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블룸 - 희망을 잃어버린 블룸 가족에게 까치 펭귄이 선물한 놀라운 기적
캐머런 블룸.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박산호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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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비극은 가장 행복했던 시간에 그들을 덮쳐왔습니다. 캐머런, 샘 블룸 부부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세 아들과 함께 태국 여행을 하며 즐거워했었죠. 그런데 낡은 펜스가 무너지면서 샘은 6미터 아래 절벽으로 추락하고,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심한 부상을 당합니다. 당시 사고에 대한 글을 읽어내려가는데 샘의 고통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봐 절규하는 캐머런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 제 마음도 아팠습니다. 그들의 절망이 활자를 통해 제게 고스란히 전해져왔습니다. 
다행히 샘은 목숨을 건졌지만, 그 후에 찾아오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겠죠. 담담히 글을 읽고는 있지만, 내가 감히 그 고통을 어떻게 완전히 알 수 있을까요. 생각만으로도 두려운걸요. 샘은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어 절망했습니다. 가슴 아래의 감각이 사라지고, 미각도 일부 잃었습니다. 그녀를 지켜보는 남편도 고통스러웠고, 사고를 목격한 어린 아들들도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녀를 사랑하길 멈추지 않았고, 잠시 좌절했던 그녀도 가족의 사랑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고통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서로 의지하며 노력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었죠. 그때 펭귄이 샘의 삶에 대한 의지를 단단히 붙잡아 주었습니다.

어느 날, 아들 노아가 까치 한 마리를 구조합니다. 거센 해풍에 날려 바닥으로 추락한 아기 까치를 발견해 집으로 데러 온 것인데요. 날개를 다친 그 새는 어쩐지 샘을 닮았습니다. 검고 하얀 깃털 덕에 펭귄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까치는 아이들의 여동생이 되었고, 샘에게는 단짝 친구이자 딸이 되었습니다.


둘의 관계는 단순히 절친이라고 규정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보다 더 깊고 아름다웠다.


둘은 엄마와 딸이자 간호사와 환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강하지만 동시에 연약한 두 자매가 '위로'라는 한 단어로 묶여있는 사이이기도 했다.

-p.131


새의 모습을 한 천사는 그들에게 희망을 전해 주었습니다. 
날지 못했던 펭귄은 하늘을 마음껏 날 수 있게 되었고, 샘은 힘과 체력을 길러 카약 선수가 됩니다. 그것도 우수한 선수 말이죠. 마음의 어둠을 몰아내고 그렇게 될 수 있을 때까지 그녀는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요. 펭귄은 그녀를 따라다니며 노래했습니다. 아마도 "엄마, 힘내요. 사랑해요."라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펭귄은 엄마를 응원하고, 오빠들에겐 사랑스러운 여동생으로 지내며 그들에게 끊임없이 행복을 물어다 주었습니다. 박씨를 물어온 제비처럼요.


해피엔딩은 자신의 이야기에 믿음을 가지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한 기쁨을 만들어낼 방법을 찾는 것에서 시작된다.


펭귄은 우리 가족과 친구들에게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이유가 있는 것만으로도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수없이 보여줬다.

-p.157


블룸 가족의 아빠이자 사진작가인 캐머런 블룸과 감성적인 동물 사진으로 감동을 주었던 <더 블루 데이 북>의 저자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은, 문장에서 느껴지는 가슴 떨림과 사랑스러운 사진에 뭉클합니다. 작가가 피사체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책을 넘어 고스란히 저에게 전해졌습니다. 
펭귄의 사랑스러움과 가족의 긍정적인 모습은 제 우울에 작은 돌 하나를 던졌습니다. 나의 파랑새를 바라보던 눈을 다시금 뜨게 해주었습니다. 펭귄은 블룸 가족뿐만 아니라 저와 같은 우울감에 젖어있는 사람들을 다시 일어서게 할 겁니다. 





** 이 책의 수익금 10%는 한국의 세브란스 재활병원에 기부된다고 하는군요. 블룸 가족과 북라이프 출판사의 좋은 생각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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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신저 23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염정용 옮김 / 단숨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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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여행을 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크루즈를 동경했다기보다는 섬에서 떠나 다른 곳들을 다녀보고 싶었던 꿈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주-인천 간 배를 몇 번 타고났더니 열세 시간도 지겨운데 크루즈는 안되겠구나 싶었습니다. 한밤중에 갑판에서 검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별의별 생각들을 다 하게 됩니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과 익숙해진 엔진 소리, 그리고 내게 익숙지 않은 방향으로 흔들리는 배는 저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이미 인생에서 벌어진 여러 가지 일들을 상기시켜줍니다. 잊을 수 있게 해주기는커녕. 심지어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검은 바다가 나를 유혹합니다. 그러니 밤 배는 저에게 위험합니다.

크루즈 여행은 좀 다를까요? 여행 자체가 좋은 걸까요, 그렇지 않으면 최고급 호텔에 투숙한 날처럼 어쩐지 나의 신분이 상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우쭐해지는 걸까요. 크루즈의 밤은 저에게도 안전할까요? 매년 크루즈에서 23명의 승객이 사라진다는 통계는 저를 더욱 망설이게 합니다. 크루즈 여행을 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면서 여우가 신 포도 이야기하듯합니다.

<눈알 수집가>를 읽지 않은 저는 <패신저 23>로 제바스티안 피체크를 처음 만났습니다. '피체크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대단한 스릴러 작가라고 하더군요. <패신저 23>의 소재는 무척 좋았습니다. 갇혀있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릴러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영화 <다이하드>나 <플라이트 플랜>같은 영화 말이죠. 
5년 전 크루즈 '술탄호'에서 아내와 아들을 잃은 잠입 전문 수사관 마르틴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크루즈에 오릅니다. 결코 타고 싶지 않았던 술탄호였지만 아내가 아들을 죽이고 바다에 투신한 사건에 대해 어쩌면 가족들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전화에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배에 오르다니 바보가 아닐까 싶지만, 만의 하나라는 것도 있으니 홀린 듯 배를 탈 수밖에 없습니다. 근무지 이탈이니 뭐니 생각할 정신상태도 아니었고요. 그도 그럴 것이 8주전 배에서 실종되어 사망처리까지 된 한 소녀가 5년 전 죽은 자신의 아들이 가지고 있던 인형을 가지고 다시 나타났거든요. 그러니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질 수밖에요.
마르틴은 배에서 다시 나타난 소녀, 아누크와 만나며 그녀의 엄마 나오미를 찾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발생한 승객 실종 사건. 각각의 사건은 하나인 듯 여러 갈래인 듯, 독자를 마구 휘저으며 진행됩니다. 각각의 사건마다 반전의 진실이 존재하고, 그 진실은 잔인했습니다. 모든 사건들이 단 하나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모였다 이내 흩어지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좀 더 현실적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정말 있을 수 있을 것 같은 스릴러였거든요. 
그렇군요. 배를 타고 여행하는 도중에 읽으면 좋을 스릴러입니다. 
더욱 실감 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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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 1
김시준.김현우,박재용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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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종의 생물이 지구 상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종이 탄생하는 건 지구에서 일상적인 일입니다. 인류도 그렇게 진화해왔고요. 어린 시절에는 네안데르탈인이니 호모 사피엔스니 하는 것이 모두 그런 인류로 진화되었던 것이라고 잘 못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한 종이 멸종하고 다른 종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걸 압니다. 무척 오랜 시간을 거쳐 생물은 그렇게 사라지고 생겨나며 현재의 생물군을 이루게 된 것이죠.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멸종 위기의 동물들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멸종할 때가 되어 사라지는 게 아닌가, 아주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일을 굳이 인간이 나서서 막으려는 건 잘 못 된 일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깨달았습니다. 그들이 사라지는 건 멸종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앞당긴 멸종 시기 때문이라는걸요.

EBS 다큐프라임 <멸종>은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 년의 비밀' 5부의 내용을 편집하고 내용을 추가하여 펴낸 책입니다. 이 책은 지구에서 늘 있어왔던 자연스러운 멸종 말고 70% 이상의 종이 사라지는 대멸종 시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지난 6억 년 동안 5차례 일어났기에 5대 멸종이라고 부르는데요. 현재는 제6대 멸종으로 가고 있는 중인가 봅니다. 
<멸종>에서는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의 대멸종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낱낱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페름기에는 무려 95%의 종이 사라졌지만 어떻게든 지구의 역사는 이어져왔습니다. 적응방산-생태계의 일부 구성원이 멸종해도 남은 생물들이 진화하며 빈자리를 메꾸는 것- 덕분이었을까요. 중요한 건 5대 멸종에서 확실히 전멸한 종은 최고 포식자였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최고 포식자는 인류이니 이번의 멸종에서는 절대 살아남기 어렵겠군요. 그래도 인간은 어떻게든 살아남는다며 달이나 화성 식민지 이주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인데, 지구를 망쳐놓고 화성으로 가다니. 과연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SF 소설을 읽을 때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고요. 이 책에서는 현재의 지구에 대해서만 생각하기로 합니다.

태초에서부터 현재까지 다섯 차례 대멸종의 원인은 한 가지로 귀결됩니다. 바로 산소 농도 저하인데요. 운석이 충돌했든, 빙하기가 왔든 어쨌든 지구 상의 산소 농도 저하로 견디지 못한 종들이 멸종한 것입니다. 그런데 어리석게도 인간은 환경파괴를 통해 산소 농도 저하를 가속화하고 있지요.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지구에게는 해로운 일인 것을.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섭리인 수렵, 채취, 어로의 길에서 벗어나 농경을 시작했던 신석기 혁명은 지구 입장에서는 대멸종의 서곡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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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윤신영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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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저녁노을이 깔릴 무렵이면 집 근처의 공원에서 박쥐가 날아다녔습니다.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파놓고 오랫동안 공사를 하지 않았던 그곳에서 박쥐가 살았던 모양입니다. 당시 나름 신시가지였던 제주시 연동의 대로변 건물에서 살았던 저는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는 박쥐의 모습에 두려워했습니다. 어쩌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박쥐가 날아들어와 날개를 퍼덕이면 너무 무서워서 바닥에 납작 엎드려 녀석이 나가주기만을 바랐습니다. 차라리 쥐였더라면 인간을 보고 달아나기라도 할 텐데, 박쥐는 여유롭게 형광등에 매달려 엎드려있던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땐 박쥐가 너무 무서웠지만 - 무섭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이제는 볼 수 없게 된 그 녀석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내 집에 날아들어온 그가 낯설었던 것처럼 그의 집에 쳐들어 온 인간들이 무서웠을 테지요. 제가 만약 박쥐에게 편지를 쓴다면 무어라고 쓸까요? 그때는 무서웠지만 그래도 너희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고, 내가 인간을 대표하는 건 아니지만 미안하다고, 삶의 터전을 빼앗아서 미안하다고 해야겠죠. 

저자 윤선영은 박쥐에게 편지를 씁니다. 산속 동굴에서도 쫓겨나 갈 곳 잃은 박쥐에게 다정한 말투로 이야기합니다. 그 편지를 제가 대신 읽습니다. 박쥐는 본래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박쥐는 꿀벌에게 편지를 보내지요.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는 편지를 보낸 이에게 답장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궁금해하는 상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여러 종의 동물이 릴레이처럼 편지를 전달하는 것이죠.
이 책은 지구 상의 어떤 종이 멸종에 이르기까지를 유전학을 비롯한 과학뿐만 아니라 인문학적인 지식까지 동원하여 이야기합니다. 생물학 이야기를 인문고전, 미술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비유하여 설명합니다. 보통 비유란 이해하기 쉬운 간단한 것을 가지고 어려운 걸 설명하기 마련인데, 더 어려운 것을 가지고 덜 어려운 것을 설명하는 것 같지만 그마저도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니 무척 상냥합니다. 동물도, 저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나 봅니다. 

사실 편지는 쭉 릴레이처럼 이어져야 하지만 멸종 위기라 받는 이를 찾을 수 없어 수취인 반송이 된 편지도 있었습니다. 그땐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습니다. 과거로 보낸 편지가 반송되었을 때와는 달랐으니까요. 하지만 어떻게든 편지는 쭉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에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자 이 편지를 위해 앞의 내용이 있던 것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은 인류에게 당부합니다. 

인간이여, 당신께 부탁합니다. 부디 다른 동물을 밀어내고 홀로 이 행성을 차지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과 동물들이 서로 전혀 관계를 맺지 않아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저에게 무관심했듯이 다른 동물에게 무관심하지 말아주세요. 아니, 무관심을 넘어 절멸을 가속화하지 말아주세요. 동물의 서식지를 없애고 사냥하고 기후변화를 일으키지 말아주세요.
-p.320

인간이 모든 파괴의 원인이라 할 순 없지만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건 분명하기에, 그들의 당부가 마음에 와 박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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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선생님도 몰래 보는 진화론
기타무라 유이치 지음, 이재화 옮김 / 봄봄스쿨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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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조상이 하마라니!!!
물고기가 고래를 거쳐서 육지로 나온 거 아니었나요? 어, 아니지. 고래는 포유류인데 공룡 같은 파충류부터 시작해서 조류, 포유류... 이렇게 진화하고 분화된 건데, 그럼 고래는 어쩌자고 바다로 갔을까요? 직접 물어볼 수 없으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해안가에 살던 어떤 동물이 바닷속에 있는 먹이를 먹으려고 하다가 먹어보니 짭짤한 것이 제법 괜찮기에 그냥 아예 눌러 살기로 했던 건 아닐까요? 하마도 수초를 뜯어먹는 걸 보면 그런 비슷한 친구가 바다로 들어 같 것 같긴 한데요. 
하마랑 소처럼 눈이 순진하다는 유사점 말고도 고래와의 접점이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하마도 고래처럼 털이 없군요. 단지 눈과 털 문제로 고래랑 하마랑 사촌 간이라 이야기하는 건 아닐 텐데요. 

학자들이 양질의 데이터를 토대로 조사 한 결과 하마 고래 사촌설을 주장하고 정설화되었다고 하는데요. 사인 배열 (유전자 속에 숨어있는 특정 염기의 배열)이 서로 다른 두 생물에서 발견된다면 선조가 같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고래에서는 하마 같은 우제류에서 볼 수 있는 외형적인 특징, 세 개의 기관지나 수컷의 생식기의 유사점 뿐만 아니라 동일한 사인 배열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이 책은 진화론이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진화의 근거를 찾아내고 추론하고 결정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삽화와 재미있는 예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데요. 내용 자체를 잘 몰라도 어쩐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예를 든 내용이 진화와 동떨어 진 것이어서 더욱 쉽게 쏙쏙 이해되었던 것 같습니다.

동물의 진화를 추론할 때는 데이터를 살피고 미싱 링크를 찾아내어 완성한다고 하는데, 현재의 생물에서 알 수 있는 단서는 진화론 탐구의 데이터로서는 빈약하기에 지층에서 과거의 단서를 찾는다고 합니다.
일부를 가지고 전체를 추론하는 건 불확실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여름철 냉면 육수 속의 대장 균 수도 육수 전체에 퍼져 있는 녀석들을 일일이 세어보는 게 아니라 시료를 채취해 일정 공간 내의 균수를 취하고 면적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식으로 계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화에 관한 데이터도 일부의 것을 가지고 전체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 반드시 불확실하다고 할 수 없겠죠. 하지만 분명 오류는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데이터나 증거가 발견되면 과거의 데이터는 새로운 것으로 치환합니다. 모든 데이터가 다 쓸모 있는 건 아니거든요. 낡은 데이터를 버리고 새로운 데이터를 취해야 좀 더 실제와 가까운 진화도가 그려지기에 사용할 수 있는 증거는 오로지 새로운 증거뿐입니다. 

데이터라는 말만 들어도 의식이 혼미해지는 제가 재미있게 읽은 이 책은 현재에 가까운 이야기라기보다는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었기에 더 흥미로웠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변화된 모습을 훔쳐본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과거부터 지금까지 많은 종들이 진화하고 멸종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현재 지구상의 생물의 멸종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개입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좀 씁쓸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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