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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 - 한일 법의학자가 말하는 죽음과 주검에 관한 이야기
우에노 마사히코.문국진 지음, 문태영 옮김 / 해바라기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2003년에 출간 된 이 책은 우리나라의 문국진 교수님과 일본의 우에노 마사히코님의 대담집인데요. 문국진 교수님 책 답게 어려운 내용은 없습니다.
문국진님도 연세가 많으시지만 우에노님 역시 연세가 많기에 연륜과 더불어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일들이 참 많았을 것 같습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예전부터 눈여겨 보고 있긴 했지만, 문국진님의 책은 이 책이나 그 책이나 똑같은 이야기를 중복하는 경향이 상당히 심해서 이 책을 읽을까 말까 몇 년간 망설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필요에 의해 이 책을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는데요.
1/2 정도 읽다가 포기 할 뻔 했습니다.
지난 번에 읽었던 <법의학으로 보는 한국의 범죄 사건>하고 겹치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지요.
우에노님보다 문국님님께서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도끼에 맞아 죽을 뻔 한 사건, 지상아, 페니실린 쇼크 등등은 이제 하도 우려서 뽀얗게 국물이 우러날 지경입니다. 출간 시기로 따지자면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가 <법의학으로 보는 한국의 범죄 사건>보다 10년 전도 앞서 있기에 후자의 책이 중복시킨게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법의학으로....>이 책이 지상아, 새튼이등의 합본의 개정판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참..쯧.
아무튼, 초반의 고비를 벗어나 책을 덮으려고 할 때쯤 몰랐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여기서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라는 제목을 짚고 넘어가야하지 않을까요?
일본 추리소설을 하도 많이 읽다보니 시체, 사체 거기서 거기 아닌가 하며 아무 생각없이 혼동해서 사용했는데요.
이 책에 의하면 (10년 전이니 지금은 바뀌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에서는 시체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사체라고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에게만 사체라는 말을 사용하고 사람에게는 시체라고 칭한다하는데요. 유족이 확실 할 경우에는 시체 대신 정중히 유골이라고 표현합니다. 일본의 경우엔 인수 공통으로 사체라고 하는데요. 유족이 확실 할 때에는 정중히 유해라고 한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별로 구별하여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말해도 알아듣긴 하겠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알고 넘어가는 게 좋겠죠.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부검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모양인데요. 일본에서는 부검을 한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느냐, 그렇다면 부검해라. 그렇지 않으면 하지 말고..... 라는 식인가봅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두벌죽음을 할 수 없다며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문국진님이 책마다 말씀하시는 - 아예 제목이 그런 책도 있지만 -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 했던 사건도 있었을 정도니까요. 아니, 그런데 그 사건은 이 책에서 말하길 50여년 전이라고 합니다. 그럼, 지금은 60여년 전인데, 인식이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요?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부검을 반대하는 이유는 아마도 미련 때문일거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죽은 자와 대화를 하지 않나요? 부모님이 먼저 일찍 돌아가셨을 때에도 신부감을 산소에 데리고 가서 '아버지. 며느리감이에요.'하고 인사시키는 장면이 요즘도 나오는 걸 보면 사자와의 대화는 여전한가 봅니다. 그러니 법의관이 시신에 메스를 대면, 미련과 미련사이의 끈이 타인에 의해서 절단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부검을 반대하는 것 같다고 문국진님은 말합니다. 그러고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 책의 후반에 들어서 이런 한일 양국에 대한 부검과 사건의 차이에 대해 알게 되었고, 고인에 대한 태도도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 책을 괜히 읽은 건 아니었네요.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