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가게
너대니얼 호손 외 지음, 최주언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헨티나의 시인이자 문학가인 보르헤스는 도서관장으로 근무했던 독특한 이력이 있는데요. 그의 문학성과 평론은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30대 때부터 약시로 고생하면서도 거의 실명에 이를 때까지 80만 권의 책을 읽었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의 우주와 같은 '바벨의 도서관'에 들어갈만한 작품들을 골랐다고 하면 - 제가 잘 못 알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가 '환상'을 테마로 골랐던 단편들이 있습니다. 그중 몇 권은 제가 읽고 리뷰하며 소개 한 적도 있었는데요. 난해한 것들도 있고,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평범한 독자와 위대한 독서가이자 문학가인 분의 내공은 다른 법이니까요.


이번에 '몽실 북스'에서 나온 신간 <마술가게>를 읽어보았습니다. 보르헤스가 선정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더군요. 혹시 조금 어려운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지만, 노랗고 예쁜 표지가 저를 자꾸만 끌어당겼습니다. 책 뒤표지에도 '판타지 풍의 고전,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되어 있으니 안심하고 읽기로 했습니다. 어린이도 읽을 수 있는데, 나 같은 어른이야 편하게 읽을 수 있을 테지요.

확실히 그러하더군요. 어렵지 않습니다. 재미있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맨 처음의 '목소리 섬(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조금 산만한 경향도 있습니다. 장소의 이동이 심하거든요. 하지만 이내 적응할 수 있습니다. 케올라는 게을러서(어쩐지 라임) 몰라카이의 현인이자 마법사인 장인 칼라마케한테 혼나지 싶었는데요. 역시나 그렇습니다. 말 잘 듣고 있었더라면 무서운 모험은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요. 그러나 어쩔 수 없습니다. 애초에 스티븐슨이라는 작가는 <보물섬>이라거나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은, 주인공이 무지무지 모험을 많이 해야 하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러니 케올라도 모험을 할 운명을 가지고 탄생했던 거죠. 중반까지는 흥미롭습니다만, 마지막엔 큰일이야! 어떡하지!!! 무섭습니다. 

'몽실북스'의 <마술가게>는 허버트 조지 웰스를 좋아하나 봅니다. 책에 실려 있는 6개의 단편 중 세 편이 허버트 조지 웰스의 작품이거든요. 어린이의 감성을 자극하지만, 어른에게는 두려운 공간일 수도 있는 '마술가게' 이야기를 읽으며 저도 한 번 방문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 무서워할 자신이 있어요. 단,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았을 경우에만요. '초록문'의 이야기는 언젠가 읽었던 단편이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어디서 읽었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무척 재미있기도 하고 깜짝 놀란 부분도 있고 해서 아이에게도 이야기해 준 적이 있어요. <마술가게>라는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건 '눈먼 자들의 나라'였습니다.

눈먼 자들의 나라에서는 외눈박이가 왕이라는 말도 있지만 과연 그럴까요? 팔이 네 개 달린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 사는 사람이 우리의 세상에 온다면 스스로는 우리보다 편리하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제 생각에는 오히려 불편할 것 같거든요. 과연 눈이 보이는 누녜스는 어떻게 될까요?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와는 무척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로드 던세이니의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은 작가의 꿈결같은 세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던세이니는 자신이 상상한 것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 꿈꾼 것을 쓰는 작가거든요. 멘델스존과 다른 꿈을 느낄 수 있는 단편이었습니다.

나다니엘 호손의 '페더탑'은 슬펐어요. 마녀의 말이 맞아요. 사람이면서 사람답지 않게 사는 자들도 많은데, 페더탑이 상처받지 않고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허수아비와는 다른 매력을 가진 허수아비랍니다. 


가족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출판된 몽실북스의 <마술가게>는 아주 어린 친구가 읽기엔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스스로 읽을 수 있는 나이라고 하더라도 어른이 함께 상상하며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고전이되 동화는 아니니까요. 적어도 초등학교 고학년쯤부터 스스로 상상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른에겐 더할 나위 없습니다. 환상적인 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욱요. 저처럼 말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