드, 아이리시 울프 하운드, 도사견, 래브라도 레트리버... 모두가 제멋대로 일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뭐 공격적이었다거나 큰 사고를 쳤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기본적인 명령복종 체계 같은 것이 없어 보였다는 거죠. 주종 관계가 아닌 가족 관계에서도 규칙은 존재해야 하는데, 그 규칙을 지키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 했습니다.


좀 답답할 때도 있었죠. 혼낸다고 개를 때리기도 하고요. 게다가 15년 정도의 기간 동안 9마리의 개가 그들을 거쳐갔습니다. 차우차우 구마는 고령으로 자연사했고요. 책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또 다른 차우차우 돈구리는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살아갑니다. 나머지는 적응하지 못해 남에게 주어버리거나 죽었습니다. 아니 왜 이렇게 같은 병으로 많이 죽게 두었는가 하며 화가 났습니다. 개들에게 흔한 병인 심장 사상충이었지만, 어떻게 예방하거나 할 수는 없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책의 맨 뒤, 이 에세이가 처음 실렸던 곳의 리스트를 읽고 나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앞의 모든 상황들이요. 개를 처음 키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실린 것이 69년.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가 84년의 이야기였던 겁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손쉽게 사상충 예방을 할 수 있는 약 같은 것도 없거나 드물었을 겁니다. 개에 대한 대우도 그러했고요. 마루야마 겐지 정도면 훌륭하게 잘 키워나갔던 거였습니다. 외모로 개를 판단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요. 하지만 그는 개를 키우고 잃어가는 과정을 거치며 개를 사슬에 묶고 강압적으로 키우는 것보다 사랑으로 함께 하는 것이 옳다는 걸 깨달아갑니다.


이 책을 통해 개와 함께 하는, 혹은 허둥대는 일본의 아저씨를 상상하며 많이 웃었습니다. 책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돈구리도 이젠 세상에 없겠지요. 지금은 어떤 개와 함께 하고 있을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잭 런던의 조선 사람 엿보기 - 1904년 러일전쟁 종군기, 제2판
잭 런던 지음, 윤미기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먼저 이 책을 읽으려면 불쾌할 각오를 하고 읽는 것이 좋습니다. 초판 역자 서문에 분명히 경고(?) 문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뭐 옛날이니까 다소 그런 시선으로 볼 수도 있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책 읽기를 시작했는데요. 생각한 것보다 불쾌감이 심합니다.



역자가 그러했듯이 이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어쩌면 큰 실망감이나 모멸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일본군을 따라서 러일전쟁을 취재한 종군기자로서 바라본 조선, 조선인은 이제 곧 제국주의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는 허약한 모습 그대로였던 것이다.

-p.23


 일전에 읽은 <야성이 부르는 소리>의 저자 잭 런던의 조선 방문기라니 신기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일어, 그의 문장이라면 당시의 조선 모습을 서양인의 시선으로 잘 서술해놓았으려니 했는데요. 조선을 까도 너무 깝니다. - 이런 교양 없는 표현이라니.



조선인들은 이미 그들을 점령해 지금은 주인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상전인 '왜놈'들의 몸집을 훨씬 능가하는 근육이 발달한 건장한 민족이다. 그러나 조선인들에게는 기개가 없다. 일본인을 훌륭한 군인으로 만들어주는 그러한 맹렬함이 조선인에게는 없다.

-p.61


한마디로 말해서 백인 여행자가 조선에 체류할 때 겪는 일들은 조선에 도착한 처음 몇 주 동안 기분 좋은 것과는 영 거리가 멀다. 만약 그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두 가지 강한 욕구 사이에서 씨름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하나는 조선인들을 죽이고 싶은 욕구이고 또 하나는 자살하고 싶은 욕구이다. 개인적으로 나라면 첫 번째를 선택했을 것이다. 지금은 면역이 되어서 여행을 계속하기에 충분한 이성이 생겼다.

-p.67


이 외에도 조선인과 조선을 비하하는 말들이 어찌나 많은지 일일이 열거하다간 책의 많은 부분을 옮기게 생겼으니 그만하려 합니다. 잭 런던이 본 조선은 그러하였으며 아무리 일본군을 따라 조선에 들어온 종군 기자였다지만 일본군에 대한 호감이 엄청납니다. 그러니 게으르고 비위생적인 데다가 탐관오리가 득시글대는 조선은 일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시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일본군에 대한 호감이 조금씩 낮아지는 것 같기도 했지만요.


어쨌든 이런 이야기들이 종군기자 잭 런던의 글을 통해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생각하니 분하기 짝이 없습니다. 서양인의 눈으로 본 조선이 그러하다는 것 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일본에 비해 어쩌고저쩌고... 운운하는 것은 일본의 식민지배가 조선을 위해 행해진 것이며 무척 고마운 일이고 당연한 일이라는 게 그의 시선이었다니. 일본인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사를 작성했다는 것 자체가 끔찍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는 편중된 시선으로 바라보며 일본군의 착취나 수탈, 도둑질도 정당하다 생각했습니다.



조선인은 또 다른 불만을 토로한다. 병사들이 닭과 달걀을 훔쳐 간다는 것이다. 가난한 조선 백성의 형편에서 그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다른 식으로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병사들이 있는가? 전쟁이 존재해온 이후로 병사들은 닭장을 점령하고 닭과 달걀은 병사들의 공공연한 먹을거리처럼 간주되어오지 않았던가? 인간이 전쟁을 일으킬 만큼 비 이성적인 한 병사들의 위장과 사고방식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p.75



그러니 자기 눈으로 보기에 미개해 보이는 조선인의 집에 들어가서 말에게 먹일 보리를 내놓으라고 큰소리를 떵떵 쳤겠죠. 가난에, 수탈에 시달리고 러일전쟁에 몸 둘 곳 없는, 자신들 끼니도 걱정해야 하는 조선인의 집에 들어가서 말먹이를 내놓으라는 게 말이나 됩니까. 달라고 할 땐 안 주더니 돈을 내니 너도나도 주더라며 비아냥거리던데, 20세기 초 미국에서는 그런 행동이 용납되었던 걸까요? 아니라는 걸 압니다. 그런데 어째서 조선에서만 그랬을까요? 그런 점에서 서양인이 - 잭 런던 혼자만의 시선이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조선인들을 어떻게 보았는가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실은, 조선에 관한 묘사보다는 러일전쟁에 관한 종군 기자로서의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일본군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최전방으로 가지 못하고 조선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작성한 조선 기사에, 조선인의 후손인 제가 화가 날 수 밖에요. 그 당시를 살아보지 않아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 수 없습니다만.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속이 상했습니다. 

더불어, 혹여 우리가 다른 나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잭 런던이 조선을 보는 시선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어쩌면 무의식중에, 혹은 의식하면서 그런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21세기 임에도 불구하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술가게
너대니얼 호손 외 지음, 최주언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헨티나의 시인이자 문학가인 보르헤스는 도서관장으로 근무했던 독특한 이력이 있는데요. 그의 문학성과 평론은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30대 때부터 약시로 고생하면서도 거의 실명에 이를 때까지 80만 권의 책을 읽었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의 우주와 같은 '바벨의 도서관'에 들어갈만한 작품들을 골랐다고 하면 - 제가 잘 못 알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가 '환상'을 테마로 골랐던 단편들이 있습니다. 그중 몇 권은 제가 읽고 리뷰하며 소개 한 적도 있었는데요. 난해한 것들도 있고,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평범한 독자와 위대한 독서가이자 문학가인 분의 내공은 다른 법이니까요.


이번에 '몽실 북스'에서 나온 신간 <마술가게>를 읽어보았습니다. 보르헤스가 선정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더군요. 혹시 조금 어려운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지만, 노랗고 예쁜 표지가 저를 자꾸만 끌어당겼습니다. 책 뒤표지에도 '판타지 풍의 고전,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되어 있으니 안심하고 읽기로 했습니다. 어린이도 읽을 수 있는데, 나 같은 어른이야 편하게 읽을 수 있을 테지요.

확실히 그러하더군요. 어렵지 않습니다. 재미있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맨 처음의 '목소리 섬(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조금 산만한 경향도 있습니다. 장소의 이동이 심하거든요. 하지만 이내 적응할 수 있습니다. 케올라는 게을러서(어쩐지 라임) 몰라카이의 현인이자 마법사인 장인 칼라마케한테 혼나지 싶었는데요. 역시나 그렇습니다. 말 잘 듣고 있었더라면 무서운 모험은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요. 그러나 어쩔 수 없습니다. 애초에 스티븐슨이라는 작가는 <보물섬>이라거나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은, 주인공이 무지무지 모험을 많이 해야 하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러니 케올라도 모험을 할 운명을 가지고 탄생했던 거죠. 중반까지는 흥미롭습니다만, 마지막엔 큰일이야! 어떡하지!!! 무섭습니다. 

'몽실북스'의 <마술가게>는 허버트 조지 웰스를 좋아하나 봅니다. 책에 실려 있는 6개의 단편 중 세 편이 허버트 조지 웰스의 작품이거든요. 어린이의 감성을 자극하지만, 어른에게는 두려운 공간일 수도 있는 '마술가게' 이야기를 읽으며 저도 한 번 방문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 무서워할 자신이 있어요. 단,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았을 경우에만요. '초록문'의 이야기는 언젠가 읽었던 단편이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어디서 읽었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무척 재미있기도 하고 깜짝 놀란 부분도 있고 해서 아이에게도 이야기해 준 적이 있어요. <마술가게>라는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건 '눈먼 자들의 나라'였습니다.

눈먼 자들의 나라에서는 외눈박이가 왕이라는 말도 있지만 과연 그럴까요? 팔이 네 개 달린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 사는 사람이 우리의 세상에 온다면 스스로는 우리보다 편리하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제 생각에는 오히려 불편할 것 같거든요. 과연 눈이 보이는 누녜스는 어떻게 될까요?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와는 무척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로드 던세이니의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은 작가의 꿈결같은 세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던세이니는 자신이 상상한 것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 꿈꾼 것을 쓰는 작가거든요. 멘델스존과 다른 꿈을 느낄 수 있는 단편이었습니다.

나다니엘 호손의 '페더탑'은 슬펐어요. 마녀의 말이 맞아요. 사람이면서 사람답지 않게 사는 자들도 많은데, 페더탑이 상처받지 않고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허수아비와는 다른 매력을 가진 허수아비랍니다. 


가족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출판된 몽실북스의 <마술가게>는 아주 어린 친구가 읽기엔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스스로 읽을 수 있는 나이라고 하더라도 어른이 함께 상상하며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고전이되 동화는 아니니까요. 적어도 초등학교 고학년쯤부터 스스로 상상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른에겐 더할 나위 없습니다. 환상적인 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욱요. 저처럼 말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성이 부르는 소리 잭 런던 걸작선 4
잭 런던 지음, 곽영미 옮김 / 궁리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에 <야성의 절규>라는 책이 언급되자, 문득 초등학생 때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커다란 개가 있었고, 무척 추운 곳에서 썰매를 끌고 으르렁거리고 울부짖었던 것만은 생각났습니다. 무척 좋아하던 소설 중 하나였기에 다시 읽고 싶어져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책이 없었습니다. 도서관에도 주니어용으로 나온 것 밖에 없더군요. 이 소설이 잊혀버린 건가 섭섭해하며 저자의 다른 책이라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잭 런던으로 검색을 했습니다. 이런, 제가 기억하던 <야성의 절규>는 <야성의 부름>이라거나 <야성이 부르는 소리>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어 있었던 겁니다. 반가운 마음에 <야성이 부르는 소리>라는 제목의 궁리 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골라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몇 안되는 즐거운 기억을 찾아가기 위해서요.


그러나 이 책은 신나는 모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싸움과 몸부림, 그것이 야생과 인간의 세상 모두에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밀러 판사의 대 저택에 속한 개로 우아한 생활을 하던 벅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지내는 시골 신사들처럼 자부심이 강하고 자기중심적이었습니다. 아버지인 세인트버나드의 근육과 털, 스코틀랜드 산 양치기 개인 어머니의 지혜를 물려받아 누구보다 멋지고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정원사의 조수인 매뉴얼이 자신을 몰래 팔아넘길 때까지만 해도 말이죠. 팔려간 벅은 처음으로 몽둥이가 무서운 것이며 그것을 들고 있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개 장수의 손에서 알래스카의 클론다이크 지역으로 팔려간 벅은 우편배달 썰매개가 됩니다. 아시다시피 개들에게는 서열이 무척 중요한데, 썰매개의 경우엔 리더에게 절대복종, 주인에게 절대복종이 필요하기 때문에 위계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우두머리(알파)도, 주인도 원하지 않습니다. 리더인 스피츠는 벅에게 적개심을 보이는데, 친구인 컬리를 잔인하게 죽이고 그 옆에서 웃던 스피츠를 향한 벅의 적개심을 눈치챘기 때문입니다. 벅은 그들과 함께하며 우아했던 자신의 과거를 버리고 썰매개로서의 삶에 적응하게 됩니다. 스피츠는 그런 벅의 목덜미를 노리는데, 교활하고 야비하게도 외부의 허스키 개들 100여 마리가 캠프를 습격했을 때, 그들을 물리치고 있는 벅의 목을 물어버립니다. 하지만 벅과 동료들은 살아남았는데요. 나날이 계속되는 벅과 스피츠의 신경전에 다른 개들도 동요합니다. 결국 스피츠는 자신이 파놓은 덫에 자신이 걸려들어 불쾌한 최후를 맞습니다. 그리고 무리의 대장이 된 벅은 스피츠보다도 더 멋지게 썰매를 리드합니다. 여기까지로 끝났더라면 야성이 부르는 소리라기보다는 이렇게 하면 썰매개 대장이 될 수 있다... 뭐 그런 소설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벅은 일종의 워크 홀릭이었나 봅니다. 지나치게 열심히 일하는 상사를 둔 부하직원들이 피곤하듯, 벅의 부하들도 힘들었습니다. 그들은 너무나 열심히 일하고, 또 일한 나머지 우편물과 택배를 기다리던 고객님들은 대만족했을지 모르지만, 개들은 더 이상 업무를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우편업무를 계속해야만 했던 개몰이꾼들은 그들을 경험도 없는 미국 남자들에게 팔아버립니다. 그리고 개고생 길이 다시 열렸습니다. 개들은 지쳤고, 사람들은 미숙했습니다. 미숙한 정도가 아니라 말도 안 되게 미련했습니다. 

손튼이라는 사람은 벅을 구해주고 깊은 우정과 사랑을 쌓았습니다. 벅은 판사의 저택에서 살 때조차도 느끼지 못 했던 애정을 손튼에게서 느낍니다. 야성의 부름을 받고 원시의 조상이 그랬듯이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요.


이 책은 야성으로 점점 돌아가는 개, 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가혹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그의 모습을 통해 혹독한인간 세상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폭력에 굴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목숨 걸고 해내기도 하고, 동료애를 꿈꾸다가 배신당하기도 하고, 처절하게 살아가다가 진한 우정과 사랑을 만나기도 합니다. 과연 나 자신의 안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진실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 자신의 속으로 들어가 생각하게 합니다.


이 <야성이 부르는 소리>는 잭 런던의 출세작이자 클론다이크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함께 실려 있는 <불을 피우기 위하여>, <북쪽 땅의 오디세이아>가 시리즈의 나머지 단편들인데요. <불을 피우기 위하여>는 영하 50,60도의 가혹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눈물겨운 상황에 처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의 고통이 전해지는 것 같아서 눈물이 핑 돌고, 마음이 아립니다. 이런 곳일수록 혼자여서는 안 된다. 반드시 동료가 있어야 한다는 노인의 말을 듣지 않은 그는 후회막심입니다. 여기에도 개가 등장합니다. 엑스트라로요. <북쪽 땅의 오디세이아>에는 한 남자의 슬픈 러브 스토리가 들어있습니다. 이것을 러브 스토리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결혼 첫날밤에 아내를 빼앗긴 추장이 그녀를 되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겪는 이야기들이 마음 아프게 전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