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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할 용기 - 인간관계를 둘러싼 88가지 고민에 대한 아들러의 가르침
기시미 이치로 지음, 홍성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12월
평점 :
한참 영어를 공부하던 고등학생 시절, 영자지의 '디어 애비'라는 코너를 즐겨 읽었습니다. 실은 시사적인 내용은 모르겠으니 다소 쉽게 느껴지던 상담 칼럼 코너와 만화를 봤던 건데요. '디어 애비'에 독자가 짧은 사연을 보내면 '애비'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폴린 에스더 필립스 씨가 답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딱 부러지는 정답이 아닐 때도 있었지만, 나름 고개를 끄덕이며 인생 선배의 충고를 새기곤 했습니다. 독자의 질문이 사소할 때도 있고, 큰 문제였던 경우도 있지만 '애비'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죠. 저는 어쩐지 그분이 좋았습니다.
기시미 이치로의 <나를 사랑할 용기>를 읽으니 '디어 애비'가 생각나더군요. 이 책은 그때의 칼럼처럼 누군가가 사연과 함께 질문을 하고 기시미 이치로가 답을 하거나 조언을 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저는 읽지 않았지만, 얼마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아들러 심리학의 권위자라고 하더군요.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입니다.
지인들은 제가 내향적이라는 사실을 말하면 의아해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무대 체질이거든요. 온 세상이 디즈니 같았으면 좋겠어요. 길에서 느닷없이 노래를 하고, 누군가가 노래하면 옆에서 같이 하기도 하고 춤도 추고. 그런 세상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눈치채셨나요. 맞아요. 저 사차원이에요. 그래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기가 두렵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사고를 해요. 가만히 있으면 이상하지 않은데, 뭔가 제 나이대의 사람과 이야기를 하려면 좀 두렵기도 하고, 그렇다고 어린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려면 그들이 싫어할 것 같고, 어르신들에게 귀염 받는 게 좋은데, 이건 퇴행 현상이잖아요. 그러니 그냥 집에 처박혀 있는 게 낫죠. 혼자 밖에서 놀면 되긴 하는데, 외모 콤플렉스도 있어요. 사람 많은 곳에 가면 무서워요. 사람이 많은 곳의 무대 위는 괜찮아요. 하지만 그들 틈에 있는 건 두렵습니다. 모임에서도 말을 잘 안 해요. 아마 분위기 파악을 못 해서 말실수를 할까 봐 두려운 거겠죠. 두세 명 있을 땐 말을 참 잘하는데. 어째서 여러 명이 되면 자꾸만 움츠러들까요? 이런 제 자신이 싫어요.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사실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제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내가 정말 나 자신을 사랑한다면 남들 앞에서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는데, 외모 콤플렉스도 남이 지워준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짊어진 것이니... 그렇군요! 수긍하며 책을 읽어봅니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조금 화가 나네요. 아 뭐, 다 자기 자신 때문이래. 자괴감도 들고 기분도 나빠지려고 해요.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내 주변에 문제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고칠 순 없잖아요. 그들도 나름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거니까요. 그렇다면 나의 마음가짐을 달리하면 되는 거겠죠.
이 책에 있는 모든 것을 나에게 적용해 따를 수는 없습니다만 납득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좋은 조언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엔, 부모 자식 간의 이야기가 좀 많이 와 닿았거든요. 편하다고 해서 말을 막 뱉어서는 안된다는, 그런 이야기요. 내가 들어서 기분 나쁠 말은 자식에게도 하면 안 된다는 거. 당연한 이야기인데 자꾸 잊게 되거든요.
눈물 날 만큼 마음을 울리는, 가슴을 찌르는 조언을 해주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답해주는 책이니 그렇겠지요. 그러나 읽다 보면 분명 자신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새해의 시작을 이 책과 함께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