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 키크니의 주문제작 만화
키크니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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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인스타그램에서 헤엄치다 우연히 재미있는 코너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키크니님의 페이지였는데요. 몇 번 읽고 나니 너무 좋아서 팔로우를 했어요.

가끔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댓글에서 요청한 것을 그려주는데요.

그 반전감이 너무너무 좋은 거예요.


키크니의 만화는 한 컷으로 모두를 말합니다.

'아 이거 뭐야 ㅋㅋㅋㅋㅋ' 싶은 것이 대부분이지만, 웃으면서 보다 보면 갑자기 가슴이 뭉클하거나 눈물이 핑 도는 기습을 당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진짜 뭐야. 너무해. 방심했어.'

싶거든요.

답답했던 상황을 사이다로 대변해주기도 하고, 무지개다리 너머의 누군가와의 재회를 꿈꾸게 해주기도 합니다. 평범한 일상도 비범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27만 팔로워가 남기는 댓글을 일일이 읽어본다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닐 텐데,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꾸준히 소통하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습니다.

댓글을 달았다가 그림이 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댓글을 달아 본 적은 없는데요.

다른 분들이 올린 글이 그림이 되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팔로워들끼리 남기는 훈훈한 응원에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이 책이 나왔을 때 참 기뻤습니다.

<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이라는 책이죠.

이 책에는 키크니의 그림만 들어있는 게 아니라 27만 팔로워의 마음도 같이 들어있거든요.

키크니님과 팔로워 모두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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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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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속았습니다.

책을 처음 만났을 때엔 로맨틱 코미디물인 줄 알았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서른셋까지 혼자였던 한 여자가 나중엔 둘이 되고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좌충우돌 발랄한 이야기. 하지만 아니에요. 비슷하긴 한데 아니에요.

오영오. 난 너라는 문제집을 서른세 해째 풀고 있어. 넌 정말 개떡 같은 책이야. 문제는 많은데 답이 없어. 삶의 길목마다, 일상의 고비마다, 지뢰처럼 포진한 질문이 당장 답하라며 날 다그쳐.

-p.40

주인공인 오영오는 외롭습니다. 학생용 교재를 출판하는 출판사에 다니며 휴가도 휴일도 제대로 챙겨 본 적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매일매일이 전쟁인데, 집으로 돌아가면 보일러마저 고장 난 차가운 바닥이 그녀를 반길 뿐입니다. 추석을 이틀 앞둔 날, 떨어져 살면서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머물렀던 자리를 정리하던 중, 더 오래전, 폐암으로 돌아가신 엄마가 사용하던 압력 밥솥과 그 안에 들어있는 수첩을 발견합니다. 수첩에는 자신의 이름과 세 명의 모르는 이의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과연 이 이름의 의미는 뭘까요?

한편, 고등학교 진학을 거부하는 통에 엄마로부터 쫓겨난 미지는 아빠와 함께 엄마가 재개발을 기대하며 남겨두었던 아파트에 들어가 살게 되고, 옆집에서 넘어온 고양이 덕분에 옆집 할아버지와 인연을 트게 됩니다. 할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며 인연이 점점 커져만 갑니다. 이사 오기 전엔 오직 오쌤, 오영오만이 대화 상대였는데요.

엄마가 폐암으로 돌아가시자 실금이 가있던 아버지와의 관계가 완전히 끝장나버렸던 영오는 내내 아버지를 원망했습니다. 아버지의 흡연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셨다며 비난했습니다. 넉넉지도 않았던 살림,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면 좋았을 것을 그들은 그렇게 스스로를 외로움으로 내던졌습니다. 죽을 때까지 외로웠던 아버지가 내내 염려하던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아버지의 수첩에 적힌 사람들이 누굴까 궁금했지만, 굳이 찾아봐야 하나 생각하던 차, 명단의 맨 위에 있는 남자, 홍강주가 연락을 해옵니다. 아버지가 경비로 일했던 중학교의 기간제 교사인 강주를 만나고 그의 부추김으로 다음 사람인 문옥봉을 찾습니다.

상처 없는 사람 없어. 여기 다치고, 저기 파이고, 죽을 때까지 죄다 흉터야. 같은 데 다쳤다고 한 곡절에 한마음이냐, 그건 또 아닌지만서도 같은 자리 아파본 사람끼리는 아 하면 아 하지 어 하진 않아. -p.171

영오는 명단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금껏 몰랐던 그 무언가를 발견하고 채워갑니다.

인생에는 답이 없다. 그 대신 사람들이 있다. 나의 0.5, 내 절반의 사람들이. -p.273

물론 미지도 자신의 영역을 찾습니다. 옆집 할아버지와의 인연도 그렇고요. 부모 자식 간의 일에 오지랖을 피우며 연결해주려 애쓰는 모습이 저는 좀 짜증 나기도 했습니다만 - 그런 영역을 남이 함부로 터치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모르고 하는 소리. 라는 게 이럴 때 쓰는 겁니다. - 서로가 화해하고픈 마음은 있었지만 용기가 없던 차였기에 이럴 땐 오지랖도 필요한 것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어쨌든, 이 책은 표지처럼 산뜻하고 발랄하기만 한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죽음 후에 남겨진 사람에 대해서도, 내 주변인이 죽은 후의 일도, 나의 외로움도, 남겨질 이의 외로움도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지금 1입니다. 하지만 제가 사라지면 빈자리를 채워주던 사람은 어쩌면 좋나요. 그래도 어떻게든 빈자리를 채울 겁니다. 분명히.

마지막 챕터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에잇. 괜히 마음이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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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도 웃던 날들 - 차가운 세상에서 뜨겁게 웃을 수 있었던
정창주 지음 / 부크럼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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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흑역사는 가지고 있는 법이죠. 저 역시 흑역사를 갱신하며 살아가고 있는데요. 너무 부끄러워서 기억에서 삭제시켰다가 우연한 계기로 생각나는 바람에 발버둥 치기도 합니다. 이불 킥. 중고등학생 때의 기억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학 때의 흑역사도 만만치 않을 텐데, 어째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건지. 20대 때의 모든 시간이 흑역사였을지도 몰라요. 부끄러우니까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 정말 나는 파렴치했구나 싶을 때도 있고, 그 정도는 귀여운 거 아닌가 할 때도 있는데, 내가 만일 정신 차리고 열심히 잘 살았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합니다. 기승전 우리 아이이므로, 다른 삶을 살았더라면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현재 흑화 상태인 우리 딸을 못 만나면 안 되므로 과거가 어쨌건 간에 나는 과거의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데요. 찌질하거나 허황된 꿈이 있었던 과거는 부끄럽습니다. 이걸 다 내놓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렇기에 정창주 에세이 <분노도 웃던 날들>을 읽으며 오만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이 사람 용감한 거야, 무모한 거야? 아니 이게 뭐지? 이제까지 이런 글은 없었다. 이것은 에세이인가, 흑역사인가.

난 어렸을 때만 해도, 그러니까 대학을 졸업하기 불과 일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굉장히 잘 먹고 잘 살 줄 알았다.

-p.26

흐흐흐... 나돈데. 졸업하고 나면 평범한 삶이 아닌 뭔가 대단한 삶을 살 것 같았고, 시간이 좀 더 흐르면 굉장한 사람이 되어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뭔가 특이하긴 하지만 정상궤도에서 이탈해버린 나는 지금 이 지경이..... 아, 내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고, 책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건데.

저자 정창주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그런 생각들을 했을 겁니다. 어떤 곳에 취직해서 어떻게 살고.... 그런데 현실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 어떻게 되는 게 아니라서 예상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곤하죠. 저자는 이다음에 어떻게 잘 나가려고 했었는지, 대학 때 기준으로 생각하자면 지금 내 입장에서는 별로라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러다 승리 꼴 날 수도 있으니 그렇게 되지 않은 게 다행히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에세이는 현재의 직장인인 '내'가 과거 대학교 1학년 1학기 때의 '나'를 회상하며 진행됩니다. 전북 익산에서 상경하여 대학에 진학, 망상에 가까운 대학 생활을 하면서 점점 현실을 깨달아가는데요. 우와. 누가 이 책 좀 읽어주세요. 남자들은 좀 그런가요? 특히 현재 30대 초반의 남자분이 읽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는데요. 대학교 1학년의 남학생의 머릿속은 저런 건지, 저자가 특이한 건지. 만약 대부분이 그렇다면, 전 너무 순진했던 거죠. 아니, 제 친구들도 저랑 비슷했던 거 같은데요. 세대가 달라 그런 건지, 성별이 달라 그런 건지, 그렇지 않으면 사람에 따라 다른 건지. 저분만, 아니면 나만 그랬던 건지. 전혀 모르겠어요.

대학생인 저자는 무척 삐딱했습니다. 뭐랄까... 대학 다니는 양아치 느낌? 허세로움과 상스러움이 콘셉트인가 봅니다. 왜 그런 게 멋져 보이는 시절이 있잖아요. 그랬던 거라 믿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 허세가 아직도 다 안 빠졌어요. 쓸데없는 비유와 글에서 느껴지는 허세,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들만 알아들어라 하는 식의 거친 문체가 현재의 모습에도 실려 있습니다. 대체로 이런 비포장도로를 달려가는 펜대이므로, 금고아를 금강저라고 하는 실수도 하는 거죠. - 손오공의 머리에 있는 건 금고아, 수라왕 슈라토가 들고 있는 건 금강저입니다.

어쨌든 과거의 저자보다 지금의 저자는 철이 좀 들었습니다. 1학년 1학기 때는.. 아, 이렇게 말해도 되나 몰라요. 에이 몰라. 발정 난 멍멍이 같았어요. 책 읽다가 몇 번이나 돌아가 책날개의 저자 사진을 보았습니다. 음....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요. 이젠 그냥 떠올릴 수도 있을 정도에요.

하지만 난 적어도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응큼하게 아닌 척하지 않는다. (그냥 대놓고 응큼하게 행동한다) 싫다는 여자에게 추근덕대지 않는다. 아들딸 아내 애인 두고 가라오케에 가거나 윤락행위를 하지 않는다. 없어 보이게 사랑과 섹스를 돈으로 삯 치려 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마음껏 놀지 못한 것에 대한 때늦은 분풀이. 난 그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이제까지 봐 온 늦바람 든 어른들은 솔직히 멋이 없었다. 생김새를 떠나서 그냥 멋이 없었다.

-p184

이 부분에서, 어 그래도 좀 괜찮은 사람이었잖아? 했습니다. 1학기 초반만 해도 아 미안합니다. 이 X 끼 뭐야. 했거든요. 이 거친 문체와 속 울렁거리는 - 이거 뭐지 나도 막 비속어가 나오려고 해 - 내용에, 망했다. 이 책 어떻게 끝까지 읽지... 그래도 출판사와의 의리로 읽어내고 말겠어!!! 하며 멘탈을 붙잡고 읽었는데, 읽다 보니 적응이 되더라구요. 희한하네....

아무튼 저자가 대단합니다.

자신의 흑역사를 적나라하게 까발리며 이렇게 거칠게 써 내려갈 수 있다니.

덧) 이 에세이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즐겁게 - 과거를 회상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다고요.... 확실한 건 아닙니다. 제가 남자가 아니라서 막연히 그렇지 않을까 짐작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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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 내 인생의 X값을 찾아줄 감동의 수학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3
최영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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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동생이 고2 올라간 내 아이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동생은 아이의 계열 선택을 묻고 공부 방법 조언을 하던 중, 아이가 수학을 잘한다는 말에 엄마, 그러니까 제가 수학을 잘했었다는 - 저도 모르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리둥절해하는 아이에게 중학생 때는,이라는 단서를 붙였기에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동생이 모르는 사실이 있습니다. 아이와 동문인 저는, 아이의 고등학교 입학 수속을 하러 갔을 때 제 성적표, 생활기록부를 발급받아 아이에게 공개했었다는 사실인데요. 보이시한 흑백 사진이 붙어있는 미양미양한 성적표는 아이를 웃겼고, 180점 만점에 175점으로 학교에 입학했던 녀석은 첫 번째 수학 시험을 본 후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그래, 우리 모교의 수학 수준이 그렇단다.

수학이 암기과목이라는 걸 주장하셨던 선생님 덕에 암기보다는 이해를 중시하던 나는 수학을 제대로 만나보기도 전에 좌절하고, 미적분을 만난 후 우리의 인생 역시 수많은 점이 모여 이루어진 선이며 이렇게 한순간을 회상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미분하여 점으로 돌아간다는 걸 알지 못했기에 미적분을 미워하며 수학을 놓아버렸습니다. 안녕. 대학에서 만날 일 없을 너. 안녕. - 하지만 인생이 그러하듯, 대학 1학년 때 미적분학이라는 과목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고, 드디어 저는 그와 화해할 수 있었습니다. 자존심을 회복했더니 그와의 관계도 좋아지더군요.

만약 수학이 우리의 삶을 닮아있고, 삶에서 수학이라는 건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저의 인생 곡선은 달라졌을까요?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의 저자 최영기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 교수입니다. 수학의 기능적인 측면에 익숙한 학생과 일반인들에게 수학이 추구하는 정신과 이로부터 느끼는 감동이야말로 수학의 가장 큰 가치임을 알리기 위해 여러 강연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그 내용을 이 책에 담고자 노력했습니다.(책날개에서)

책을 읽으며, 수학에다가 이렇게 삶을 대입하고 세상을 대입하다니 '무리수'가 아닌가 했는데, 책을 덮고 보니 두껍지도 않은 책에 플래그가 빼곡합니다. 머리를 쥐어짜가며, 이해 안 되는 부분은 노트에 끄적여가며, 가끔씩 던져준 문제는 직접 풀어보기도 하며 읽었습니다. 머리로만은 읽을 수 없어서 숫자나 기호가 나오면 반드시 종이에 써가며 읽어야 했습니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제가 늘 지레 겁먹는 탓이었습니다. 마음을 놓고 어깨와 목의 힘을 빼고 읽으면 좀 더 편안했을걸. 플래그 붙인 부분들을 다시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서가명강 시리즈를 출판 중인 이 책의 출판사 21세기북스의 유튜브 계정, 21도씨에 최영기 교수의 인터뷰 '빵을 사랑하는 수학자' 가 있습니다. 0은 자연수의 시작에 위치합니다. 태초를 의미하는 0을 사랑한 저자는 단골 빵집에서의 대화를 통해 깨달음을 얻고, 0 즉, 빵을 사랑함을 넘어서 제빵사 자격증까지 취득합니다. 65세부턴 빵 아저씨가 될 예정이랍니다.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수학자가 빵집을 열면, 호빵맨의 잼 아저씨가 되는 건 아닐까 상상했습니다. 그가 만든 빵은 세상의 의미가 가득한 빵이 되겠죠.

저자는 수학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문제 풀이에 치중한 교육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전에 수학을 포기하고 마는 것입니다. 슬픈 일이죠. 나도 수학을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좋아하는 추리 소설이나, 과학에도 수학은 들어있고, 그림에도, 음악에도 들어있는데 나는 수학과 이별을 택하고 말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너무 일렀던 이별, 그리고 잠깐의 만남 후 다시 이별함에 약간 마음이 슬펐습니다. 나는 수학과 이별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수학은 늘 내 곁에 있었습니다.

아이는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그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끝없이 노력했습니다. 고2가 된 지금은 그와 다시 친하게 되었고, 제가 이 책을 읽던 중 이해가 잘 안되던 부분을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수학은 애매하지 않고 명확하기 때문에 좋다고 말하는 아이는 수학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나 봅니다. 나도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걸.

수학의 본질은 아름다움이고, 수학의 아름다움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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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전승환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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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곰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라이언은 사자입니다. 심지어 둥둥섬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황태자님이시죠. 하지만 자유를 찾아 섬을 탈출. 지금은 카카오 프렌즈들과 함께 지내고 있답니다. 한때 '라이언 알바 구하기'라는, 뭐 이따위 게임을 만들었나 싶은 게임을 하기도 했는데요. 게임할 때마다 그냥 궁전에 있을 것이지, 왜 여기서 햄버거, 샌드위치 알바를 하고 있는 걸까... 나 같으면 그냥 황태자로 살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라이언은 이제 카카오 프렌즈로 살고 있고, 카카오 본거지가 제주에 있으니까 어... 둥둥섬을 나와서 제주섬에서 서식하는 것인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했습니다. 카카오 프렌즈의 괴랄 발랄함을 싫어하는 저는, 애당초 카카오 친구들에게 관심이 없었으나, 라이언이 등장하면서부터 달라졌어요. 라이언의 과묵함,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섬세함, 품위 같은 것이 좋았거든요. 게다가 귀여워요. 후드를 쓴 라이언, 후라이는 더 귀엽더군요.

이 책의 표지 모델이 라이언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선물로 받은 책이었다 하더라도 안 좋아했을지도 몰라요. 다행히 제가 좋아하는 라이언, 이번에 에스콰이어지의 모델도 했더라고요. 웃기기도 하고 깜찍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고. 인터뷰 내용을 다 읽은 건 아니지만, 역시 라이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는 라이언 에세이로, 라이언이 제게 말해주는 책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무척 어른스럽고 감성적인 내용이. 라이언이 주인공이라면 너무 어색할 산문이 종종 등장해서 감정이입할 수 없었어요. 집에 있는 양양이나 곰곰이, 호댕이나 사자홍씨랑도 이야기하는 저로선 참 당황스러운 일이었죠.

사실 이 책은 라이언이 주인공으로 말을 거는 에세이가 아니라 감성적인 북 테라피스트 전승환이 말하고 라이언이 귀염 포인트랄까.... 삽화로 등장하는 책입니다. 그래서 싫으냐면 아니에요. 딱 관점을 정하고 제대로 읽기 시작하니 참 좋았어요. 감성 따위 어딘가에 던져버리고 건조한 농담, 블랙 유머를 즐기는 저조차도 찡하게 닿는 문장이 있더군요. 힘이 되는, 위로가 되는 문장 몇은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여두어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는 한 번에 읽기 아까운 책이었어요. 조금씩 조금씩 아껴 읽으면서 그날 그날의 감성에 젖어보는 게 어울리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잘 읽지는 않지만 카카오톡을 즐기며 카카오 프렌즈가 등장하는 게임을 즐기는 친구가 있다면 선물해줘도 좋을,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에도 좋을 책입니다. 그렇다고 어린 친구에게 권하지는 말아 주세요. 표지에 라이언이 있다고, 책 안에도 라이언이 가득 있다고, 카카오 프렌즈들이 함께 뛰어놀고 있어도, 이 책은 어른을 위한 책이랍니다. 어른이 아니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 아니 저런, 죄송해요. 고등학생도 괜찮겠군요. 아아 피곤하다 그만 살고 싶어. 하지만 죽는 게 귀찮으니 살아야겠다며 오늘도 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하는 친구들에게도 선물하면 좋겠어요. 이 책은 마음의 온도가 조금 올라가는 그런 책이거든요.

"내가 널 꼭 안아줄게. 부서진 네 마음의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난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 난 참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 누구보다 용기 있고 멋진 사람.

내가 그렇게 믿지 않으면 어느 누가 믿어주겠어?"

"맞아, 우리는 약해. 하지만 매일 한 걸음씩 걷다 보면 겨울이 가고 또 여름이 오겠지. 눈부신 햇살 아래서 그렇게 웃을 수 있겠지."

"이번 생은 글렀다고 다들 쉽게 말하지만 인생 2회차인 사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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