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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이징 ㅣ 레드 라이징
피어스 브라운 지음, 이원열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평점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진정한 본성과 인간다움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적 관계들 사이에서 깨닫고 실현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인문학에 무지한 저로서는 그의 깊은 뜻을 제대로 알 수가 없지만, 적어도 인간은 함께 살아가는 그 사회, 집단이 어떤 곳이냐에 따라서 가치관이 달라지며 자신의 추구하는 바도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모든 것이 정의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과거는 과거대로의 상황이 있고, 미래는 미래의 상황이 있기에 정말로 옳은 것은 어떤 것인지 함부로 말하기 어려워 깊은 고민을 하게 하거나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고 있거나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것들이 모두 거짓임을 알았을 때의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레드라이징>의 주인공 대로우는 거기에 사랑하는 어린 아내까지 잃었습니다.
대로우는 화성 광산에서 일하는 기술자입니다. 말이 좋아 기술자이지 사실은 모든 계급 중의 최하층민인 레드 계급으로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미래의 이주민들을 위해 화성표면을 테라포밍하기 위해 헬륨 – 3를 채굴을 하는 것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지요. 그는 가장 어리면서도 가장 용감하고 실력이 좋은 헬다이버였습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습니다. 16세의 사랑스러운 그들은 나름대로 레드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었지만, 레드에게는 금지된 숲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태형을 당하게 되고 아내, 이오는 그들에게 저항하기 위해 아름다운 목소리로 금지곡을 부르고 교수형을 당합니다. 아내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대로우는 적어도 그녀의 시신이 매달린 채 썩어 바람에 흔들리는 일을 막고 싶었고, 그녀의 시신을 매장하고는 – 매장이라는 불법적인 일을 벌인 죄로 사형 당하는 길을 택합니다. 하지만 그를 필요로 했던 저항세력에 의해 그는 가사 상태에 빠졌다가 살아나고, 자신들이 처한 진짜 실태를 알게 됩니다. 화성은 이미 몇 백 년 전부터 훌륭한 도시였을 뿐만 아니라 지구는 수많은 식민지별을 거느린 터라 더 이상의 개척도 필요 없었습니다. 레드는 그저 그들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지하에서 노예로서 고생하며 그들의 말에 복종하고 있던 슬픈 계급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내 삶은 거짓이었다.
옥타비아 오 룬은 라이코스에 있는 우리들에게 우리가 화성의 개척자라고, 우리는 인류를 위해 희생하는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인류를 위한 우리의 고생은 곧 끝날 것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른다. 화성이 거주 가능한 곳이 되면 더 약한 컬러들이 곧 이곳으로 올 거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와 있었다. 지구는 화성으로 왔고, 개척자라는 우리들은 지하에 남아 노예처럼 고생하며, 이.......이 제국의 기반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고통을 겪고 있었다. 우리는 이오가 늘 말했던 것처럼 소사이어티의 노예들이다.
-p.126
그는 자신을 살아나게 해준 댄서의 권유로 골드로의 변신을 합니다. 온 몸을 개조해 골드가 되는 그 과정은 무척이나 힘들고 괴로운 과정이었지만, 그런 변신물(?)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그의 몸과 언어의 개조와 더불어 교양을 쌓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그는 어떻게 골드가 되어 어디로 숨어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했습니다. 과거의 고생을 조금 벗어버리고 골드의 삶을 잠시라도 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요.
해커들의 덕분으로 신분까지 완벽한 변신을 한 그는 있는 집 자제분들이나 꽤 좋은 집 자제분들이나 다닌다는 교육기관의 시험을 치루고 당당하게 좋은 성적으로 입학을 합니다. 골드들은 정말 아름답고 멋있고, 무척이나 교양 있고..... 품격 있으며 매너를 중요시하는 귀족적인 모습 그 이상이었기에 말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야만 했습니다. 우아하고 매너가 좋은 청소년 골드들이 모인 학교이니 어쩐지 교양이 철철 넘칠 것만 같지만, 그것은 교육에 의한 표면적인 모습이었나 봅니다. 초반의 경계와 낯가림을 조금 해소하고 친해 질만 했을 때 큰 시련이 닥쳐옵니다.
100명의 신입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혼자서 어떤 방으로 끌려가 구타를 당한 후 단 둘만의 방으로 다시 끌려가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하는 시련을 겪습니다. 대로우는 살아남아야 했기에 친한 친구였던 친구를 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살아야하는 이유는 무조건적인 생존 본능 이었다기 보다는 아내 이오를 위하여, 레드를 위하여 반드시 그래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 할 수 없었습니다. 교수대에 매달린 아내의 다리를 당겨 죽음에 이를 수 있게 도왔던 그 손이 이번엔 친구의 피로 흠뻑 젖었습니다.
나는 내가 저지른 일에서 탈출 할 수 없다. 나는 내 죄와 함께 혼자 있다. 이것이 그들이 지배하는 이유다. 흉터를 입은 비할 데 없는 자들은 어두운 일은 평생 가져가는 거라는 것을 안다. 저지른 일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지배하려면 흉터를 입어야 한다. 이것이 그들의 첫 번째 교훈이다. 아니면 약한 자는 살 자격이 없다는 게 교훈인가?
나는 그들을 증오하지만 이해한다.
이겨라. 죄책감을 져라. 지배해라.
p.249
골드들은 레드만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었나봅니다. 그들의 우아하고 교양 있는 모습은 오래전 로마의 원형 경기장에서 서로 베어 죽이는 검투사들을 보며 환호했던 그런 교양까지 포함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입학이 허가된 100명의 아이들 중 반수만이 1차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부권이 없기에 그들을 학교에 보냈던 것입니다. 반, 그러니까 50명이 살아남았으니 이제부터 우아한 신사 숙녀로서 살아갈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더 큰 시련이 대로우와 골드 청소년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여러 개의 부족으로 나뉘어 장기간의 전쟁을 치러야만 했습니다. 부족 내에서의 정치, 연합, 배신, 잔인함 등이 존재하는 그 전쟁은 더 이상 골드가 우아한 계급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파리대왕>에서 느꼈던 잔인함 그 이상이 그들 사이에 존재했습니다. 어쩌면 저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추악하고 잔인했습니다. 명예를 중요시하는 그들이었기에 더욱 권력욕이 컸는지도 모릅니다. 대로우는 부족 전쟁을 해나가면서 눈에 보이는 그 이상의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눈치 챕니다. 그리고 그 모든 시련을 겪어나갑니다.
이 소설 <레드라이징>은 무척 매력적입니다. 마구 끌어들여서 그들의 전쟁 속에 동참하게 만듭니다. 여기에 살을 좀 더 붙여서 이야기를 풀어놓았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랬다가는 책이 너무 무거워 질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책의 분량 자체도 만만치 않거든요. 그러니 이 정도가 맞을 겁니다. 충분했는지도 모릅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나가기 충분했으니까요.
큰일입니다. 이 책이 삼부작이라고 하네요. 이제 겨우 첫 번째 책이 출간 되었을 뿐인데, 나머지 두 권을 어떻게 기다리지요? 영화로 나온다고 하니 영화를 보며 좀 더 상상력을 키우면서 기다려 볼까 합니다. 그리고 부디, 잘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