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 생활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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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의 세계는 독특합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신(존재하던가요?)조차 실제로 있는 것처럼 만들어내더니, 이번엔 자동차를 의인화 시켰습니다.

모치즈키 가족의 자동차인 데미오는 때로는 엄마인 이쿠코가 운전하기도 하지만, 초보운전자 장남 요시오가 운전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럴때는 아슬아슬하지만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이름 그대로 요시오(good man)인 형과는 달리 열 살짜리 차남 도루는 어린이답지 않습니다. 냉철한 판단력과 얄미울정도의 절제된 감정으로 이 다음에 좋은 탐정이 될수도 있겠다싶은 그런 꼬마인데요. 일찌기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엄마와 장녀 마도카를 포함한 이 가족들은 정말 사이가 좋습니다.

옆집 교장선생님의 활동적인 선도활동도, 이웃집 아주머니의 까마귀와의 결투도, 명문가 출신 여배우 아라키 미도리의 불륜과 사망, 그의 내연남, 그리고 그들을 추격하던 베테랑 연예부 기자 다마다 겐고 모두 개성적입니다.

그에 비하면 의인화 되었다고 하더라도 자동차들은 밋밋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보편적으로 자동차는 선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주인이 악랄하건, 경찰이건... 거들먹거리는 택시와 많은 바퀴로 존경의 대상인 열차만 빼고서는 자기 주인을 사랑하고 편드는 것은 똑같네요. 데미오의 옆집 자파는 주인이 교장선생님이어서 조금 더 유식한 것 같구요.

소설 전반적인 흐름은 다이애나 비의 사고를 모티브로 하여 명문가 여배우와 내연남(건담 창시자의 손자)의 사고를 중심으로 합니다. 거기에 말려든 모치즈키 집안 사람들. 장녀인 마도카가 말려든 사건에다가 차남 도루의 왕따사건에 이르기까지 관련이 있는듯 없는듯 모두 엮여져 있습니다. 게다가 자동차들의 수다로 자동차와 책을 읽고있는 나는 아는데, 등장인물들은 모르는 일들 때문에 조금 더 재미가 더해지죠.

중간 중간, 코믹한 요소들이 등장합니다. 깨알같은 복선들이 흩어져있구요. 심지어 우연히 핀 민들레까지도 복선입니다. 대단하죠? 무척 매력적인 소설이었습니다. 읽고서 딸에게도 강추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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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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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들이 춤을 춘다. 나는 누구일까?


기억을 잃은 한 젊은이가 사설탐정의 도움으로 그의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다가 그의 은퇴를 계기로 자신의 과거를 찾아보기로 결심합니다. 과연 단서가 있기는 한 걸까요? 2차 세계대전 직후. 혼란스러웠던 그 시기에 그는 자신의 기억을 잃어버림으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살아왔습니다. 자신의 국적이 프랑스가 맞는가.. 그것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이름도 기억 못하는 걸요.

그는 타인의 과거찾기를 수임한 탐정처럼 자신의 과거를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단서를 잡아갑니다. 혹시 내가 그 사람은 아닐까. 이내 그 사람이 아님이 밝혀지면, 추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허무함보다도 자신이 상상했던 것들이 바스라지는 것에대해 더욱 허무함이 느껴집니다.


나의 이름은 프레디 하워드 드 뤼즈가 아니었다. 나는 풀이 높게 자라 있는 잔디밭을 바라보았다. 오직 그 끝부분에만 아직 석양빛이 깃들고 있었다. 나는 미국 할머니의 팔을 잡고 이 잔디밭을 따라 산책한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에 '미로'에서 놀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두 개의 그네가 매어진 이 녹슨 문은 나를 위하여 세워진 것이 아니었다.

p.95


실제로 내가 생각하는 나의 과거와 타인이 생각하는 과거는 다릅니다.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 그것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의 왜곡이 중첩되며 진실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또다른 어그러짐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기록해두지 않은 인간의 기억이란 불확실 한 것이어서, 과거의 동창을 만나는 것이 가끔은 불안하기도합니다. 내가 왕년에 어마어마하지 않았으면 어쩌지? 내가 기억하는 부분이 있을때도 이렇게 불안한데, 전혀 기억이 없는 부분의 과거의 인연을 만나는 일은 더 그렇습니다. 길에서 친구가 알은 체를 하는데, 저는 그 친구의 이름이 전혀 기억나지 않거든요. 주인공인 탐정은 저보다 더 불안했을겁니다. '자신'이라는 사람이 과연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알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찾아가야만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과거 바의 피아니스트, 정원사, 사진사등을 찾아가고, 그 단서로 자신이 예전에 살았다고 하는 집을 찾아가고... 그 가운데에 '페드로'라는 이름이 나타나고. 과연 페드로는 '자신'일까. 불확실하고. 함께했던 것 같은 모델이자 신비스러운 여인 '드니즈'는 자신을 사랑했던 여인일까.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일까.... 추적해가면 갈 수록 궁금증은 늘어만갑니다.


누가 알겠는가? 우리는 어쩌면 마침내 증발해버릴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창유리를 뒤덮고 있는 저 수증기, 손으로 지울 수도 없을 만큼 끈질긴 저 증기에 불과한 존재가 될지도 몰랐다. 운전사는 도대체 어떻게 방향을 알아보는 것일까? 드니즈는 잠이 들었고 그녀의 머리가 내 어깨위로 기울어졌다.

p.227


소설의 분위기는 건조하면서 축축합니다. 문체는 건조하되 느껴지는 분위기는 눅눅합니다. 주인공은 사건을 자신의 일인듯 아닌듯 파헤치지만, 어쩐지 우울감이 전반에 깔려있습니다. 알아가고 싶지만, 아는 것이 두려운 것 같기도 합니다. 과거의 기억이 자신의 뇌 어느 곳에 깊숙히 숨어있어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타인의 기억들은 과자 상자속에, 빛바랜 사진속에, 오래된 전화번호속에 숨어 언젠가 누군가가 꺼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마침내 끄집어 내졌음에도 무언가 확실하게 이렇다 할 것은 없었습니다. 그냥, 그저 그랬구나.. 그땐 그랬었지.. 하는 추억의 단편들이었을 뿐이었죠. 과연 잘 알고 지내지 않았던 동창이 찾아와 나를 기억하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자신없습니다. 내 자신의 일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를 기억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기억은 공허하고, 허무합니다. 그러니, 과거의 일도 소중하겠지만, 그보다는 현재가,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더 소중하지 않을까요. 지금의 현재도 나중엔 과거가 되어버리겠지만.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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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리언셀러 클럽 한국편 001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
김종일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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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양정모가 어느 날 건네 받은 두툼한 소설 원고 뭉치. 그것을 여는 것으로 이 기괴한 소설이 시작됩니다.

 

겉장은 하얗게 비어 있었다. 겉장을 넘기자. 아래와 같은 부제아래 제목만 덩그러니 중앙에 씌어 있었다.

 

김종일 장편소설

 

'몸......?'

이상하게도 단순하기 짝이 없는 '몸'이라는 커다란 글자 하나가 눈에 들어와 박히며 아찔한 충격을 주었다. 그 충격으로 소름이 돋고 온몸의 신경세포가 잘디잘게 떨었다. 그 다음 장을 펼치니, 월트 휘트먼의 경구가 또 한 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세상에 신성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의 몸이다.

-- 월트 휘트먼

 

그리고 그 다음 쪽에 이르러서야 소설은 시작되었다. 그랬다. 그것은 시나리오가 아니라 소설이었다. 영화감독에게 소설을 건네다니. 혹시 그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건 아닐까. 그러나 그는 분명 나에게 '영화감독'이라는 호칭을 붙였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어쩌면 나에게 자기 소설을 읽고 시나리오로 각색해 영화화 해 달라는 무언의 부탁일지도 몰랐다.

혼란으로 탁해지는 머릿속을 애써 부여잡으며 나는 다음 장을 넘겼다.

깨어날 수 없는, 헤어날 수 없는 악몽의 시작이었다.

 

-p.12~13

본격적으로 시작된 소설은 '눈', '입', '얼굴', '귀', '머리카락', '구토'. '몸', '손'이라는 신체 각부위의 - '구토'는 신체는 아니지만 체액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그냥 연결 지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이야기와 링반데룽이라는 길잃기에 대한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동네 불량학생들에게 맞다가 한쪽눈을 잃고 새로 해 넣은 눈이 본체를 조종하고 지배하여 마침내 복수를 하고 본체를 완전히 장악해 버린다는 내용의 '눈'. 남자와 룸메이트의 배신으로 식이조절장애에 걸린 여자가 흉포해지는 과정을 그린 '입'. 미녀와 추녀의 비뚤어진 정신세계가 교차하는 '얼굴'. 들리지 않는 소리에 쫓겨 공포에 사로잡히는 자들의 이야기 '귀'.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의 공포스러운 진실 '머리카락'. 쓰레기 같은 인간에게 퍼부어주고 싶은 욕만큼이나 치밀러 오르는 욕지기로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구토'. 신체에 대한 컴플렉스가 인터넷 중독에까지 이어져 파멸하는 '몸'. 어린아니의 장난과 객기, 그리고 친구의 죽음으로 고통스러운 한 아이의 이야기 '손'. 조난 당한자가 여우에 홀린 듯 같은 자리를 맴돌며 자신의 죄와 마주해야했던 이야기 '링반데룽'.

 

공포, 호러에 논리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괴이한 분위기를 깎아먹는 일이겠지만, 어쩌면 그건 비과학적인 것으로 인한 공포를 과학과 논리로 밀어내려는 일종의 방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옴니버스 단편들을 읽으며 제가 바로 그런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한편이 괴이하고, 실제로 그런 일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있다면 큰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일면 조금 아쉬웠습니다. 옴니버스 사이의 연개성도 떨어지고 차라리 단편집으로 할 것이지 어째서 장편의 형태를 취했는가. 게다가 어쩐지 이토준지의 만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가. 뻑뻑해진 안구 땜누에 한쪽눈을 번갈아 이용해가며 읽는 동안 이 소설 속의 '소설'은 어떻게 끝은 낼 것인가 궁금했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애초에 이 소설은 영화감독 양정모가 읽고 있던 소설이었으니까요. 

 

양정모는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저와 비슷한 평을 합니다. 이럴수가. 제가 부족하다고, 아쉽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의도 된 것들이었다니. 의도인가 혹은 변명인가 궁금해 할 새도 없이 양정모의 주변에서 괴이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그렇다고 소설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제목 그대로 '몸'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기는 했지만. 연작이라고 하기에는 등장인물이나 이야기상에 전혀 연계성이 없었고 에피소드마다 어떤 식으로든 '소외된 등장인물'이 '사회 또는 타인'사이에서 '모종의 갈등'을 겪다 '끔찍한 자멸'을 맞는 식의 구성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었다. 인간의 신체 변형을 다룬다는 면도 일본 공포 만화가 이토 준지의 여러 작품과 유사점이 많아 독창성조차 결여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뭔가 있었다.

 

p.337

 

원고를 덮고 나서도 불쾌한 기시감이 들었던 그는 알 수 없는 공포감에 소설을 쓰레기통에 버리지만, 그것은 그의 공포의 시작이었습니다. 이 옴니버스 소설의 완성은 마지막 '공포'편에 있으며 반드시 '에필로그'까지 읽어야만 합니다. 인간의 혈액이 온몸 구석구석을 순환하듯이 이 공포와 괴이함 역시 순환됩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자 다행스러운 점은 이 소설의 공포감은 이 책 안에서만 존재합니다. 책 밖으로 뛰쳐나와 잠 돗 들게 하거나 화장실을 갈 수 없게 만들지도 않고 제 신체 각부위를 의심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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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짓하다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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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좋을까....

뭐, 입만 열면 스포일러 투성이가 되고 말 것 같은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프로파일러 김성호. 프로파일러라고 하면, 양들의 침묵의 조디 포스터보다는 표창원 교수님이 먼저 떠오르는데, 주인공인 김성호와 닮은 점이라고 하면 날카로운 눈빛이 그러할 겁니다. 김성호는 언뜻 보면 절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만만하게 보이기 쉬운 그런 타입인 것 같은데요. 출장 가면서 구피들이 굶어죽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로 상냥한 남자입니다. 그런 그가 문책을 당하고, 섬으로 전출됩니다.


인터넷 사이트 중 하나인 주간파 사이트에서 키보드워리어들이 성형미인 한 명을 현피하기로 공모하였으나  불발로 끝났습니다. 그런데 그 성형미인은 실제로 얼굴이 칼로 난자 당한 채 교살당한 시신으로 발견되지요. 그래서 현피를 제안한 소년을 수사하던 중, 프로파일러 김성호가 그를 상담하였으나, 그에겐 혐의가 없다고 결론짓습니다. 그러나 경찰 측에서는 그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그런데 주간파 사이트에서는 그의 실명을 어떻게 알았는지 김성호가 소년을 주범으로 몰았다며 신상털기를 하고, 소년은 자살을 시도합니다. 소년의 어머니는 정의 실현 친구 유정현이라는 사람의 도움으로 김성호를 고소하고, 김성호는 사건이 조용해 질 때까지라는 구실로 삼보 섬으로 전출당합니다. 삼보 섬에서는 세건의 연쇄 실종사건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였지만, 그의 마음은 어쩐지 착잡합니다. 그가 섬에 가 있는 동안 사이버 수사팀에서 인터넷상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로 했습니다. 섬으로 가는 그에겐 동행이 생겼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속 학예사 여도운은 현장에 남겨진 필적감정과 삼보 섬의 씻김굿 자료 조사를 위해 김성호와 함께 합니다. 그런데 사건에 파고들면 들수록 점점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사건에 접근해 가는 것 같은데 무언가 뜬구름 같은 기분이 들고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대 반전.

 

처음부터 끝까지 군더더기 없고, 모두가 연관되어있는 한줄기의 사건이었음을 알게 되고 섬찟했습니다. 그가 섬에서 알게 된 짓은, 섬찟 그 자체였죠. 자신의 인생이 모두 무너져내리는 체험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니, 그에게 정을 주고 있던 저는 어땠을까요?

이 책의 가독성은 무척 뛰어납니다. 거의 시간순으로 되어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 작가의 글 솜씨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 가독성이 뛰어나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잠시 쉬었다 읽으려고 해도 어디서 끊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궁금하고, 궁금하거든요. 사건 자체도 궁금하지만 김성호라는 남자에 대한 의문이 몽글몽글 끓어오릅니다. 그래서, 다음 시리즈도 얼른 읽고 싶습니다. 책 뒤표지에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그 첫 번째 이야기라고 되어있으니 다음 이야기도 곧 나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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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여고 탐정단 : 탐정은 연애 금지 블랙 로맨스 클럽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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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을 돌아보면 공부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시끌벅적 즐거움도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자주 꾸는 꿈은 학생이 되어 도로 학교에 다니는 것인데, 매번 시험 날인 걸 보면,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도 엄청 받았었지만, 제일 그리워하는 것도 그 시절인 모양입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웬만하면 대인관계 원만하려고 (생존방식이지만) 하하 호호 어머 그러셨어요 하는 지금과는 달리 그때는 거리낌이 없었던 것 듯합니다. 그야말로 개성 넘치고 끼를 대 방출하던 시대. 그때의 친구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요. 좋아했던 선생님은 ......(어디 계신지 알 고 있습니다. - 아, 스토킹인 건가)

 선암여고 탐정단 친구들을 보니 고교시절이 떠올라 잠시 추억에 젖어보았는데요, 초등학생 때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했던 저는 중학생 때 왓슨을 꿈꾸었었고, 홈즈를 좋아하던 단짝 친구는 유명 작가의 아내가 되어있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추리물을 읽고 있지만요. 

 

 선암여고 탐정단은 탐정을 동경하고 꿈꾸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사진을 조사하고 추리하고 결과까지 얻어냅니다. 보통의 여고생 그룹은 비슷한 성향이나 성격을 가졌거나 그런 척하는 집단인데, 이들은 오히려 각자의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천재소년 채준을 좋아하며 다소 자기중심적이지만 밉지 않은 탐정단 대장 미도. 가정환경이 좋지 않지만 씩씩하고 보이시한 성윤. 동대문 의류상을 하는 부모님과 언니의 고생을 염려하고 아이돌을 꿈꾸는 예희, 초등학교 시절부터 따돌림을 당해 우울감이 지배하고 있지만, 마법과 게임의 세계 라면 따를 자 없는 빅데이터 하재. 내신의 탑을 달리지만, 천재소년 박사를 쌍둥이로 둔 탓에 상대적으로 힘들어하고 있으나 내색하지 않고 공부에 매진하는 채율, 어떻게 보면 섞이기 힘들 것 같은 그들이 탐정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합니다.

 

 <선암여고 탐정단 : 탐정은 연애금지>는 세 개의 중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여고라면 빠질 수 없는 교내 귀신 이야기. 조용한 소녀 하재가 카발리스트 킴으로 교주가 되어 빅데이터 위에 또 데이터를 덧씌우며, 성적제로 입소하는 학사에 출현하는 귀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탐정단이 활약합니다. 그러나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다고 했던가요. 추리와는 별도로 사건의 방향이 정해지고, 탐정단은 사건을 해결하게 됩니다.

 두 번째 사건은 원 데이 위크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해 아이돌과 함께 생활하며 협박범을 찾아내기였는데요. 아이돌이 되기를 꿈꾸던 예희에겐 절호의 기회!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슈가걸즈의 멤버 래인을 구하기 위해 미국에서 날아온 채준. 채준을 좋아하는 미도와 채준을 말리고 싶은 채율. 채율에게 자꾸 눈길이 가는 연예인 겸 포토그래퍼 라온. 생각하는 바대로 잘 풀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쨌든 성공. 단지 협박범이 사법처리되지 않아서 섭섭했습니다. 아이들이 하는 일의 한계라는 게 여기까지로구나... 하는 아쉬움 같은 게 남았죠.

 그러나 세 번째 사건에서 탐정단은 어마어마한 활약을 하게 됩니다. 학교와 게임과 학생의 장기 실종으로 우울했던 이야기였는데요. 남학교의 사건을 의뢰 받은 카발리스트 킴- 하재는 탐정단을 그에게 소개합니다. 그들과 함께 게임의 세계로 들어가 활약합니다. 물론, 현실에서도요. 웹상의 일과 현피같은 사건인가 - 사령카페 사건 같은 거요 - 싶었던 사건은 뜻밖의 결말을 맞는데... 탐정단이 진짜 크게 한 건 했습니다.

 

뭉치기 어려운 각기 다른 성격의 다섯 소녀들의 탐정단. 그렇기 때문에 한가지 현상을 여러 가지 각도로 바라보고,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며 사건을 해결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였습니다. 같은 고교생이라면 '요네자와 호노부'쪽 보다는 이쪽이 제 취향이었네요. <선암여고 탐정단 : 탐정은 연애금지>는 선암여고 시리즈의 2편입니다. 1편을 안 읽은 것이 섭섭하네요. 1편도 읽어봐야겠습니다.

 

 **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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