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이 부르는 소리 잭 런던 걸작선 4
잭 런던 지음, 곽영미 옮김 / 궁리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에 <야성의 절규>라는 책이 언급되자, 문득 초등학생 때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커다란 개가 있었고, 무척 추운 곳에서 썰매를 끌고 으르렁거리고 울부짖었던 것만은 생각났습니다. 무척 좋아하던 소설 중 하나였기에 다시 읽고 싶어져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책이 없었습니다. 도서관에도 주니어용으로 나온 것 밖에 없더군요. 이 소설이 잊혀버린 건가 섭섭해하며 저자의 다른 책이라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잭 런던으로 검색을 했습니다. 이런, 제가 기억하던 <야성의 절규>는 <야성의 부름>이라거나 <야성이 부르는 소리>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어 있었던 겁니다. 반가운 마음에 <야성이 부르는 소리>라는 제목의 궁리 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골라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몇 안되는 즐거운 기억을 찾아가기 위해서요.


그러나 이 책은 신나는 모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싸움과 몸부림, 그것이 야생과 인간의 세상 모두에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밀러 판사의 대 저택에 속한 개로 우아한 생활을 하던 벅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지내는 시골 신사들처럼 자부심이 강하고 자기중심적이었습니다. 아버지인 세인트버나드의 근육과 털, 스코틀랜드 산 양치기 개인 어머니의 지혜를 물려받아 누구보다 멋지고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정원사의 조수인 매뉴얼이 자신을 몰래 팔아넘길 때까지만 해도 말이죠. 팔려간 벅은 처음으로 몽둥이가 무서운 것이며 그것을 들고 있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개 장수의 손에서 알래스카의 클론다이크 지역으로 팔려간 벅은 우편배달 썰매개가 됩니다. 아시다시피 개들에게는 서열이 무척 중요한데, 썰매개의 경우엔 리더에게 절대복종, 주인에게 절대복종이 필요하기 때문에 위계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우두머리(알파)도, 주인도 원하지 않습니다. 리더인 스피츠는 벅에게 적개심을 보이는데, 친구인 컬리를 잔인하게 죽이고 그 옆에서 웃던 스피츠를 향한 벅의 적개심을 눈치챘기 때문입니다. 벅은 그들과 함께하며 우아했던 자신의 과거를 버리고 썰매개로서의 삶에 적응하게 됩니다. 스피츠는 그런 벅의 목덜미를 노리는데, 교활하고 야비하게도 외부의 허스키 개들 100여 마리가 캠프를 습격했을 때, 그들을 물리치고 있는 벅의 목을 물어버립니다. 하지만 벅과 동료들은 살아남았는데요. 나날이 계속되는 벅과 스피츠의 신경전에 다른 개들도 동요합니다. 결국 스피츠는 자신이 파놓은 덫에 자신이 걸려들어 불쾌한 최후를 맞습니다. 그리고 무리의 대장이 된 벅은 스피츠보다도 더 멋지게 썰매를 리드합니다. 여기까지로 끝났더라면 야성이 부르는 소리라기보다는 이렇게 하면 썰매개 대장이 될 수 있다... 뭐 그런 소설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벅은 일종의 워크 홀릭이었나 봅니다. 지나치게 열심히 일하는 상사를 둔 부하직원들이 피곤하듯, 벅의 부하들도 힘들었습니다. 그들은 너무나 열심히 일하고, 또 일한 나머지 우편물과 택배를 기다리던 고객님들은 대만족했을지 모르지만, 개들은 더 이상 업무를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우편업무를 계속해야만 했던 개몰이꾼들은 그들을 경험도 없는 미국 남자들에게 팔아버립니다. 그리고 개고생 길이 다시 열렸습니다. 개들은 지쳤고, 사람들은 미숙했습니다. 미숙한 정도가 아니라 말도 안 되게 미련했습니다. 

손튼이라는 사람은 벅을 구해주고 깊은 우정과 사랑을 쌓았습니다. 벅은 판사의 저택에서 살 때조차도 느끼지 못 했던 애정을 손튼에게서 느낍니다. 야성의 부름을 받고 원시의 조상이 그랬듯이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요.


이 책은 야성으로 점점 돌아가는 개, 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가혹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그의 모습을 통해 혹독한인간 세상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폭력에 굴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목숨 걸고 해내기도 하고, 동료애를 꿈꾸다가 배신당하기도 하고, 처절하게 살아가다가 진한 우정과 사랑을 만나기도 합니다. 과연 나 자신의 안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진실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 자신의 속으로 들어가 생각하게 합니다.


이 <야성이 부르는 소리>는 잭 런던의 출세작이자 클론다이크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함께 실려 있는 <불을 피우기 위하여>, <북쪽 땅의 오디세이아>가 시리즈의 나머지 단편들인데요. <불을 피우기 위하여>는 영하 50,60도의 가혹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눈물겨운 상황에 처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의 고통이 전해지는 것 같아서 눈물이 핑 돌고, 마음이 아립니다. 이런 곳일수록 혼자여서는 안 된다. 반드시 동료가 있어야 한다는 노인의 말을 듣지 않은 그는 후회막심입니다. 여기에도 개가 등장합니다. 엑스트라로요. <북쪽 땅의 오디세이아>에는 한 남자의 슬픈 러브 스토리가 들어있습니다. 이것을 러브 스토리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결혼 첫날밤에 아내를 빼앗긴 추장이 그녀를 되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겪는 이야기들이 마음 아프게 전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