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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도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1
신시은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평점 :
해무가 짙게 깔린 바닷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합니다. 뿌연 안개와 비릿한 바다 내음은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경이와 함께 두려움을 데려옵니다. 이대로 이 안에 갇혀버리는 것은 아닌지. 낯선 존재가 나타나 모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 다른 곳으로 데려가 줄지도 모른다는 설렘도 있습니다. 악마적인 존재를 만나면 영원한 꿈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겠죠.
"이른 봄이 돼서 해무가 끼모, 영산에 사는 할미 구렁이가 내려온데이. 그 구렁이는 사람 고기를 묵을라꼬 내려오는 긴데, 구신 노파 형상을 하고 해무가 낀 틈을 봐가꼬 바다에 나섰는 사람을 영원히 데려가뿐데이. 알았제?"
"하, 할매요, 내 무섭심더."
"하모, 또 있데이. 새벽에 혼자 돌아다니다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와도 뒤돌아 보지 말고 도망가래이."
해무가 끼는 날 영산의 할미 구렁이가 내려와 사람을 하나씩 데려가는데, 심지어 그 영산 혈곡에는 백발 귀신 노파가 자식의 원수를 갚으려 떠돌고 있습니다. 어찌나 노파의 원한이 깊은지 영산에는 산짐승조차 살 수 없었는데요,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영산을 넘어가야만 갈 수 있는 곳의 한옥 저택에는 한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저주받은 집이라는 걸 모르는지 하나같이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살러 오는 모양인데요. <해무도>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서도 사는 걸 보면, 동떨어진 그곳의 생활이 마음에 들었거나 숨어야만 할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
20년 전 해무도와 인연이 있었던 치수는 한옥 저택의 주인이자 자신의 은사인 정 교수가 죽었다는 소식에 섬으로 달려갑니다 20여 년 전, 목 없는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던 불길한 장소에 다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만약, 또 다른 사건들과 마주칠 것을 알았더라면 가지 않았을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죽고, 괴이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자신이 탐정 역할을 해야 할 것을 알면서 갈 일반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퉁명스럽기는 하지만 영산을 넘을 수 있게 도와준 이까지 희생되는데요.
어쩐지 곡성의 한복판에 서울 탐정이 와있는 것 같은 분위기로 사건은 잘도 흘러갑니다. 영산과 해무의 괴담으로 인한 심리적 밀실과 폭설이 내려 고립된 실제적인 밀실 구도로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는 한옥 저택에서 '밀실'사건이 일어납니다. 범인은 이 안에 있다!!!
범인과 함께 있어야 하는 심리적인 압박감과, 곳곳에서 목격되는 백발 머리타래들.
범인은 정말 영산의 귀신 노파일까요. 아니면 사람의 소행일까요.
모든 것이 밝혀진 후에도 석연치 않은 사실에 마음 한 켠이 찜찜한데요.
그 불편한 마음이 괴담과 미스터리의 컬래버레이션 <해무도>를 당분간 잊지 못하게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